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上)] 창고형 약국 향한 기대-우려, 제약계 두 갈래 시선

평일에도 문전성시…소비자 경험 제각각, 재방문 의사 엇갈려
업계 "소비자 중심 트렌드, 대비"-"OTC 산업 위협 우려도, 신중해야"

조후현/문근영/조해진 기자2025-07-14 05:59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문근영·조해진 기자] 창고형 약국 등장에 높은 소비자 관심이 확인된다. 제약업계에선 소비자 중심 트렌드라는 새 바람에 대비해야 한다는 긍정적 시각과 부작용 우려로 신중론을 펼치는 보수적 시각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창고형 약국 입장을 위해 대기하는 차량들과 교통을 통제하는 직원들. 매장 내부엔 계산 대기줄이 매장을 둘러 이어져 있다. 사진=조후현 기자

평일에도 문전성시…소비자 경험 제각각, 재방문 의사 엇갈려

지난 9일 오전, 섭씨 35를 넘는 폭염 속 창고형 약국 '메가팩토리'가 위치한 블록은 3면이 차로 둘러싸였다. 만차인 주차장 진입 대기를 위해 늘어선 줄이다. 매장 건물 1층을 제외한 2~4층이 주차장이고, 인근 건물 주차장까지 이용함에도 대기행렬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진입로와 사거리, 옆 건물 지하주차장 입구 등 외부 주차 요원만 대여섯 명이 배치돼 있었고, 무전기엔 주차장 내 잔여 주차대수 변동을 알리는 무전이 오갔다.

현장 교통 통제 직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인데, 오픈 시간에 오거나 아니면 마감 전엔 6시 이후에 오면 좀 낫다. 보통 10시에 오픈하면 주차장은 바로 만차가 되고, 들어간 손님들이 구매하시는 11~12시 사이엔 차가 잘 안 빠진다고 보면 된다"며 "기본 30분 이상은 대기하는 것 같다. 차는 웬만하면 갖고 오지 않는 게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고형 약국 인기는 매장 내부에서도 확인됐다.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이 증상별로 배치된 각 통로는 상품을 고르는 소비자로 붐볐고, 사이사이 빠진 물건을 채워넣는 직원 모습도 눈에 띄었다. 카트를 끌고 계산을 기다리는 줄은 계산대가 있는 매장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이어졌다. 계산을 하고 나온 소비자들에 따르면 계산 줄만 15분 이상은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창고형 약국을 경험한 소비자 입장은 긍정과 부정으로 나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재방문 의사와도 연결됐다.

쇼핑을 마치고 나온 소비자 A씨 부부는 "보통 동네 약국 가면 물어보고 주는 대로 받는데, 여기선 원하는 걸 직접 보고 고르는 게 편한 것 같다. 누가 오면 부담되는데 사고 싶은 걸 편하게 신경쓰지 않고 살 수 있어 좋다"며 "가격은 약간 싼 것 같긴 한데 시간 내서 올 만한 차이는 없다. 가족들이 필요한 약을 모아서 많은 양을 구매할 때는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산하는 분들도 보면 전부 10만원, 20만원 이상은 구매하더라"고 덧붙였다.

아기를 안고 약국을 찾은 B씨 부부는 "동네에 원래 가는 365일 약국이 있는데, 여기가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왔는데 딱히 체감은 못했다. 박카스가 300원 정도 싸서 한 박스 구매했다"며 "도착해서 주차만 30분은 걸렸다. 동네 365일 약국은 도착해서 사고 나오는 데까지 20분도 안 걸린다. 재방문은 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기자가 만난 소비자들은 낮은 접근성을 감수할 만한 가격적 매력 여부를 만족도 주요 결정 기준으로 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재방문 여부에 답하는 양상을 보였다.
 
