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필수의료, 중앙주도 한계…'중진료권+지자체 권한' 필요

23일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중진료권 역할과 거버넌스 토론회' 개최
더불어민주당 김윤·권향엽·김문수 의원 공동 주최로 진행
이재명 정부, 지역필수의료 분권기금…지자체 자율적 계획·집행 체계 구축
지역의료 살리려면, 보건의료 관련 예산 + 지역소멸기금 예산도 투자돼야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6-24 05:50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권향엽·김윤 의원, 건국의대 이건세 교수, 울산의대 옥민수 교수,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 조승아 과장.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지역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 정책에서 벗어나 중진료권을 기반으로 지방자치단체에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다만 70개 중진료권 모두가 의료를 정책 우선순위로 두고 있지 않은 현실과 재정 배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3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중진료권 역할과 거버넌스 토론회' 참석자들이 이 같은 의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권향엽·김문수 의원 공동 주최, 순천시와 건국대학교 공동 주관으로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국회의원은 축사를 통해 "수도권 중심의 구조 속에서 비수도권 주민들은 점점 의료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다. 지역구인 순천·광양·곡성·구례가 속한 전남 동부권의 상황은 그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순천시 소재 병원을 찾는 환자의 48.7%는 광양, 여수, 고흥, 보성 등 순천 인근의 다른 도시에서 오고 있다. 이 의료수요는 공공병원이 아닌 열악한 재정과 인력난 속에서 필수의료를 감당하고 있는 민간병원이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초지자체가 민간병원을 보조하고 싶어도 건강보험 재정에 개입할 수 없는 현행 법제도에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중진료권이 행정구역에 따라 설정돼 있어 인근 지자체에 협력을 요청하기도 곤란하다. 이러한 순천시의 사례는 지금의 중진료권 시스템이 국민의 실제 의료생활권이 아닌 지도 위의 선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권향엽 의원은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순천은 여수, 광양 등 인접 지자체와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등 실질적인 중진료권 단위 거버넌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시민단체, 시의원, 의사회가 뜻을 모으고 있다. 순천에서 새로운 중진료권 단위를 제시하기 위한 정책적 실험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기초지자체엔 권한 없어…지역의료 구조적 한계"

본격적인 토론회 주제 발표에서 지역 필수의료를 떠안고 있는 민간 병원 손실이 크지만 행정·재정적 지원은 부재하고 지역 간 협력체계는 허울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진정한 해법은 중앙 중심의 획일적 접근이 아닌 중진료권 단위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한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토론회 첫 연자인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이건세 교수는 '중진료권 단위 지역·필수의료를 위한 정책 쟁점'을 발제로 이 같은 의견을 밝히면서 의사, 간호사 등 지역 의료계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지역 의료현장이 절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건세 교수는 "지역 민간병원은 감염병, 산단사고, 노인진료 등 공공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행정·재정 지원은 전무한 상황에서 버티고 있다. 일례로 분만은 연 10건 밖에 안 되지만 지역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의료이기 때문에 유지하고 있다"면서 "반면 책임의료기관인 공공병원은 실질적 권한과 인력, 재정이 부족해 중증이송, 병상조정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또 "여수, 순천, 고흥 등의 지역 소재 병원간 협력과 연계 시스템이 없고 보건소는 행정기능에 집중돼 있어 지역의료 조정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정책은 지역의료계획이 실질적 생활권·진료 흐름과 괴리를 만들고 있다. 더욱이 70개 중진료권은 실제 의료이용권이나 교통, 생활권 기반이 아니라 행정 구획 기반으로 설정돼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필수의료 계획 수립 권한이 대부분 광역에 있고 기초지자체는 실행 주체임에도 기획 권한은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 배분 방식과 권한 구조를 개편하지 않으면 지역 단위 의료계획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지역의료의 본질적 개선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라는 시각도 내놨다.

이 교수는 "건강보험 수가 및 국가보조금 대부분이 개별 병원 또는 지정사업단위로만 배분돼 지역 단위 계획이나 연계사업에서 어려움이 있다. 또 지자체가 건강보험 재정구조에 기획적 개입이 불가능해 지역 통합계획과 자금집행이 분리돼 있다"며 현재의 재정 배분 구조에서의 지역의료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에 국회 차원에서 순천시 및 중진료권 기반 필수의료체계 강화를 위해서 법률 개정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기초자치단체가 어떠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법적 근거가 없다. 이러한 제도적 발판을 마련해 준다면 순천과 같은 기초자치단체 또는 중진료권, 생활권 단위로 모아서 지역의료를 개선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시도 또는 지방의료원만 예산을 줘서는 중진료권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에 관련된 예산뿐 아니라 지역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지역소멸기금에 관련된 예산도 투자하는 것들이 굉장히 필요하다"며 "건강보험의 1%만이라도 지역필수의료를 개선할 수 있도록 시범적으로라도 진행해야 한다. 이런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 중심이 아닌 여러 지자체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토론회 좌장인 김윤 의원은 이에 대해 "결국 2차 의료 단위가 중진료권 요건이다. 그런데 그 중진료권에 속한 기초자치단체들이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지역필수의료를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요약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공약 첫 번째가 지역필수의료다. 그 안의 핵심은 필수의료의 지방분권기금을 지자체가 세운 필수의료계획에 따라 자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체계, 그것을 통해 여러 가지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또 "필수의료 지방분권 공약을 담은 법안을 민주당이 지난해 발의했다. 필수의료강화특별법이다. 이 안에는 이건세 교수가 말한 내용 대부분이 담겨 있다. 다만 명시적으로 중진료권 단위로 뭘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좀더 보완히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법안 심의가 시작되면 조금 더 개정된 법률안을 권향엽 의원이나 김문수 의원이 제안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윤 의원은 "70개 중진료권은 시도 경계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원래 의료·생활권 중심의 중진료권은 시도 경계에 걸쳐있는 55개 중진료권이 원본이다. 그런데 이것을 시도 경계를 맞춰서 조정하다 보니 실제 의료·생활권과 일치하지 않는 여러 개의 중진료권이 현재 설정돼 있고 이로 인해 적지 않은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생활권 중심으로 진료권 자체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지역 관점에서 필수의료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호를 넘어선 체계적 기획과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의료인력 양성·배치, 안정적 재정 확보, 실효성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관점도 제시됐다. 

