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암 치료 시장 1000조원 중 루닛의 1%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08-25 06:00

24일 열린 루닛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였다. 보도자료를 받아 보는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2033년에는 연매출 1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돼있었기 때문이다. 

의료 인공지능(AI)이 개화기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이제 반기 매출 164억원을 기록한 기업이 아니던가'하는 생각이었다. 

전날 있었던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단행에 대한 '주주 달래기' 용도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어진 루닛의 비전 발표를 들으며 '허황된 수치는 아니겠구나'하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루닛 설립자 백승욱 의장에 따르면, 글로벌 암 치료에 쓰이는 연비용은 1000조원이다. 그 중 대다수 비용은 암을 직접적으로 치료하는 항암제 시장이다. 그럼에도 암 치료 시장에서 큰 폭으로 성장하는 산업이 있다. 암 진단 시장이다. 실제 암 진단시장 규모는 연평균 9.6% 성장해 2030년에는 2530억 달러(약 335조원)에 달할 거란 전망이다.
 
루닛은 암 영상진단과 암 치료 예측 효과를 분석해주는 바이오마커 기술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AI 기술을 가진 기업. 

이미 유럽에서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대신에 '루닛 인사이트'를 활용해 유방암 진단을 내리고, 항암 신약을 개발하는 글로벌 빅파마가 '루닛 스코프'를 이용해 신약 후보물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 의료 AI 업계가 국내 시장 활로 개척에 매달리던 것과 달리 루닛은 애초에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해외 시장 개척에 몰두해 온 덕분이다. 투자금 상당수를 해외 국가 데이터셋 구매에 사용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1000조원이란 수치가 맞다면, 그 중 '1~2%를 루닛 의료 AI 기술이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에 대한 답은 '그렇다'였다. 

그 만큼 회사는 성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실제 루닛은 세계 유수 학회에서 임상 근거를 내놓으며, 암 영상진단에서 전문의를 대신하는 수준으로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항암신약 개발 영역에서는 빅파마들이 루닛 바이오마커 기술을 먼저 찾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바이든 정부가 구상한 암 정복 프로젝트인 '캔서문샷'에도 창립 멤버로 합류해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여기에 루닛은 향후 10년 사업으로 AI 기반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사업과 신약개발도 추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날 이를 위한 세부 추진전략들까지 개괄적으로 소개했지만, '방향성' 하나는 분명했다. 바로 'AI로 암 생존율을 높이고, 암 치료 비용을 줄인다'라는 미션 달성이다. 

그러면서 백승욱 의장은 이 자리까지 루닛이 올 수 있었던 원동력도 이러한 방향성이라 답했다.   

그는 "설립 후 4년 사이에 팀과 방향성이 딱 잡히기 시작했다. AI를 통해 암을 정복하자는 것이었다"라며 "이후 동물 실험실 레벨에서 머물렀던 AI가 실제 사용이 가능해지고 판매가 가능한 버전으로 출시됐다"고 술회했다. 

또 백 의장은 10년 후에도 이 방향성은 잃지 않을 것이라 했다. "AI를 통한 암 정복은 평생을 헌신할 만한 목표"라 강조하면서다.

이러한 방향성을 향후 10년, 20년 후에도 잃지 않는 기업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밀의학 실현을 위해 수년간 제 길을 뚝심있게 걸어온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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