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눈의 날'…고도근시, 망막 건강의 위험 신호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5-10-01 16:46

매년 10월 둘째 주 목요일은 WHO가 제정한 '눈의 날'이다. 우리 눈의 고성능 센서 역할을 하는 망막은 '그물을 이룬 막(網膜)'이라는 이름처럼 1억개 이상의 세포가 얽히고설킨 정교한 조직이다. 안구 가장 안쪽을 둘러싸고 있으며, 빛을 인지하고 전기신호로 변환해 뇌로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고도근시가 있다면 망막 구조에 변화를 유발해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근시의 유병률은 세계적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고,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그 유병률이 더 높아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고도근시가 망막에 미치는 영향과 적절한 눈 건강 관리법까지 안과 박운철 교수와 알아봤다.

근시는 눈으로 들어온 빛이 망막보다 앞에 맺혀 멀리 있는 물체를 선명하게 보지 못하는 상태다. 안경 도수를 나타내는 디옵터(diopter)로 구분하며, 일반적으로 -6디옵터 이상이거나, 안구 길이 26mm 이상일 때부터 고도근시로 분류된다.

고도근시 중 굴절력에만 문제가 있는 환자는 안경이나 렌즈로 시력 교정이 가능하지만, 안구가 앞뒤로 심하게 길어진 환자는 망막과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까지 영향을 받아 병적인 시력 이상(황반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풍선을 크게 불수록 표면이 얇아지고 터지기 쉬운 것처럼, 안구가 비정상적으로 확장될 경우 망막이 약해지면서 손상이나 노화에 더욱 취약하게 변하는 것이다. 이는 넓은 의미에서는 황반변성의 한 종류이지만, 고령층에게 흔히 발생하는 나이관련황반변성과는 원인과 진행 양상이 다르다. 

근시성 신생혈관은 안구가 확장되면서 망막 외측 조직에 틈이 생기고 그 사이로 작은 혈관들이 새롭게 자라난 것을 의미한다. 이 신생혈관은 출혈이나 삼출물을 발생시켜 시력을 저하시킬 수 있고, 시간이 지나 혈관이 퇴행하면 망막 중심부에 큰 위축이 발생하면서 시야 한가운데가 깜깜해지는 중심 암점이 생길 수 있다. 황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며, 안구에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 억제제를 주사해 치료한다.

망막층간분리는 안구가 늘어나는 속도를 세포조직이 따라가지 못할 때 망막을 구성하는 세포층들이 서로 분리되면서 발생한다. 이 증상이 황반 중심부를 침범하면 시력이 저하되며, 더 심해지면 망막 가운데에 구멍(황반원공)이 생기고 결국에는 망막 조직이 제자리에서 떨어질 수 있다(망막박리). 이로 인해 망막층간분리가 계속 진행해서 시력에 유의한 영향을 준다고 판단될 경우, 갈라지거나 떨어진 망막 조직을 다시 붙여주는 고난이도 수술이 필요하다.

시신경 뒤틀림도 원인인데, 안구 뒤쪽이 늘어나면 시신경 연결 부위(시신경유두)가 변형될 수 있고, 이는 시신경 연결에 문제를 유발해 시야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를 위해 신경을 보호하고, 시야장애를 예방하는 안압하강제를 투여한다.

고도근시 황반병증은 주로 40대 이상에서 발생하며, 여성이 남성보다 흔하다. 또한, 고도근시 환자 중 안구 길이 증가 등 구조적 변화가 멈추지 않고 오랜 시간동안 서서히 진행되는 사람은 40~50대에 망막과 황반 기능이 정상이더라도, 60~70대에 새롭게 황반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안구의 비정상적 확장 자체를 막는 방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신생혈관, 망막층간분리 등 고도근시 눈의 안구확장으로 인해 발생한 2차적인 합병증은 주사나 수술을 통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따라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도근시 환자는 눈 건강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시력 변화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최소 6개월마다 전문의에게서 망막단층촬영(OCT) 및 안저 검사를 받고, 1년에 한번 정도는 안구 길이 검사를 통해 증가 양상을 관찰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갑자기 시야의 한가운데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거나 깜깜해지는 중심 시력저하가 발생할 경우 지체하지 말고 망막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박운철 교수는 "망막은 수많은 시각세포와 혈관으로 구성된 얇은 신경막으로, 약간의 구조적·기능적 변화만으로 시력과 시기능의 장애를 가져올 수 있고, 이는 삶의 질과 직결되므로 많은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고도근시 외에도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망막박리 등 다양한 망막 질환이 시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지만, 기술의 발달과 신약 개발로 이전과 달리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

이어 "시력 저하, 시야 장애 등의 증상이 있으면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며, 먼지나 작은 벌레가 떠다니는 듯한 비문증, 눈앞이 번쩍거리는 광시증 등도 망막 질환의 전조일 수 있어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눈이 두 개다 보니 종종 본인도 모르는 사이 질환이 발생한 경우가 있는데, 정기적인 안과 검진으로 질환을 조기 발견하고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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