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단속에 한계 분명‥줄다리기 계속되는 건보공단 '특사경'

[테마로 보는 의료계 결산①] 현 보건의료 특사경, 수사의 전문성 미흡하고 전문 인력 부족
수사에 소요되는 기간 장기화, 요양급여 지급 차단 지연돼 건보 재정 누수
건보공단, 사무장병원 예측 가능 시스템 확보‥현장조사 경험 축적으로 수사에 장점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2-19 11:49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특별사법경찰권' 도입은 또 해를 넘기게 됐다.

건보공단은 특사경 도입을 위해 여러 곳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해소하고자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지난 7월 취임한 건보공단 정기석 이사장도 특사경 도입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의지를 보인 상황.

그러나 의료계의 반대는 여전히 거셌고, 21대 국회에에서 특사경 법안 통과는 불투명해졌다.

결국 건보공단의 특사경이라는 꿈은 또 내년에 줄다리기를 지속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는 현재 사무장병원 등 단속에 대해 현행 제도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 날로 심각해지는 사무장병원 폐해

국회입법조사처의 '사무장병원등에 대한 단속의 실효성 확보 방안 - 국민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 도입 필요성을 중심으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개설기관은 과도한 영리추구를 위해 운영되는 경향이 있어 의료설비나 의료인에 대한 투자 등이 부족한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사무장병원은 의료 인프라 수준이 낮고 적정 의료서비스의 질을 담보할 수 없어 환자 안전이 취약할 뿐 아니라 의료시장 질서를 저해한다. 실제로 대다수 사무장병원등은 특정 의약품 처방 유도 및 항생제·수면제 과다 처방 등 의약품 오·남용, 일회용품 재사용(2차 감염 발생), 과밀 병상 운영의 방식으로 각종 편법을 동원한 수익 증대에 몰두하고 있다.

의료법 제33조제2항에 의하면 사무장병원은 의료업 정지나 개설 허가의 취소와 함께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을 효과적으로 단속·처벌하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무장병원이 지능적이고 치밀한 수법으로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며 계속 진화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2023년(10월 말)까지 적발돼 환수결정된 사무장병원 등은 1712개이며, 총 환수결정액은 3조 4000억여 원에 이르나 환수율은 6.79%에 불과했다. 이를 계산해보면 하루 약 6억 2000만 원씩(연2200억 원) 누수가 발생하는 셈이다.

특사경을 두는 목적은 전문적인 업무 영역에 종사하는 행정공무원 등에게 관련 분야의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해 전문지식을 범죄 수사에 활용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현재 보건복지부 특사경 운영과 경찰 수사의뢰를 통한 현행 사무장병원 단속 체계는 그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복지부 특사경은 인원 부족(현재 3명)과 전문성 미흡으로 직접수사권을 거의 행사하지 못하고 있고 행정조사 위주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불법 개설이 의심돼 수사 필요성이 인정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게 되는데, 공단은 수사권이 없어 행정조사와 수사 지원 등 참여를 통한 조력자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경찰 수사도 평균 11개월으로 장기화되고 있어, 그 사이 건보 재정은 누수가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사무장병원등에 대한 신속하고 전문적인 수사를 통해 단속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공공성과 전문성을 가진 건강보험공단에 특사경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은 이렇게 시작됐다.

◆ 현행 특사경 제도의 한계

2019년 1월, 보건복지부는 소속 공무원 중에서 관할 지방검찰청검사장이 지명한 의료분야 특사경 2명을 주축으로 '불법개설의료기관 단속팀'을 설치했다. 이후 올해 7월 의료 분야 특사경을 2명에서 3명으로 증원해 운영 중에 있다.

불법개설의료기관 단속팀은 불법개설 의심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 실태 조사와 경찰 수사 지원 등 역할을 수행한다.

동 단속팀은 2019년부터 2023년(10월 기준)까지 건강보험공단·지자체와 함께 사무장병원 단속 목적으로 733건을 행정조사했고, 공단을 통해 그 중 455건을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224건에 대해 환수결정 처분했다.

특사경 권한에는 당연히 범죄수사가 포함돼 있으나, 복지부 의료분야 특사경은 주로 행정조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직접수사 실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무장병원 등의 수사는 개설 과정 운영행태 성과 귀속의 과정 전반에 대한 불법행위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고 인력도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복지부 특사경은 불법개설 행정 실태 조사와 수사를 연계해 수행해야 하지만, 직접수사 진행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고, 약사법 위반사항인 면허대여약국에 대해서는 수사권한이 부여돼 있지 않다.

