(왼쪽부터) 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 김대학 총무이사, 최은석 수석 부회장, 박진규 회장, 박철웅 부회장, 백승호 부회장.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 현장에서의 불합리와 현실적 어려움을 풀어내기 위해 지난 10년간 '해결사' 역할을 자처해 온 단체가 있다. 바로 개원가 신경외과 병원들이 뜻을 모아 2015년 출범한 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다.
출범 배경에는 개별 병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삭감, 현지 조사, 민간 보험사와의 소송 등 반복되는 위기가 있었다. 이에 신경외과 전문병원들은 연대와 협력을 통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모았다.
24일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열린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 박진규 회장은 "지난 10년간 협의회는 단순한 정보 교류를 넘어 정책 대응, 제도 개선, 법적 지원, 병원 권익 보호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다양한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정책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고, 제도권 내 공식 대응 주체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2018년 뇌·뇌혈관 MRI 급여화, 2023년 척추 MRI 급여화 과정에 적극 개입하며 협상력을 입증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문재인케어 추진 당시 의료계의 최대 현안은 뇌·뇌혈관 MRI 급여화였다. 이는 비급여 항목 가운데 단일 항목으로 가장 큰 규모였고, 촬영 빈도조차 명확히 조사되지 않은 상태였다.
정부는 대국민 핵심 정책으로 급여화를 밀어붙였지만 의료계는 적정 수가, 불확실한 재정 추계, 추후 삭감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박 회장은 대한의사협회와 협력했고, 수많은 갈등과 충돌 끝에 의료계 의견이 반영된 급여화가 성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회장은 "모든 유관 학회가 각 과의 이해 다툼을 내려놓고 권한을 의협에 위임해 의·정 간 동등한 위치에서 협의가 진행된 것이 성공 요인"이라며 "만약 의료계 내부 단합이 없었다면 정부 의지대로 낮은 수가와 예비급여 제도로 급여화가 추진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단합을 자신감으로 삼고 있다. 한 방향을 향해 모인 만큼 결속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백승호 부회장은 "협의회는 신경외과 전문의들로 구성돼 있고 개원가, 종합병원 등 다양한 형태가 모여 있다. 학회가 주로 대학병원 위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신경외과 병원장이 운영하는 학회이기에 병원 규모별로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학회와 달리 협의회에는 임직원 세션이 있다. 의료인뿐 아니라 일반 행정직 직원들도 참여해 의사들이 어떤 근거와 결정 과정을 바탕으로 일하는지 공유하는 유일한 학회라고 생각한다"며 "QI(질 향상)나 환자 재활치료, 관리와 같은 영역에서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경험을 나누고, 이런 학회 문화가 더 확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협의회는 향후 10년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경외과 병원들이 담당하는 역할과 진료의 가치가 제도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무분별한 규제와 통제 속에서 본질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경외과 병원장들 사이에서 가장 큰 이슈는 실손보험 문제다. 보험사가 간단한 처치나 시술 입원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내세우면서 환자 치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척추 환자를 다루는 신경외과 전문의에게 환자를 획일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환자의 입원 적정성은 전문의 고유 권한임에도 보험사가 이를 좌우해 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회장은 "신경외과는 단일 전문과 가운데 가장 많은 응급수술을 담당하는, 생명을 다루는 영역임에도 개원 이후 진료의 전문성보다 수가·심사·규제·보험 등 행정적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아왔다"며 "신경외과 진료의 특수성과 필수성을 제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심사 기준 개선, 보험사와의 협상력 강화, 정부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개원가 신경외과 병원들의 생존 기반을 지키고, 전문의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제는 다음 10년을 준비해야 한다. 내부 조직력 강화는 물론 외부와의 소통을 확대해, 신경외과 전문의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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