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남발·보조제 맹신 경계…"성장은 의학적 근거가 우선"

황진순 원장 "불필요한 검사 대신 성장판 판독이 핵심"
성장호르몬 남용은 위험…"꼭 필요한 아이에게만 사용해야"
영양제·보조제 맹신은 금물…부모 인식 개선 절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9-30 06:00

닥터황성장의원 황진순 원장.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모든 진료에 불필요한 검사와 하지 않아도 될 치료를 하지 말자." 이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철학으로 진료를 이어가는 대학병원 출신 전문의가 있다.

닥터황성장의원은 성장호르몬제의 무분별한 사용을 경계하며, 성장 문제로 내원한 환아에게 '3분 진료'를 넘어선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올해 3월 문을 열었다. 황진순 원장은 아주대병원 소아내분비과에서 30여 년간 연구와 진료, 교육을 이어온 인물로, 대한소아내분비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국제 학술지에 1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권위자다.

대학병원에서 다양한 소아내분비 질환을 폭넓게 다뤄야 했던 그는 성장 환아를 충분히 살필 수 없는 현실적 제약을 절감했다고 한다. 환자 예약은 끊임없이 밀리고, 성장만을 집중적으로 진료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뚜렷했다.

29일 기자간담회에서 황 원장은 "대학병원 소아내분비 전문의는 성장뿐 아니라 당뇨, 갑상선 질환, 선천성 대사·유전 질환까지 맡아야 한다. 예약이 밀려 성장을 고민하는 환아를 충분히 볼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개원을 결심한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성장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일이다. 따라서 환아에게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진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황 원장이 꼽는 성장 치료의 핵심은 '정확한 진찰'이다. 불필요한 검사를 남발하기보다, 성장판 판독과 기본적인 검사만으로도 치료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과잉 검사에 기대는 현실이 오히려 부모의 불안만 키운다고 지적했다.

황 원장은 "보호자들이 급한 마음에 여러 병원에서 피검사를 다 해와도 성장판 하나만 찍어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불필요한 검사가 너무 많이 이뤄지고 있고, 무조건 일반적인 경향을 우리 아이에게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성장판 판독 경험을 축적해왔다. 다채로운 임상 사례를 통해 얻은 노하우는 환아 맞춤형 치료로 이어졌고, 이는 곧 진료의 차별성을 만들어냈다.

황 원장은 "성장 진료와 치료의 출발점은 환아의 정확한 상태 파악이고, 이는 곧 성장판 판독에 달려 있다"며 "수많은 임상 경험을 통해 최적화된 치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황 원장이 구입한 약품 보관 냉장고. 사진=박으뜸 기자

환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장치도 꼼꼼히 마련했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 교육 전문의 인증을 내걸고, 성장호르몬제를 보관할 전용 냉장고까지 갖춰 안정성을 높였다. 이는 대학병원에서도 보기 힘든 장비다.

황 원장은 "대학병원에도 없는 장비를 개원과 함께 들여왔다. 약품을 항상 안전하게 보관하며 진료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한편, 성장호르몬제 사용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늘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9세 이하 처방 인원은 2020년 1만 2507명에서 2024년 3만 4811명으로 5년 만에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청구 금액도 같은 기간 596억원에서 1592억원으로 불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곧 남용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원장은 "함부로 성장호르몬을 남발하는 것은 지양한다. 맞지 않아도 되는 아이들은 성장판 촬영과 지속적인 추적 관찰을 통해 판단한다"며 "보호자에게는 '내 아이를 돌보듯 진료하니, 믿고 따라와 달라'고 늘 설명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보험 급여 제도의 현실도 짚었다. 현재 성장호르몬제 사용에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황 원장은 "성조숙증 치료제는 여아 만 8세(7세 365일) 미만, 남아 만 9세(8세 365일) 미만을 대상으로 한다. 또 '특발성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진단받으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남아는 165cm, 여아는 153cm까지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특발성 저신장증(ISS)'은 우리나라에서는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황 원장은 "ISS는 성장호르몬 결핍증도, 유전 질환도 아니지만 또래 평균보다 현저히 작은 경우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한국은 부모 부담으로 치료해야 한다"며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심리적 위축이나 사회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어 치료 접근성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장치료 현장에서는 부모들의 과도한 기대가 영양제와 보조제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의학적 근거 없는 섭취는 성장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황 원장은 "아이들은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면 부모의 유전적 잠재력만큼 자라게 된다. 반면 과도한 영양제 섭취는 오히려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타민D와 칼슘에 대한 맹신은 특히 위험하다. 기본 검사를 통해 결핍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보충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기본 검사에서 칼슘이나 단백질이 부족하다면 보충할 수 있지만 실제 환아들은 이미 칼슘 수치가 높은 경우가 많다. 칼슘이 과잉이면 성장판이 빨리 닫히거나 결석이 생길 수 있어 해롭다"고 말했다.

결국 성장호르몬 치료제든 보조제든 핵심은 '의학적 근거'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황 원장은 "키 성장 관련 제품이 시중에 많이 나오지만, 정식 임상시험을 거쳐 의학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성장호르몬이 유일하다. 성장 보조제는 본질적으로 성장을 촉진하지 못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성장 치료는 의학적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 부모들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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