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빈혈·폐질환 동반 여성, '무증상 단백이상' 시 혈액암 주의

서울성모병원 연구팀, 다발골수종 진행 예측모델 개발
15년간 5,361명 분석‥위험인자 동반 시 발병 위험 2.5배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9-03 10:20

(왼쪽부터) 혈액내과 박성수·민창기 교수와 약리학교실 한승훈·최수인 교수

무증상 단백 이상 질환자가 난치성 혈액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위험인자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규명됐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다발골수종센터 연구팀은 무증상 단클론감마글로불린혈증(MGUS, Monoclonal Gammopathy of Undetermined Significance) 환자가 혈액암인 다발골수종으로 진행할 위험을 높이는 5가지 인자를 밝혀내고, 이를 점수화한 '다발골수종 진행 예측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는 혈액내과 박성수·민창기 교수와 약리학교실 한승훈·최수인 교수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활용해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5년간 MGUS로 진단받은 환자 5361명의 예후를 정량 분석했다.

MGUS은 혈액 속에 비정상적인 단클론 면역글로불린이 검출되는 질환으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는 증상이나 장기 손상을 일으키지 않아 바로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골수에 축적되면서 매년 약 1% 확률로 악성종양으로 진행할 수 있어 혈액암 다발골수종의 전구 질환으로도 인식돼 왔다.

연구 결과 MGUS 환자의 악성 진행 위험은 기존 인식보다 컸다. 전체 대상자 중 345명(6.4%)이 다발골수종으로 진단됐고, 이 중 253명(73.3%)은 장기 손상 등 증상을 동반한 증상성 다발골수종으로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만성 폐질환, 위궤양 질환, 당뇨병, 비종양성 혈액질환(빈혈, 혈소판감소증 등)이 위험인자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점수화해 환자를 저위험(03점), 중간위험(45점), 고위험(7점 이상)으로 분류했으며, 고위험군은 다발골수종 발병 위험이 2.5배 이상 높았다.

박성수 교수는 "MGUS 환자 중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위험인자를 동반한 여성 고령 환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보다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 의료진들이 환자를 추적 관찰할 수 있는 체계가 부족했는데, 이번 예측도구 개발로 개별 환자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창기 교수는 "이번 모델은 단일 인자보다는 복합 건강 상태를 정량화한 도구로, 진료 현장에 직접 적용 가능하다"며 "1차 진료기관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어 MGUS 고위험 환자의 조기 식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와 함께 진단기술 발달로 MGUS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으나, 혈액암으로 진행할 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 실질적 도구가 부족했다. 이에 연구팀은 예측모델을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R-Shiny)으로 구현해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다발골수종은 골수에서 발생하는 대표적 혈액암으로, 악성림프종·백혈병에 이어 흔히 나타난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환자 수는 2014년 5,566명에서 2024년 1만1219명으로 두 배 증가했다. 매년 2,000명 이상이 새로 진단되며, 환자의 80% 이상은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암세포가 뼈를 침범해 골절, 빈혈, 신부전 등 합병증을 유발하는 난치성 질환으로, 최근 다양한 치료제 도입으로 생존율은 향상됐지만 재발과 불응 문제가 여전히 크다.

서울성모병원은 국내 최초 혈액병원을 설립해 자가조혈모세포이식, 신약 기반 유지요법, 면역항암제 도입 등 정밀 치료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감염내과와의 다학제 진료, 혈액암 전문 간호사 관리 등으로 치료 성과를 높여왔다. 최근 10년간 치료 성적 분석에서도 다발골수종 환자의 생존기간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국가 단위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정량 분석과 예측도구 첫 개발이라는 점에서 국제적 주목을 받았으며, 유럽종양학회 공식 학술지 'ESMO Open'(Impact Factor=8.3)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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