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 치료기술, 빠르게 발전 중…보험기준은 제자리걸음

고려대의대 노승영 교수, 대한부정맥학회 전기국제학술대회서 발표
약제보다 효과 좋은 시술…급여 제한이 발목
보험 조건 완화하되 남용 방지는 경계해야
모바일 검사 수가, 빈맥 진단 기준도 재정비 필요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6-21 05:56

고려대의대 노승영 교수.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부정맥 치료 기술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의료행위 및 건강보험 급여 기준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여 적용여부에 따라 일부 환자들이 최적 치료 기회를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급변하는 의료환경에 발맞춘 정책 개편과 합리적인 급여기준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0일 고려대의대 노승영 교수는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제17회 대한부정맥학회 정기국제학술대회(KHRS 2025)의 Health Policy 세션에서 '부정맥 분야에서 재평가가 시급한 의료행위'를 발제로 이 같이 밝혔다.

노승영 교수는 "최근 부정맥 치료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심방세동 치료도 계속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거의 포기했었던 심부전 환자 치료도 리듬 컨트롤을 하고 있다. 또 과학이 발전하면서 조금 더 사람 맥박에 가까운 박동기로 바뀌고 기기는 작아지고 인공지능(AI) 등도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의 발전은 빠르지만 의료진이 이러한 흐름을 선도하고 있는지, 아니면 따라가기 급급한 것은 아닌지,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해야 됨에도 안이하게 생각하는 점은 없는지를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고 언급했다.

노 교수는 “심방세동 환자에서 항응고제 처방은 필수적인 치료 중 하나이며 보험급여를 인정해 주고 있다. 최근 추세는 조금 바뀌어서 옛날에는 언급이 없었던 비후성 심근병증이나 아밀로이드증(Amyloidosis) 같은 빠져 있던 부분에도 항응고 치료를 하라고 클래스 원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짚었다. 

보험급여가 안됐던 부분에서 환자치료를 통한 건강권 확보를 위해 급여 확대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이 있어 이에 대한 촘촘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노 교수는 "가장 논쟁이 되는 것은 CHA2DS2-VASc 점수"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CHA2DS2-VASc 점수는 전 세계적으로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을 예측하는 지표로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평가도구 중 하나다.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도를 울혈성 심부전(1점), 고혈압(1점), 75세 이상(2점), 당뇨병(1점), 뇌졸중·일과성허혈발작(2점), 혈관질환(1점), 65~74세(1점), 여성(1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평가하고 있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성별'에 따른 급여 여부다. 노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보험 기준에서는 CHA2DS2-VASc 점수가 2점 이상인 경우 급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여성인 경우 플러스 1점이 돼서 CHA2DS2-VASc 점수가 1점이라도 보험이 허용된다. 하지만 CHA2DS2-VASc 점수가 1점인 중등도 남성에게는 급여가 안 되는 제한점이 있다. 그래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심방세동 환자에서 시술이 약물치료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음에도 일정 기간 약물치료 후에만 시술이 가능하도록 하는 현행 급여기준이 임상적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반면 보험 조건을 지나치게 완화할 경우 시술 남용 등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제도 개선시 신중하면서도 합리적인 균형점을 모색해야 한다는 시각도 제시했다. 

노 교수는 "심방세동의 리듬 컨트롤을 위한 전극도자절제술로 심방세동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약제 치료보다 환자들에서 더 결과가 좋다는 내용들이 많이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항부정맥 약제를 쓰는 것도 리듬 컨트롤의 기본이지만 시술이 효과가 더 좋기 때문에 6주나 약물을 복용한 이후에도 환자가 호전되지 않을 경우 시술을 해 주는 보험조건이 과연 적절한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증상을 동반한 발작성 심방세동이라고 진단을 받은 환자가 고혈압 이외에는 다른 문제가 없기 때문에 약물 치료를 시작하게 되고 이후 효과가 좋다면 시술을 안 하고 계속 약을 복용하게 된다. 즉 평생동안 항부정맥제,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며 이런 환자들의 자유도가 보험 규정에 따라 제한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급여조건에서 제한 사항이 없을 경우 무분별하게 시술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결국 보험 조건을 너무 엄격하게 제한해서 환자 치료를 저해하는 것과 완전히 풀어버려서 의료 남용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즉 효율성과 안전성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노 교수는 이 외에도 빈맥 유발성 심근병증이라는 기준이 EF라든지, 어떤 방법으로 빈맥을 확인해야 할지 등에 대해서 학회에서 논의해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또 부정맥 진단을 위한 모바일 검사에 대한 수가 등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관련기사보기