창고형 약국을 찾은 소비자들이 약을 직접 고르는 모습. 사진=조후현 기자

제약업계, 두 가지 시선…"소비자 중심 트렌드, 시장 새 바람 대비해야"

제약업계에선 이런 상황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은 일반의약품과 건기식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원하는 품목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커지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소비자가 기존엔 약국에서 본인 증상에 적합한 품목이 어떤 게 있는지 확인하고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는데, 창고형 약국에선 소비자가 증상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을 진열한 곳 주변에 있는 약사가 설명하는 효능·효과 등 정보를 확인하면서 여러 품목 가운데 원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라며 "동일한 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 선택지가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저렴한 가격은 선택권 확대에 이어 소비자가 창고형 약국을 찾는 이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 B씨는 모든 품목 판매 가격이 다른 약국 대비 낮은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판매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약국보다 대량으로 물품을 거래하기에 판매 가격을 낮게 설정할 수 있는 품목이 존재한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창고형 약국에서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소비자가 있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제약업계는 창고형 약국을 선택권, 가격 관점뿐만 아니라 소비자 중심 유통 트렌드가 의약품, 건기식 시장으로 침투한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본 드럭스토어 모델과 유사한 형태로, 한국 의약품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 C씨는 이와 관련해 창고형 약국을 단기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소비자 중심 약국으로 변화하는 구조적인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창고형 약국 성공 여부에 따라 약국 형태가 이전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유통 플랫폼이 소비자 요구를 충족하는 형태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제품 선택 등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창고형 약국이 증가할 수 있다"며 "최근 대형 약국이 생기고 있는 흐름과 결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약국 대형화는 다른 관계자가 언급한 내용과 맥이 닿는다. 업계 관계자 D씨는 단순히 면적이 큰 게 아니라 의약품, 건기식 등 진열 효율성, 제품 다양성 등 요소를 갖춘 약국이 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프랜차이즈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을 엿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 입장에선 이 같은 변화가 판매 채널 다각화, 유통 협상력 재편, 브랜드 노출 전략 변화 등 다층적 영향을 미친다. 보다 선제적이고 유연한 대응이 필요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카트에 일반의약품을 담고 구경하는 소비자들. 사진=조해진 기자

오남용부터 OTC 산업 위협 우려까지…"신중한 대응 필요"

반면 의약품 오남용과 같은 일반적 우려는 물론 시장 구조와 약국 생태계 붕괴, 일반의약품 산업 위협 등 업계 차원에서의 우려도 적지 않다. 이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과도 이어지며 주시는 하되 대응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으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의약품도 의약품이란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오남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일반의약품 판매 오남용에 대해 인지하고 있던 제약업계 종사자로써 일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장점일 수도 있지만, 온라인이나 블로그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통해 약사 처방이나 전문지식 없이 제품을 구매하는 것엔 걱정이 있다"며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통해 출시한 제품이더라도, 의약품이란 점을 생각해보면 약사 설명 없인 오남용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약국 난매로 유통 구조가 무너질 경우 일반의약품 산업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제약업계 측면에선 과도한 가격 할인 등으로 시장 구조 자체를 무너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반의약품을 발매하면 전국적 확산이 필요한데, 일부 대형약국 난매로 제품이 망가지기 시작하면 개발이 줄어들고 산업 자체를 위협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맥락에서 약국 생태계 붕괴도 우려가 제기되는 요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판매량으로 주변 약국보다 추가적 이점을 갖고 판매한다면 인근 약국 일반의약품 판매량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대형약국에서도 창고형 약국을 의식한 가격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소형, 중형 약국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창고형 약국 등장 직후 확인된 일반의약품 수요가 장기적으로 수익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확인된다. 이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의약품 신뢰성과 품질관리, 복약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약이 소비재처럼 유통되는 흐름이 강화되면, 제약사도 브랜드 인지도를 직접 끌어올리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 이는 마케팅 비용 상승과 ROI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창고형 약국도 크지만 종로 등 지역마다 비슷한 매출규모를 갖는 큰 약국이 이미 있어 대형 거래처 중 하나가 생긴 정도로 볼 수 있다. 다만 품목 소비 트렌드를 바꾸게 되면 그에 맞는 영업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영업전략 역시 약사 직능, 약국 시장 내에서 어떤 변화가 생길지와 어떤 방향으로 매듭지어 나갈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주도하기보단 대응하는 방식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문근영/조해진 기자

기사작성시간 : 2025-07-1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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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6시간 전

    동네 약국가서 약사랑 충분히 이야기듣고 살랍니다 약 잘못먹어 얼굴붓고 알러지에 간망가지고 그런거 많이 겪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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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19시간 전

    가봤는데, 타이레놀, 탁센 같이 대중적이면서 저렴한 약품은 더 싼데 중고가 의약품들은 동네 약국이 더 저렴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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