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합법화, 안전·관리 기전 마련부터…정부 역할 부각

의료계 "입법은 선언적 의미…안전한 환경부터 준비돼야"
복지부 "입법·관리 필요성 공감…보완점 논의 시작 기점 됐으면"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7-11 06:02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문신과 반영구화장 합법화 사회적 필요성이 대두되는 반면 국민 건강에 대한 위해 우려도 여전해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평행선을 벗어나 법제화에 이르기 위해서는 염료에 대한 철저한 관리체계와 문신 시술 보건위생교육 표준화 등 안전·관리 기전이 입법과 동시에 가능한 수준으로 준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신사법 입법을 위한 정부 역할이 부각되는 모습다.

10일 문신 합법화 문제 및 대안모색 국회 토론회에서는 문신·반영구화장 합법화에 대한 의료계 우려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했다.
 
(왼쪽부터) 피부과의사회 황지환 대외협력이사,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정준민 교수

발제에 나선 의료계 관계자들은 문신 시술과 사용되는 염료에 대한 부작용 등을 소개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20년 동안 문신 제거를 위한 레이저 시술을 해온 대한피부과의사회 황지환 대외협력이사는 침습적 의료행위인 문신 제거에 드는 비용과 고통을 설명했다.

황 이사에 따르면 팔꿈치부터 손목에 이르는 알파벳 13개 정도 문신을 지우는 데 43차례에 이르는 치료와 1000만 원 이상 제거 비용이 든 사례를 소개했다. 그럼에도 색상은 거의 사라지지만, 하얀 흉터는 그대로 남는다는 설명이다.

문신은 의학적으로도 화상이나 흉터, 탈모, 백반증 등에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지만, 침습적 행위이기 때문에 보편적이지는 않다고 부연했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정준민 교수는 문신용 염료에 포함된 유해한 화학물질을 소개하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서 생기는 위해성을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등에 따르면 문신이나 반영구화장용 염료에서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벤조피렌), 포름알데하이드 등 발암물질과 디부틸프탈레이트, 나프탈렌, 크리센, 중금속 등 질병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된 바 있다.

특히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며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캐나다 웨스턴 대학 연구 결과 스웨덴에서 구매한 73개 문신 잉크는 성분 표시와 실제 성분이 일치하지 않았다.

의협 전성훈 법제이사는 문신 합법화 시도가 대법원 법리나 헌법재판소 판례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회에 계류된 문신 합법화 관련 제·개정 법안은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 관련 사후적 관리감독 절차에만 중점을 두고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문신은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판시한 대법원 법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법안 내용은 문신 시술자가 국민 건강권 보호가 가능한 수준을 구비하고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도 부족해 문신 시술자 직업선택의 자유보다 국민 건강권 보호가 우선이라는 헌재 판단과도 조화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의료 관련 법령과 체계정합성도 우려했다. 현행 의료법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나, 침습적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문신이 합법화된다면 의사 지도 아래 면허 범위 안에 있는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는 관련 법령과 체계정합성에 심각한 문제를 끼친다는 것.

또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원칙에도 예외로 작용해 의료계 면허 관리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업계는 합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토로했다.

반영구화장 업계 종사자는 불법임에도 이미 사회 전반에서 미용 분야로 인식돼 있고, 국민이 흔하게 받고 있어 막는다고 막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화장품처럼 관리하고 제도화시켜 안전하게 시술받도록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종사자는 문신이 불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를 악용한 성추행, 협박 등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제도권 편입이 시급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의료계와 협력을 통해 동행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반영구화장 업계 종사자는 "의협이나 업계나 안된다, 해야겠다만 주장하는데 이미 50~60만 명이 종사 중이고 1600만 명이 시술받았다"면서 "합법화가 된다면 병원이 아티스트를 고용해 운영하는 등 동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우려 의견이 앞섰다. 입법을 통한 합법화는 자칫 문신이 국가가 허용한 안전한 행위라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염료 관리 등 안전한 시술이 입법과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수준으로 준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 대외협력이사는 "의사들이 하지도 않을 거면서 왜 재를 뿌리냐는 말도 듣지만, 그런 차원에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탈모나 백반증 같은 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염료도 국가에서 안전하게 관리해달라고 수년 전부터 얘기했지만 여전히 늦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가 하면 안전하니까 하다는 차원이 아니다. 국가에서 빨리 염료 등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법제이사도 "입법은 국민이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선언하는 의미인데, 염료는 의약품이나 화장품처럼 관리체계가 없다"며 "그럼에도 안전성 관리에 대한 논의는 없다. 입법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입법과 관리 필요성에 공감하며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정희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생활보건TF팀장은 "수요자가 있어 국민이 안전하게 받을 수 있도록 자격 교육 위생관리 등 체계 전반에 대한 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 갖고 있다"며 "염료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에도 공감한다. 관련법 개정으로 2025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이 되면 유통 관리가 강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건강도 중요하고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현 상황에서 한 발 나아가 어떤 부분을 마련하고 보완할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논의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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