에이티센스, 부정맥 분석 소프트웨어 '에이티리포트' FDA 허가

에이티센스, 부정맥 분석 소프트웨어 '에이티리포트' FDA 허가

에이티센스(대표이사 정종욱)는 지난 3일 자사 심전도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SW) 에이티리포트(AT-Report)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취득했다고 8일 밝혔다. 에이티리포트는 FDA에서 요구하는 더 엄격한 소프트웨어의 설계 검토, 유효성 검증, 리스크 관리, 임상적 기준을 충족해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기기 세계 1위인 아이리듬사의 제품보다 더 높은 등급(Enhanced Level of Concern, Enhanced LOC)으로 허가됐다. 최대 14일까지 장기 연속 심전도 측정이 가능한 일회용(Disposal) 패

식약처, 심부정맥 종합평가 시험법 설명회 23일 개최

식약처, 심부정맥 종합평가 시험법 설명회 23일 개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심부정맥 종합평가 시험법 설명회’를 23일 충청북도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C&V센터에서 개최한다. 22일 식약처는 비임상시험 연구자, 의약품 개발사 등을 대상으로 최신 심부정맥 평가 시험법을 안내하는 게 목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설명회는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에서 최근 개정한 종합적 심부정맥평가 시험법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한 검증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연구자가 해당 시험법을 쉽게 수행할 수 있도록 원리, 시험방법, 결과해석에 대해 설명한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는

부정맥학회 "65세 이상 심전도 검사, 국가건강검진 포함돼야"

부정맥학회 "65세 이상 심전도 검사, 국가건강검진 포함돼야"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65세부터는 심전도 검사를 국가건강검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대한부정맥학회는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하트 리듬의 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고령 환자에 대한 심전도 검사를 국가건강검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재차 주장하고 나섰다. 심전도 검사 국가검진 적용은 학회가 꾸준히 중요성을 피력하던 정책 중 하나다. 심전도 검사는 가슴 및 팔, 다리 전극판을 접촉시켜 심장을 뛰게 하는 생체 전기 신호를 측정하는 검사법이다. 심장을 뛰게 하는 전기 신호 발생 및 전달의 이상에 대한 진단을 토대로 부

심방세동 환자 유병율 급증…항응고제 처방, 지역 간 격차 뚜렷

심방세동 환자 유병율 급증…항응고제 처방, 지역 간 격차 뚜렷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심방세동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항응고제 처방의 지역 간 격차와 복약 순응도 저하로 인한 뇌경색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뇌경색 환자 5명 중 1명이 심방세동을 동반하고 있어 치료와 예방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제도적 보완과 의료진 및 환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0일 대한부정맥학회 최의근 학술이사는 '제17회 대한부정맥학회 정기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한부정맥학회 AF Fact Sheet 기반으로 본 한국의 심방세동 치료 현황'을

혈액 속 단백질 통해 심방세동 예측 AI 모델 개발

혈액 속 단백질 통해 심방세동 예측 AI 모델 개발

연세의대가 혈액을 분석해 심방세동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정보영·김대훈·박한진 교수(심장내과), 의생명과학부 양필성 조교 연구팀은 혈액 속 단백질 정보를 기반으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써큘레이션(Circulation, IF 35.5)에 최근 게재됐다. 심방세동은 가장 흔한 심장 부정맥으로 뇌졸중과 심부전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진단을 받지 못한

대구가톨릭대병원, '펄스장 절제술' 심방세동 치료 시행

대구가톨릭대병원, '펄스장 절제술' 심방세동 치료 시행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이영수, 배한준 교수는 최근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심방세동 환자에 최신의 '펄스장 절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심방세동은 노년사회가 진행되고 있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심장 부정맥 질환으로 뇌경색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펄스장 절제술은 고주파나 냉각 절제술과는 다른 원리를 가진 차세대 심방세동 치료법이다. 고전적인 방법이 고주파나 극저온을 이용해 조직을 괴사시키는 방식이라면, 펄스장 절제술은 고전압의 짧은 전기 자극을 통해 세포막에만 전기천공을 일으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