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서 린파자 사용할 수 있어야"

[인터뷰] 세브란스병원 비뇨기암센터 한현호 교수
"BRCA 변이 환자서는 더 좋은 효과…사망위험 76% 개선"
"치료 앞 단으로 올수록 효과↑·부작용↓…급여화 필요"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4-23 06:07

세브란스병원 비뇨기암센터 한현호 교수.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다른 아형의 전립선암과 달리 호르몬에 반응하지 않아 마땅한 치료법이 없던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mCRPC). 

이러한 원인 중 하나로 BRCA 변이가 지목되고 있다. BRCA2 변이가 있는 경우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3배에서 8.6배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mCRPC의 약 27%에서 BRCA 변이를 포함한 상동 재조합 복구 유전자 변이(HRR)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난소암, 유방암에서 유전자 변이에 효과를 확인한 PARP 저해제가 mCRPC 치료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최초 PARP 저해제 린파자는 호르몬 치료에 실패한 BRCA 변이 mCRPC 적응증으로 전립선암 치료의 문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아비라테론과의 병용요법으로 유전자 변이에 관계없이 1차 치료로 적응증을 확대한 바 있다. 

실제 린파자 병용요법은 항암화학요법 치료경험이 없는 mCRPC 환자를 대상으로 위약 병용요법 대비 질병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4% 감소시켰으며, BRCA 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76%까지 개선시켰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비뇨기암센터 한현호 교수는 "린파자라는 표적 치료제 등장 후 mCRPC 치료 환경은 정밀 치료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mCRPC서 생존 이익을 제공한 만큼, 표준 약물치료로서 급여 확대와 유전자 검사를 통한 BRCA 및 HRR 변이 여부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표적 치료제들은 치료 앞 단으로 올수록 효과는 높아지고 부작용은 줄어든다"면서 "유전자 검사 결과에 기반한 최선의 치료 전략을 설정할 수 있는 환경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현호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mCRPC)은 다른 전립선암과 달리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 먼저 치료 역사에 대해 설명하겠다. 남성 호르몬이 전립선암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진 것은 1940년대다. 미국의 찰스 허긴스(Charles Huggins) 박사는 고환 절제 수술을 통해 남성 호르몬을 억제했을 때 전립선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노벨상을 수상했다. 

고환 절제술, 다른 말로 거세(castration)는 이후 전이성 전립선암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표준 치료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수술적 접근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화학적 거세가 대안으로 등장했으며, 이는 GnRH 작용제/길항제라고 불리는 약물을 통해 뇌에 신호를 보내 남성 호르몬의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환자에서 이러한 호르몬 치료가 초기에는 효과를 보이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암이 이 치료에 저항하게 되고, 다시 진행하기 시작한다. 이 상태를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CRPC)이라고 부르며, 전이가 발생한 경우를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mCRPC)이라고 한다.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은 특히 치료가 어렵고, 질병의 진행이 빠르며 생존기간도 짧다. mCRPC 단계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약 3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mCRPC가 치료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전이' 때문이다. 암이 전립선이 아닌 다른 부위로 퍼져 있기 때문에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복잡하다. 전이된 암은 본래의 종양보다 더 공격적인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는 화학요법, 면역요법, 방사선 치료 등이 있지만,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고 부작용도 클 수 있다.

이렇게 전이돼 있고 '호르몬 치료 저항성'을 보이는 전립선암 세포에는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다. 이러한 변이는 암세포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게 한다. 이로 인해 같은 mCRPC더라도 치료에 대해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Q. 동양권과 서양권에서 전립선암 발생률의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가?

- 많은 차이가 난다. 전립선암 발생률은 미국,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남성 1위이고, 우리나라 등 동양권에서는 그렇게 순위가 높지 않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유럽계 미국인은 아시아인에 비해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더 높으며, 이는 유전적 요인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최근 동아시아에서 전립선암 발생률이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웃 일본에서는 2021년부터 전립선암이 남성암 1위암이다. 우리나라 또한 전립선암의 발생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1~3년 내 남성암 1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식생활 및 환경 요인, 그리고 고령화의 영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서구화된 식단(높은 동물성 지방, 가공육 및 낮은 섬유소 섭취)과 비만은 전립선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우리 전통 식단은 상대적으로 전립선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선별 검사 차이도 있는데, 서양 국가에서는 PSA 검사와 같은 전립선암 선별 검사가 널리 시행되어 진단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

