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은 늦고 치료는 어렵다‥"안과질환, 검사 장벽부터 낮춰야"

치료제는 있지만 진단 어려운 유전성 망막질환‥미발견 환자 수두룩
유전자 검사 비용 산정특례에도 비싸‥정밀검사 필요해도 급여 기준 '전무'
안저검사 국가검진 요건 충족, 3대 실명질환 조기 발견 기대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4-17 11:05

서울대병원 안과 윤창기 교수.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녹내장 등 실명을 유발하는 대표적 안과질환의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전성 망막질환을 포함한 중증 안과질환도 마찬가지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로 연계하기까지는 제도적 장벽이 여전히 높다. 이들 대부분은 비가역적 손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실명을 막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와 안저검사 등 필수 진단 수단은 보험 적용이 미흡하거나 접근성이 떨어지고, 치료제가 있더라도 급여 기준이 지나치게 제한돼 환자들이 실질적으로 치료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17일 열린 '중증안과질환 치료환경 개선 및 치료제 보험적용 요건 완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유전성 망막질환을 포함해 고령층에서의 실명 질환 대응을 위한 조기 개입 방안이 논의됐다.

서울대병원 안과 윤창기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국내 안과 질환의 진단과 치료 환경은 아직 제도적·현실적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대표적인 유전성 망막질환으로 ▲망막색소변성 ▲레버 선천흑암시 ▲원뿔세포이상증 ▲스타가르트병을 언급하며, "대부분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해 양안 실명으로 진행되는 중증 질환임에도 진단과 치료 모두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21년 9월, 한국노바티스의 '럭스터나(보레티진네파보벡)'가 국내 허가를 받아 지난해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치료 접근성이 일부 개선됐다. 단안 투여 시 약 3억 원에 달하던 비용은 본인부담 800만 원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총 7명(13안)이 치료를 받았고, 이 중 6명(10안)은 보험 적용 이후였다.

윤 교수는 "국내 대규모 유전자가검사 데이터베이스에 비해 실제 치료 환자 수가 매우 적다"며 "진단조차 받지 못한 환자들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레버 선천흑암시처럼 발병 빈도가 높은 질환임에도 소아 환자 보고가 드물다는 점에서 미진단 환자군의 존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유전자 패널검사의 발견율은 50~60% 수준이며, 산정특례 대상임에도 검사 비용은 약 120만 원으로 여전히 고가다. 기술 발전으로 비용은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윤 교수는 "1차 검사에서 유전자 변이를 찾지 못하면 가족 검사나 전장유전체검사 등 추가 검사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급여 기준이 없어 수백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검사 가능한 기관도 일부에 불과하고, 검사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전문 인력이 부족해 지역 간 편차도 발생하고 있다.

그는 유전자 치료제 임상시험 기회를 활용해 유전자 검사 기회를 넓히는 방안도 제시하며 "치료제가 도입된 이후에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면 치료 시기를 놓치게 돼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럭스터나도 어린 나이에 투여했을 때 시력 개선 효과가 더 컸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기 진단의 중요성은 유전성 망막질환에 국한되지 않는다.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녹내장 등 고령층에서 유병률이 높은 실명질환 역시 자각 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만큼 조기 개입이 핵심이다.

의료계는 안저검사가 국가건강검진 항목으로 포함되기 위한 5대 요건 ▲중요한 건강문제일 것 ▲조기 치료 가능할 것 ▲국민 수용 가능성 ▲기반 인프라 존재 ▲검진 이득이 비용을 초과할 것을 모두 충족한다고 보고 있다.

윤 교수는 "안저검사를 국가검진에 포함하면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전체 치료비를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전국민이 안저검사를 받을 경우, 안과질환에 소요되는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윤 교수는 "실명은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중대한 보건 문제이지만, 조기 개입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환이 많다"며 정책적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가 차원의 스크리닝 체계 구축, 유전자 검사 접근성 확대, 공공 데이터 기반 해석 인프라 확충 등 다층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실명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삶의 질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예방을 위한 투자와 제도 개선은 국가적 책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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