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소아청소년과 24시간 진료체계 '친구 클리닉'이 첫 발을 내딛은지 한 달이 지났다. 야간 진료 공백 시간대 소아청소년과 부모 친구가 되고, 갈 곳이 없어 소아응급실을 찾는 중등증 이하 환자를 흡수해 응급의료 전달체계 내 역할을 담당하겠단 포부에서 출발한 시스템이다.
24시간 진료체계 안착을 위한 관건은 수요와 환자 만족도 등 성과다. 기존에 없던 진료체계로 관련 수가도 없이 '우선 출발'한 시스템인 만큼 성과로 필요성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메디파나뉴스는 최근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정성관 이사장을 만나 친구 클리닉 운영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친구 클리닉 내원 환자는 하루 50~70명 정도로 점차 늘고 있다. 출범 전 예상한 30~70명보다 높은 수준이다. 정 이사장은 환자 수도 늘고 있지만, 내원 지역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더 크게 느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구로우리아이들병원의 경우 인근 지역은 물론이고 인천, 파주, 안산 등 인접 지역, 심지어 울산과 충북에서도 내원했다. 성북우리아이들병원의 경우 의정부, 하남, 양주, 구리 등 수도권 외곽은 물론 강원도 원주와 전라도 광주에서도 병원을 찾았다. 24시간 진료체계에 대한 수요가 지역 경계 없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환자 만족도 역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진료를 받을 수 없던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에도 단순 처방을 넘어 주사·수액 치료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호자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분명할 것으로 판단했던 수요와 만족도는 확인되고 있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남은 상태다. 24시간 진료체계는 의사는 물론 간호사, 임상병리사, 영상의학기사 등 추가 인력 인건비 등 운영비 부담이 커 적자 운영이 불가피해 정부 관심과 지원 없인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환자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정책 당국에서도 관심을 갖고 향후 지원을 검토해 주리라 믿으며 최선을 다해 진료에 임할 것"이라며 "적절한 지원이 이뤄진다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소아의료체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Q. 야간 진료 공백 시간대 소아청소년과 부모 친구가 되고, 소아응급 전달체계에서도 어젠트 케어 클리닉 역할을 하겠단 이상적 취지로 '24시간 친구클리닉'이 출범했다. 내원 환자 수는 어느 정도고, 어떤 추세를 보이고 있는지.
보통은 하루 50~70명 선이지만, 주말과 공휴일은 물론 평일 자정 이후 진료 공백이 예상되는 시간대에도 예상보다 많은 환아가 내원하고 있다.
내원 환자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도 체감되지만, 숫자보다는 내원 지역의 확장이 더 크게 느껴지고 있다. 인근 지역의 환아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서남권은 광명과 부천을 넘어 인천, 파주, 안산, 심지어 울산과 충북에서도 내원하고 있다. 동북권 역시 의정부, 하남, 양주, 구리 등 수도권 외곽은 물론, 강원도 원주와 전라도 광주에서도 한밤중에 병원을 찾고 있다.
Q. 기존엔 진료를 받을 수 없던 시간대에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내원 환자 만족도는 어떤지.
기존에는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에 진료를 받을 수 없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24시간 진료가 가능해지면서 갑작스러운 아이의 증상 악화 시에도 신속하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매우 만족하고 있다는 반응이 많다.
진료 대기 없이 적시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는 의견이 많으며, 특히 늦은 시간에도 단순한 약 처방을 넘어 주사 치료나 수액 치료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호자들은 큰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 보호자는 '아이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당황스러웠지만, 새벽 시간에도 진료를 받을 수 있어 큰 위안이 되었고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하기도 했다.
Q.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 24시간 진료체계는 새로운 형태다. 의료진 입장에선 근무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24시간 친구클리닉'은 모든 것을 갖추고 어떤 환자에게든 대응할 수 있는 소아응급센터는 아니다. 구조상으로는 주간 외래 진료의 연장선에 있는 형태지만, 주말과 야간에 진료가 이어지다 보니 소아응급센터와 같은 역할을 기대 받는 경우가 많다.
비록 중증 환자 진료를 목적으로 운영되지는 않지만, 중증 여부를 빠르게 판단하고 초기 대응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진은 단순 외래 진료 범위를 넘어, 다양한 질환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모든 진료 인력이 평소보다 높은 예민도와 집중력으로 진료에 임해야 한다. 이는 제한된 인력으로 각자의 역할을 유기적으로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야간에만 근무하는 순환 근무 체계는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보호자는 물론, 이를 관리하는 행정과 정책 당국에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 이전처럼 의료 인력을 단순히 소모하는 방식으로는 이러한 시스템을 지속할 수 없다.
Q. 친구클리닉을 통해 환자 트리아제와 중등증 환자 커버, 상급종합병원 전원 등 어전트 케어 클리닉 역할로 소아 전문 응급센터가 본연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하겠단 목표도 설명한 바 있다.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하거나 보완해야할 부분이 있을지.
'2022년도 소아응급환자 중증도별 진료비 청구현황'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1·2등급에 해당하는 중증 응급환자의 비중은 3.9%에 불과하며, 그 외에는 중증 응급 의심 환자인 3등급이 43.1%, 경증 및 비응급인 4·5등급이 53.0%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적으로도 소아 응급환자 중 중증 응급의 비율은 높지 않으며, 대다수가 경증 또는 중등도에 해당하는 환자들로, 이는 우리아이들병원의 진료 수준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한 범위다.
소아 응급의료체계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심야 시간대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응급의료기관 외에는 없어 응급의료기관에 과부하가 발생한 점과, 소아 응급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가 부족해진 데에 그 원인이 있다.
우리아이들병원이 24시간 진료체계로 전환한 것은, 아픈 아이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고, 응급의료기관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야간·심야 시간대에 아픈 아이들이 응급의료기관이 아닌 일반 의료기관에서도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또 하나의 선택지를 제공하고자 한 시도다.
또한 우리아이들병원의 24시간 심야 소아환자 진료가 응급의료기관의 진료 부담을 덜어주고, 결과적으로 소아 응급의료체계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아진료 지역협력네트워크 구축 시범사업에 중심병원으로 참여 중인 우리아이들병원은 배후병원과의 진료 의뢰·회송 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있어, 심야 시간에도 아픈 아이들에게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다만, 자정 이후에는 달빛어린이병원에 야간관리료가 별도로 책정되지 않고, 운영지원금 역시 24시간 진료체계를 유지하기에는 현저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24시간 친구클리닉'에 대한 환자 만족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정책 당국에서도 관심을 갖고 향후 지원을 검토해 주리라 믿으며, 우리아이들병원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진료에 임하고자 한다.
지금으로서는 의사를 비롯해 간호사, 임상병리사, 영상의학기사 등 추가 인력에 대한 인건비 등으로 인해 24시간 친구클리닉 운영에 따른 운영비 부담이 커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용 환자가 점차 늘어나고, 정부의 인식 개선을 통해 적절한 지원이 이뤄진다면, 저출산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 소아의료체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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