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이상 치료한 HIV 감염인, 성접촉 전염 없어"

치료제 발전으로 기대수명 비감염인과 유사
조기 치료 시 전파 96% 차단…예방 효과 입증
낙인과 차별은 여전…병원서조차 수술 거부 사례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5-09-10 12:39

사진=조해진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과학의 발전에 따라 좋은 약들이 개발되면서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자는 6개월 이상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RT)를 통해 바이러스 억제가 되고 있다면 성접촉을 하더라도 HIV를 전염시키지 않지만,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병원에서조차 차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레드(RED) 마침표 협의체가 대한에이즈학회와 함께 'HIV 차별 종식을 위한 레드 마침표 캠페인 출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HIV 치료 환경의 과학적 발전과 사회적 낙인 현황 및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와 제언'에 대해 발표했다.

진범식 교수는 "HIV가 처음에는 굉장히 무서운 병이었지만, 치료제가 개발되고, 여러 치료 환경들이 좋아지면서 지금은 하루 한 알만 먹으면 된다. 더욱이 최근에는 두 달에 1번 맞는 주사제가 도입되면서 치료 환경이 과거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과거 HIV 감염자의 사망률은 전체 생존 감염자 중 2.5%였지만, 지금은 1% 미만으로 더이상 사망하지 않는 병이 됐다"며 "조기 진단을 받아 치료를 시작한다면 비감염인과의 기대수명이 거의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건강수명 측면에서는 악영향을 줄 수 있고, 평생 복용해야 하는 치료제이기 때문에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동반 질환에 대한 부분에서는 좀 더 많은 비중을 갖고 진료를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 사진=조해진 기자
진 교수는 과거 HIV에 대한 치료가 절대적인 과제였다면, 지금은 치료제를 통한 예방 측면에 많이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HIV 감염인의 배우자들을 무작위로 나눠 한 군에서는 바로 치료를 시작하고, 다른 군에서는 지연 표준 치료를 시작한 것을 비교한 연구 결과에서 지연 치료를 한 군에서는 27건이고, 바로 치료한 군에서는 단 1건만 발생했다. HIV 감염 배우자를 둔 커플 1500쌍을 1년동안 관찰한 결과에서도 단 한 건의 전파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는 치료제 조기 복용을 통해 HIV 감염을 96%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HIV 치료제가 예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약제 복용을 충분히 해서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억제가 되면 성접촉을 통해 전파되지 않는다"며 '미검출=전파 불가(Undetectable=Untransmittable, U=U)'라는 원칙에 대한 글로벌 합의가 확립됐음을 밝혔다.

이어 "이는 감염인들도 결혼이나 출산 등의 과정을 다른 추가 조치 없이 비감염인과 똑같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의학적인 부분을 떠나 HIV 감염의 사회적 편견이나 낙인을 최소화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됐다. 이는 란셋 등과 같은 학술단체에서도 공감해 관련 발표를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조해진 기자
그러나 HIV 감염인에 대한 부족한 인식 및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차별은 질환의 진단 및 치료를 위해 필수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도 발생하고 있었다. HIV 감염인들 중 절반은 병원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답변했다. 

2023년도 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22년 디스크 절제술을 받기로 한 환자가 HIV 양성이라는 이유로 수술을 거부당했다는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피진정병원은 소규모병원으로 HIV 전담 관리팀이 없고, 수술 중 출혈 등 긴급상황에서 HIV 같은 전염성 질환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이런 것들이 가능한 병원으로 진료를 권고했다고 답변했지만, 인권위는 수술 거부 행위가 두려움과 편견에서 비롯된 평등과 침해의 차별행위로 판단하고 개선을 요청했다. 

이 사건에 대해 진 교수는 "병원에서 얘기한 수술 중 출혈 등 긴급상황에서 전문적인 처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환자를 수술 거부했다는 이야기는 아마 못 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HIV 역시 이와 같은 감염 질환이고, HIV 감염으로 발생하는 상황은 의료 현장에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 피가 튀는 경우는 점막 노출이어서 감염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문제가 되는 것은 주사침 노출인데, 이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가급적 빨리 70여시간 내에 HIV 약제, PEP(노출 후 예방요법)를 한다면 감염을 방지할 수 있다"면서 "다만 일반 병원에서 PEP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수는 있다. 이에 대한 접근성을 조금 더 강화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감염 관리와 병원에서 하는 표준 노출 치료와 같은 일반적인 원칙만 준수한다면 별도의 시설이나 인력이 필요하지 않으며, 의료와 관련한 HIV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HIV 감염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위해서는 HIV 감염 후 증상이 발생하는 에이즈(AIDS)와 다르다는 구분만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용어로 대체하는 것과 같은 실질적이 행동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의료 현장에서 HIV 노출 후 예방방법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는 방안들을 시행하면 안전한 진료가 가능한 점, 진료비 지원 대책 등이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홍보해서 HIV 감염인에 대한 차별에 마침표를 찍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레드 마침표 협의체는 의료진, 감염인 단체, 산업계 및 학계 등이 HIV 감염인에 대한 차별 종식을 위한 뜻을 모아 구성됐다. 에이즈를 상징하는 붉은 리본에서 유래해 편견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관련기사보기