Q. 국내 mCRPC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은 무엇이 있으며, 주로 어떤 치료를 시행하고 있는가?

- 주로 사용하는 치료제는 남성호르몬 신호를 더욱 강력하게 억제하는 신호르몬 치료제, 그리고 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항암화학요법제 등이 있다. 최근에는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그리고 표적 항암제도 전립선암에서 치료 효과를 입증하면서. 치료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전립선암에서 사용하는 표적 항암제는 PARP 억제제가 대표적인데, Olaparib(올라파립, 제품명: 린파자)이라는 약제는 BRCA라는 유전자 변이가 있는 mCRPC 환자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여, 2021년 신호르몬제 치료 경험이 있는 mCRPC 환자들 중 BRCA 변이가 있는 경우, 그리고 2023년에는 mCRPC 환자에서 신호르몬제와의 병용 요법으로 허가된 바 있다. 

Q. 전립선암 치료에서 린파자 등장 후 약 3년이 흘렀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경험한 환경 변화는.

- 국내 의료진들도 수술 술기, 약제 사용에 있어 선진국과 동등한 치료 수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검사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CT, MRI, PET-CT 등 영상 검사의 사용이 활발하며, 유전자 변이를 진단하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도 일찍이 도입돼 많은 의료기관에 검사 세팅이 돼 있다. 

전립선암의 경우, 린파자가 등장하면서 NGS를 이용한 유전자 검사의 건수가 늘어났고 BRCA 변이도 상당수 보고되고 있다. 이전에는 BRCA 변이가 발견된 전립선암 환자에서 나쁜 예후를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높은 생존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린파자라는 약제가 있어 의료진으로서 적극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급여 상태에서는 환자들의 가격 부담이 크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실손보험에 의존하고 있다.
Q. 린파자의 임상 데이터도 주목할 만하다. 의의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 린파자는 profound와 PROpel이라는 다국가, 다기관 3상 임상시험에서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에 대한 효과를 확인했다. 호르몬 치료를 받은 유전자 변이 mCRPC 환자들을 대상으로 린파자를 평가한 임상 profound에서 린파자군은 대조군 대비 높은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이 임상에서 린파자는 HRR 변이 환자들에서 생존 이익을 확인했지만, 특히 BRCA 변이 환자들에서 효과가 컸다(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 78% 감소, 방사선학적 무진행 생존기간 유의한 개선).

그런데 린파자를 사용하는 치료 차수가 늦어질수록 환자의 컨디션이 악화돼 골수 기능이 약해지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 때문에 보다 앞 단에서 린파자를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에 관련된 임상이 PROpel이다. PROpel 임상에서 린파자는 항암화학요법 치료 경험이 없는 mCRPC에서 유전자 변이 관계없이 모든 환자군에서 생존 이익을 입증했다. 

특히 BRCA 변이 환자들에서는 더 높은 효과를 보였다. 다른 질환에서 BRCA 변이가 확인되면 치료도 힘들고 가족력도 확인해야 하는 등 환자들에게는 안 좋은 소식이지만, 전립선암에서 만큼은 린파자를 사용하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고 싶다. 그런데 이러한 약제에 급여 적용이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매년 업데이트되는 전립선암 치료 가이드라인에도 좋은 치료제들을 빨리 쓰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표적 치료제들은 치료 앞 단으로 올수록 효과는 높아지고 부작용은 줄어든다. 

Q. 지난해 폐암을 제외한 암종에서 유전자 검사 본인부담률이 50%에서 80%으로 상향됐다. 이에 대한 견해는.

- 암환자들은 유전자 검사 결과에 기반해 최선의 치료 전략을 설정할 수 있다. 전립선암 환자 중 BRCA 변이가 있는 환자들은 린파자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 효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본인부담률 상향은 비용 때문에 검사를 못해 효과적인 치료를 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유전자 패널 유전성 유전자 검사를 하게 될 경우 안젤리나 졸리 사례와 같이 유전성 암의 가능성을 확인해 잠재적 환자에게 상당한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 의료정책 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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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2024.04.23 08:03:03

    유방암  난소암은 되고 왜 전립선암에는 적용하지 않냐 하루 빨리 적용시켜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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