"지역의료 인력 해법, 특수 목적 의대 설치밖에 없다"

두 번째 연자인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옥민수 교수는 '지역 관점에서 본 중앙정부의 필수의료정책 과제'를 발제로 이 같이 밝히면서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심화되는 현실 속에서 기존 대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또 지역필수의료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공통 의과대학 설립을 통한 지역 캠퍼스 운영, 공공보건의료기금 조성과 그 집행 권한의 지역 이양, 중진료권 단위의 위원회 설치 등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옥민수 교수는 "정책지원의 핵심 방안 설정은 ▲의료자원 ▲경제적 지원 ▲지역내 거버넌스에 있다"며 "2022년 기준으로 의사(양한방)수는 16만3115명, 간호사수는 25만4227명이다. 그런데 지역간 의사 및 간호사수의 격차가 상당하며 시간이 갈수록 시도별 인구 1000명당 그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의대정원 확대 그 이상의 논의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한 인력양성 배치 전략에서 더 이상 남은 대책이 별로 없다. 지역인재전형과 공중보건장학제도는 물론 지역의사제도 효과가 약하다. 특수 목적의 의과대학을 설치해야 된다. 중앙정부에서 공통 의과대학을 하나 만들고 지역에 캠퍼스를 두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데 방점을 뒀다.

법적 근거에 기반한 기금을 마련하고 중진료권 단위로 예산을 설계해 지역이 주도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옥민수 교수는 "만약 '공공보건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역의료기금을 조성한다면, 이를 기본계획과 연계해 실효성 있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시도 역시 이 계획에 기반해 자체적인 집행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중진료권에서 활용 가능한 기금 계정을 추가로 신설하고 도 간 경계를 넘는 협력이 필요할 경우에는 별도의 계정을 마련해 이에 따라 집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중앙정부는 지역에 권한을 부여할 경우 준비가 충분한지 우려할 수 있지만 이는 결국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지역 내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특별법안에는 시·도 필수의료위원회 설치가 명시돼 있다. 이 위원회 또는 중진료권 단위 위원회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병상 관리나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한 시범사업 평가 등 실질적인 권한이 지속적으로 부여돼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 공공보건의료 기본 계획 수립 중…지역의료 활성화 의지 강조

간담회를 통해 복지부는 올해 공공보건의료 기본 계획 수립을 통해 지역의료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중진료권 기반으로 지방자치단체에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 공감을 나타냈다. 다만 지역간 균형을 맞추는 문제와 지역필수의료 기금 규모, 관련 법적·행정적 과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 조승아 과장은 "지역완결적 의료, 지역의료가 붕괴되고 있다는 문제의식, 그리고 교육과 의료가 지역에서 국민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의료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대책에 대해 많은 것을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 70개 중진료권으로, 이 진료권을 통한 지역 완결적 의료행위, 진료권과 시도, 시군구, 각각의 역할에 대해 예산과 지원, 책임과 권한 등을 부여해 바튼 업(bottom-up)으로 활성화될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들 동의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어떤 가이드라인이 충분하지 않았을 때 순천처럼 지자체 차원에서 의료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은 지역도 있지만 다른 현안 때문에 의료 분야에 관심이 굉장히 적은 지역도 있다. 그런 지역간 밸런스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분명히 있다"고 짚었다.

조 과장은 "올해는 내년부터 적용될 공공보건의료 기본 계획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국정과제를 세팅하는 시점에서 지역의료에 필요한 기금도 충분해야 중앙과 지역이 조금 더 역점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때문에 기금 규모를 국정과제 공약에도 들어가 있었지만 조성해 충분한 규모가 된다면 이 부분을 활용해 시도와 시군구 그리고 중진료권 행정 권역과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지자체가 가진 기본적인 권한을 바탕으로, 지역 간 권역을 넘나드는 협력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법적으로 어떻게 권한과 기능을 부여하고, 재원까지 함께 뒷받침해 권한을 실질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을지 보다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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