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제약-政, '위험분담제 확대 필요' 공감…접근법엔 차이

환자단체 "치료제 있는데 못 쓰는 일, 이제는 없어져야"
제약업계 "낮은 약가·국제 통상 압박, RSA 확대가 해법"
보험자·정부 “사회적 합의와 재정 지속가능성이 관건"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5-09-16 05:57

위험분담계약제 발전방향 국회토론회 현장. 사진=조해진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환자단체, 정부, 제약산업계가 '위험분담계약제(Risk Sharing Agreement, RSA, 이하 위험분담제)'의 확대 필요성에 모두 공감했다. 다만 조금씩 다른 시각 차이가 있어 사회적 합의가 과제로 남았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위험분담계약제 발전방향 국회토론회'에서는 환자단체와 제약산업계, 보험, 정부기관을 대표하는 패널들이 토론에 참석해 각자의 목소리를 냈다. 토론의 좌장은 이재현 성균관대학교 의약품규제과학센터장이 맡았다. 

환자단체들은 접근성 확대 및 환자 중심 설계를 강조했으며, 제약업계는 국제 통상 압박에 따른 낮은 약가 구조를 지적하며 제도의 유연성과 RSA 확대 필요성을 주장했다. 보험과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재정 건전성 및 제도 효율성·투명성 확보를 강조했다. 
(왼쪽부터)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 사진=조해진 기자
먼저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최근 연합회에 가입한 29개 단체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워크샵을 진행, 신약 접근성 해결을 위한 정책 과제 31개에 RSA가 포함돼 있었다면서 환자들 사이에서도 높은 관심이 있는 이슈임을 언급했다. 

이어 "워크샵에 참석한 단체 질환 중에서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이 온전하게 확보된 질환은 하나도 없었다"며 "정부도 치료받을 수 있는 문을 넓히고자 애쓰고 계신 거 잘 알고 있다. 감사하다. 그래도 다시 말씀드리자면 치료제가 있는데도 못쓰는 일은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환자들이 치료제를 치료를 위해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치료제 접근성 강화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런 자리에 오면 RSA, 경제성 평가 생략 제도 등 좋은 제도가 많다고 이야기를 듣지만, 환자 입장에서 좋은 제도란 치료제가 내 몸에 투여되는 날이 빨리 오는 것이 좋은 제도"라며 "RSA의 가운데 단어는 셰어링(Sharing)이라는 단어다. 위험을 분담하는 협력이 가격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격보다 환자들의 생명이 위험한 것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진다고 생각해준다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위험분담제는 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지키는 동시에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균형 장치로 도입한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처음 도입되던 시기에는 여러 우려가 많았으나, 결국 기존 제도로는 접근할 수 없었던 치료제에 접근해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가지려면 필요한 제도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단체연합회는 원론적으로 RSA 확대 필요성에는 동의한다. 국제 환경도 고려해야 하고, RSA가 지난 10년간 치료제 접근성을 높이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며 "다만 앞으로 RSA를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에서는 사회적 합의와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 우려 사항이 있다면 그 또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된다. 앞으로도 환자의 치료 기회를 넓히는 본래 취지를 지켜가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제도의 설계와 확대는 환자가 중심이 돼 설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최인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전무, 강희성 대웅제약 실장. 사진=조해진 기자
최인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전무는 "지금 다국적 제약사는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시시각각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미국발 MFN 행정명령과 관련해서는 모든 기업들이 굉장히 심각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위기에 놓인 상황을 언급했다. 

이어 "신약의 90% 이상을 글로벌 신약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인데, 현재 운영되고 있는 약간의 경직된 제도로는 이 상황을 유지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 위험 요소"라며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통상 압박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3가지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최 전무가 제시한 3가지는 ▲중장기적으로 질병의 중증도, 치료 대안 유무,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 등을 반영한 가치 기반 약가체계 확립 및 최신 치료를 보장하는 신약 급여에 지출이 많도록 개정 ▲환자가 필요할 때 신속히 신약이 건강보험에 등재될 수 있도록 절차 효율화 및 소요 기간 최대한 단축 ▲단기적으로 표시가격과 실제가격을 구분하는 환급형 제도, 위험분담제 확대(이중약가제 개선) 등이다.

최 전무는 "한국은 약가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어 정부의 투명성 확보에는 좋다. 그러나 이러한 약가 제도는 글로벌 제약산업에서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라며 "한국은 이미 12년의 위험분담제를 시행한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혜롭게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문제는 속도"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중약가제'라는 명칭이 의도와 달리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된 점을 고려해 'K-환급제'(가칭) 등과 같이 명칭을 변경해 운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강희성 대웅제약 실장은 "동남아시아 등에서 한국의 약가를 참조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고,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에 신약을 진출하는 상황에서 환급형 제도, 이중약가제 등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전략적으로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의 국내외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그 범위를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한 혁신 신약으로 한정하는 부분이 조금 아쉽다"면서 "비혁신형 기업이 개발을 했더라도 글로벌 시장에 나가거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도입한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라면 환급형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RSA 제도의 유연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디지털 기반 시스템을 도입해 행정적 비효율을 최소화하는 측면도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제안했다. 
(왼쪽부터) 김형민 국민건강보험공단 약제관리실 부장,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 사진=조해진 기자
김형민 국민건강보험공단 약제관리실 부장은 "위험분담제에서 특히 환급형 유형은 표시가와 실제가를 다르게 해서 글로벌 가격을 유지할 수 있고, 국내 시장 수출가격을 별도로 설정할 수 있어 의약품 진입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위험분담제도를 확대하려면 어떤 약제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접근성 측면에서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는지, 중장기적인 파급효과 등과 같은 전반적인 사항들을 함께 평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위험분담제 확대에 대해서는 대외 환경 변화, 혁신적인 의약품의 치료 급여 혜택 향상을 위해 공감한다"면서도 "사회적인 협의를 통한 발전 방향이 논의돼야 하며, 환급형 이용 확대 시 효율성을 고려한 제도 정비 및 지속가능한 제도 논의체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은 "제도들을 운영할 때 우리 국민들의 치료 접근성 확보와 강화가 가장 핵심 가치"라며 "위험분담제는 초기에 이제 많은 논의들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지금 내용들을 들어보니 상당히 기여한 부분이 컸다. 이제 환경 변화와 수요 관점에서 또 한 번 발전해야 될 시점에 있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위험분담제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 제도 정책들을 글로벌 상황이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발전시켜야 연속선상에 있다고 본다"며 "조금 더 관심을 집중해 속도를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너무 투명해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제도들은 계속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좀 더 빠르게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토론회 주최자인 서영석 국회의원은 "기업과 정부, 환자단체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서 사회적 합의를 잘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환자들의 치료제 접근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가 가장 큰 과제인데, 통상 압박에 의해 치료 접근성을 보장받지 못하게 되면 이 역시 치명적인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제도의 유연성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정책 결정하는 입장에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함께 지혜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모색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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