지자체 특사경의 경우도 일부 불법개설 의심 기관에 대해 직접수사를 수행한다고 하지만, 시설 안전 및 식품·공중위생 등 18개 분야에 걸친 광범위한 직무범위와 주기적 인사 이동으로 수사의 전문성이 미흡하고 업무 가중으로 역량을 한 곳에 투입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은 복지부의 행정조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공단이 불법개설 의심기관 감지시스템(BMS: Benefits Management System)을 통한 사전분석으로 의심 기관을 자체 발췌한 뒤, 행정조사 대상 기관 선정심의위원회 개최를 통해 조사 대상 기관을 선정하면 보건복지부와 공단이 행정조사를 실시하는 절차를 거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건강보험공단은 사무장병원 등 적발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인 운영 성과에 대한 귀속 여부를 밝혀야 하나, 행정조사 지원 외에는 수사권이 없어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수사의뢰 후 수사결과 확보 검찰 송치 시점까지 소요된 기간이 평균 11개월로 나타났고 최장 수사기간은 54개월인 경우도 있었다.

건강보험공단은 경찰로부터 수사 결과를 통보받은 후에야 사무장병원등에 요양급여 지급을 보류할 수 있는데, 수사에 소요되는 기간이 장기화될수록 요양급여 지급 차단이 지연돼 건보 재정 누수 증가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수사 장기화는 환수율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수사가 지체되는 동안 사무장병원 등이 재산을 은닉하거나 위장 폐업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유발되고 있다. 실제 폐업한 사무장병원들 중에는 환수 결정 이전인 수사 기간 중에 폐업한 기관이 대 80% 이상인 것으로 보고된다.

◆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 부여 후 전망

범죄 단속에서 환수에 이르는 모든 과정은 전문적이고 신속한 수사가 전제돼야 한다. 불법 행위를 엄단하는 법 집행력을 감안하면 사무장병원 등의 신규 진입 방지와 자진 퇴출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점에서 국회입법조사처 문심명 조사관은 "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급여 관련 빅데이터 기반 위에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 의심기관들에 대한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고, 현장조사 경험이 축적돼 있어 수사 활동에 필요한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공단은 사무장병원 조사에 특화된 공단 전문인력으로 오랜기간 행정조사 경험자, 전직 수사관, 변호사 등 200여 명의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공단은 특사경 도입 시 사무장병원 조사에 특화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유죄 혐의 입증 비율을 높이는 한편, 평균 3개월이란 신속한 수사 종결 효과로 연간 약 2000억 원의 추가 재정 누수를 방지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제21대 국회에서는 의원 입법으로 '사법경찰직무법 일부개정법률안' 4건이 발의돼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동 개정안들은 건강보험공단 임직원에게 특사경의 권한을 부여하되 그 직무 범위를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범죄 중 사무장병원 및 면허대여약국 개설 범죄에 대한 수사에 한정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사무장병원등 개설 범죄로 수사를 한정한 데에는 방대한 정보와 자료제공 요청권을 가진 공단이 수사권 보유 시 권한 남용 우려가 제기되므로 수사권의 범위를 명확히 제한하기 위한 취지이다.

그런데 공단 특사경 도입에 대한 필요성 뿐만 아니라 신중론도 거론됨에 따라 동 법안들이 국회 법사위에 장기간 계류돼 있고, 이대로라면 21대 국회에서 다뤄지지 못한 채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정책상으로 건강보험공단이 특사경 권한을 부여받지 못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향후 건강보험공단 특사경 부여의 법적 근거가 갖춰지는 경우 세부 사항을 규정하는 '직무 규정'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사항 중 하나가 특사경의 직무 대상이 일반 병의원의 부당청구 건까지 수사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

분명한 것은 부당청구 조사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이뤄지며 특사경의 직무 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은 특사경 직무 수행 시 수사범위를 벗어나는 등 월권이 발생하는 경우 징계 조치와 특사경 지명 박탈 등 제재 장치를 마련하고 제반 절차를 엄격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특사경으로 지명된 자에 대한 수사 전문성과 수사 역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인권 침해 방지 등 적법 절차를 준수하면서 철저한 초동수사를 통해 증거를 신속히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다.

일각에서는 법률 소양 부족으로 비전문적 행태의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무연수원에서 운영하는 특사경의 수사 절차와 사례, 범죄수사요령 및 수사기법 등에 관한 정기적 교육훈련 이수를 의무화하면 된다고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아예 사법경찰직무법에 직무교육을 규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외에 문심명 조사관은 "현재 사무장병원 개설 위반 사범 단속을 위한 특사경 권한이 복지부 등에 부여돼 있다는 점에서 보건복지부·지자체·경찰 간 상시적 협력 및 지원 체계를 구축하되, 수사권 중복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적 협업을 위한 기관 간 절차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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