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병원조차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항생제 스튜어드십'은 어디에

항생제 스튜어드십 적용‥치료 결과 개선, 의료비용 감소, 내성 감소 효과
국내에서 인력 부족 및 인식의 부재‥소수의 노력으로 부분적으로만 실행
수가 보전 등 적극적인 유인책 있어야‥전문인력 고용 및 항생제 사용 중재 가능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2-04 06:0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으로 '항생제 내성'의 출현과 확산은 인류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일차 의료기관은 물론이고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도 항생제가 부적절하게 처방되고 있다.

현 상황에서 항생제 내성균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이 필수적이지만, 내성의 발현 및 전파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적절한 항생제를 사용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항생제 스튜어드십(anti-microbial stewardship)'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스튜어드십은 항생제 제한과 사전 승인(restriction and preauthorization) 및 전향적 감사와 피드백(prospec-tive audit with feedback)이 핵심 전략이다.

항생제 내성 발현의 주요 원인은 항생제의 오남용이므로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보다는 비약물적 중재 전략인 항생제 스튜어드십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항생제 스튜어드십 적용을 통한 환자의 치료 결과 개선, 의료비용의 감소, 항생제 내성 감소의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우리나라도 학회 차원에서 국내 실정에 맞는 항생제 스튜어드십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각 병원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에는 전문가의 노력 뿐만 아니라 국가와 병원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국내에서는 인력 부족 및 인식의 부재로 감염내과 전문의 등 소수의 전문가들의 노력을 통해 부분적으로만 실행되고 있다.

대학병원조차 수동적인 제한 항생제 관리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중소병원에는 항생제 관리 시스템 자체가 없는 경우가 흔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3차병원 중환자실 내 전향적 감사와 피드백을 통한 항생제 사용 중재 효과' 연구에 따르면, 국내 다기관 연구에서 전체 입원 환자의 50.8%가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3차병원이 10곳 포함돼 있음에도 27.7%가 항생제 사용이 부적절한 것으로 평가됐다. 400병상 미만의 병원에서도 항생제 사용이 부적절한 곳은 30.6%였다.

이러한 현상은 항생제 스튜어드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두드러졌다. 코로나19 감염증의 8.6%만이 세균 복합 감염이었음에도 무려 74.6%에서 항생제가 투여됐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

이는 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위한 '중재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의미한다.

심평원 연구팀은 항생제 스튜어드십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고 있는 핵심 전략 중 '전향적 감사 및 피드백'에 주목했다. 항생제 시작 이후 약 72시간 이상 경과한 뒤 얻어진 미생물 검사 결과와 임상정보를 바탕으로 행해지므로, 환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고 처방자와 중재자 사이의 신뢰도 형성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병원의 특성과 자원, 인력 등에 따라 유연하게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즉, 카바페넴 계열 등 일부 항생제로 중재 대상을 한정하는 방법, 주 1-2회 정도의 간헐적인 중재, 광범위 항생제를 다빈도 처방하는 병동 또는 부서(중환자실, 이식병동, 항암병동 등)에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방법 등을 통해 투입되는 자원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총 34병상(신경계 18병상/외과계 16병상) 중환자실을 대상으로 전향적 감사와 피드백을 시행했을 때, 항녹농균 베타락탐 계열을 포함한 전반적인 항생제 사용량의 감소 경향과 카바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carbapenem resistant Acinetobacter baumannii, CRAB) 유행의 일부 감소를 확인했다.

아울러 전향적 감사 및 피드백은 인턴과 레지던트 주치의에게 교육과 임상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제공했다.

기존에 이미 제한 항생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일부 중환자실의 경우, 6개월의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항생제 사용량 감소 경향이 나타났다.

만약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장기간 프로그램을 유지한다면 유의한 항생제 사용량 감소 및 내성균 감소, 의료 비용 감소 및 전공의 교육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위한 중재활동에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전문인력 자원이 필수적이다. 

국내 8개 병원이 참여한 연구에서는 적절한 항생제 사용 중재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100병상당 1.2명의 전일제 전문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다. 

심평원 연구에서는 중환자실의 34병상에 대해 2명의 인력이 주 10시간을 할애해 100병상당 1.1명의 전일제 전문인력을 투여했다. 그런데 이는 전향적 감사와 피드백에만 투입한 인력이다.

그러므로 제한 항생제 관리, 지표 평가(항생제 사용량, 항생제 내성률, 의료관련감염 발생률 등) 등을 포함하면 더 높은 수준의 인적 자원이 요구된다.

일각에서는 항생제 스튜어드십에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항생제 스튜어드십에 대한 비용-효과 분석 연구는 항생제 사용량 감소와 환자의 입원 기간 감소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하고 있다.

연구팀은 "항생제 스튜어드십으로 얻어지는 내성균 감염 및 전파 감소, 예상되는 항생제 부작용의 감소, 의료진 교육 효과 등을 고려하면 이득이 더욱 클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국내의 항생제 스튜어드십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으며, 특히 중소병원에서는 항생제 처방을 중재할 수 있는 장치가 거의 마련돼 있지 않다.
 
2018년 이후로 급성기병원 인증기준에 항생제 사용 관리 체계를 의무화했지만, 전문인력의 노력이 많이 드는 데 비해 적절한 보상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실질적으로 운영이 잘 되는지 의문이 있다.

더불어 항생제 스튜어드십의 비용 절감 효과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병원의 수익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단순히 프로그램 운영을 격려하는 것만으로는 병원 차원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프로그램의 수행을 강제하는 것만이 아니라 수가 보전 등의 적극적인 유인책이 마련돼야 전문인력의 고용 및 효과적인 항생제 사용 중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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