연 2회 투여 HIV 예방제 '예즈투고' FDA 승인

연 2회 투여 HIV 예방제 '예즈투고' FDA 승인

美 길리어드 사이언스 [메디파나 뉴스 = 이정희 기자]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HIV 감염증 예방제 '예즈투고'(Yeztugo, lenacapavir)가 FDA로부터 승인을 취득했다. 연 2회 접종하는 예즈투고는 3상 임상시험에서 99.9% 이상의 예방효과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GSK도 마찬가지로 장기적 효과를 나타내는 예방제가 있지만 2개월에 1회 투여하는 등 접종빈도가 높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HIV에 감염된 환자 수는 지난 2023년 3만9000명으로 추정된다. 길리어드는 "예즈투고는 연 2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 치료 "HIV 감염 환자 부담↓"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 치료 "HIV 감염 환자 부담↓"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보카브리아(카보테그라비르)'+'레캄비스(릴피비린)' 주사 병용요법이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인들의 사회적 낙인과 차별, 경구제 매일 복용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국GSK는 17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국내 HIV 치료 환경 및 HIV 감염인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보카브리아&레캄비스 주사요법의 임상적 가치'를 주제로 장기지속형 HIV 주사제 '보카브리아+레캄비스 주사요법'의 국내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보카브리아+레캄비스 주사 병용요법은 2

FDA, 길리어드 HIV 치료물질 임상시험 중지 명령

FDA, 길리어드 HIV 치료물질 임상시험 중지 명령

[메디파나 뉴스 = 이정희 기자]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HIV 치료물질 2종에 대한 임상시험이 FDA로부터 중지명령을 받았다. 길리어드는 인테그라제 저해제 'GS-1720'과 캡시드 억제제 'GS-4182' 병용투여를 받고 있는 일부 참가자에서 CD4+ T세포 및 절대 림프구수 감소라는 안전성 신호가 확인됨에 따라 FDA가 이 2종에 대해 HIV 임상시험 중지명령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GS-1720과 GS-4182는 주 1회 경구투여로 병용요법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2/3상 임상시험 2건 외에 GS-1720과 GS-4182를

"HIV에 감염만 돼도 사망률 6배 증가"

"HIV에 감염만 돼도 사망률 6배 증가"

HIV(인체 면역 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만 돼도 사망률이 최고 6배까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한국성과학연구협회(회장 민성길)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임수현 원장(비뇨의학과전문의, 한국성과학연구협회 부총무)은 'HIV/AIDS 통계분석 2023 ㅡ동성애와 성병' 논문 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요법(highly active antiretroviral therapy, HAART)의 발전으로 치료만 잘 받으면 에이즈는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HAART가 시작된 199

유한양행, 길리어드에 HIV API 888억 공급 추가…총 3547억

유한양행, 길리어드에 HIV API 888억 공급 추가…총 3547억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유한양행이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원료의약품 공급 관계를 수년째 이어가고 있다. 유한양행은 22일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을 통해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888억원 규모 'HIV 치료제 원료의약품(HIV API)'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규모는 최근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2조678억원 대비 4.3%다. 계약기간은 계약 수주일인 2025년 5월 21일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다. 유한양행이 길리어드 사이언스에 에이즈 치료제 원료의약품을 공급하기 시작한

HIV 확인검사 기관 확대‥당일 진단·치료에 의료계 '긍정적'

HIV 확인검사 기관 확대‥당일 진단·치료에 의료계 '긍정적'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HIV 감염 진단과 치료 사이의 시간 간극이 사라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HIV 확인검사기관을 의료기관까지 확대하면서, 감염 사실이 확인된 당일 바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체계가 본격적으로 가동됐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4월 1일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시행규칙' 제7조를 개정해, 기존에는 질병청과 보건환경연구원에만 한정됐던 HIV 확인검사기관의 범위를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가 상근하는 의료기관과 의과대학까지 확대했다. 과거에는 선별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확진을 위한 2차 확인검사를 위해 각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