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 인력‧재정‧시설 부족…의료 질 양극화 조장

'한국 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 개최
"의료질 저하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의사수 부족 아니라 필수 기피과 의사수가 부족한 것"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05-06 05:56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정부에서 말하는 2025년도 의대정원 2000명 확대는 현재의 의대시설과 인력, 재정 등에서 모두 불가능하며, 정원 증가를 통한 필수의료,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취지는 의료교육 하락을 초래해 서울과 지역의 의료 질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4일 오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대강당에서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주최로 열린 '한국 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입학정원 증원이 의학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패널토론을 진행했다.

패널토론에는 최용수 교수(성균관의대), 오세옥 교수(부산의대), 최창민 교수(울산의대,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국회의원, 이선우 교수(충남의대), 배장환 교수(충북의대), 김창수 교수(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가 참여했다.

더블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의대정원을 2025년에 1500~1600명으로 확대한다면, 40개 의과대학 교육 질이 더 양극화될 것"이라며 "수도권에 있는 의대와 지역 의대들의 증원 차이도 상당하고, 그러면서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지식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결국, 의사의 질적 차이와 역량 차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국민들이 당장은 알 수 없겠지만 그 차이는 분명히 수도권 쏠림현상이 선호되는 이유다. 지역 인재양성을 위해 지역 TO를 많이 늘리고, 단순히 정원 확대만 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와 투자가 지원되지 않는다면 많은 국민들이 수도권 빅5 병원으로 쏠리는 의사들의 서열주의 문화도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최창민 교수는 "전공의가, 인턴이 다 빠져나간 적은 처음이다. 그런 상황에서 교수들이 두 달간 거의 70시간, 100시간, 특히 필수과들은 이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교수는 3일에 한 번씩 당직을 하면서 유지해왔는데 정부에서는 여전히 괜찮다, 숫자에 변화가 없으니 문제없다는 식"이라며 현재 의료위기로 인해 희생하는 인력에 대한 고려없이 표면적인 숫자만을 보고 외면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특히 전공의 복귀가 안됐을 때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전공의 복귀가 안 되면, 결국 내년까지 또는 2년 동안 계속 이러한 상태로 갈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상급종합병원은 거의 일반 종합병원 수준도 못미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취약한 병원들은 무너질 가능성이 지금 아주 높다"고 내다봤다.

이선우 교수는 "2000명 증원은 의학교육을 20년에서 40년 후퇴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 많은 인원을 교육하기 위해서 재정적인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 의대인증 자체가 의학교육의 수월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인데 의대정원의 급격한 확대는 의료교육 파괴의 시작"이라며 서남대의대 폐교와 같은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오세옥 교수는 "만약 정부가 의대정원이 국가 관리 정원이라고 하고, 의료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정원을 늘릴 때 더 신중하게 점검하고 진행했었야 한다"며 "그런데 이번 정원 확대는 실사를 오고 검토를 제대로 했는지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또 "지방국립대 교수로서 말하고 싶은 것은 부산대는 125명 정원이지만 외과 전공의를 아직 못 뽑고 있다. 결국은 단순히 (의대생)숫자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원 증가에 대한 낙수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다. 전공의들이 왜 (필수의료 분야에) 남지 않는지에 대한 보다 과학적이고 철저한 조사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배장환 교수는 정부가 말하는 큰 방향,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살리는 것에 대해서는 올바르다면서도 목적과 수단을 전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충청북도의 역량이 부족해서 경인지방으로 간다고 하는데 그 환자들을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다. 의사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정치가들이 불필요하게 지역민들이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것 막고, 서울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판단을 환자가 아닌 의사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러면, 지역에 압도적인 의료기관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필수의료 수가를 높이면 필수의료 분야 지원자도 늘어날 수 있다. 또,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해서 공부하고 환자 진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며 대통령 직속위원회로 의료인 추대위원회를 만들어 연구단체, 사용자단체, 공급자단체 등이 함께 의료전달체계에 몇 가지 문제들, 무분별한 의료 사용 제한 등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용수 교수는 "필수의료과가 기피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수가도 낮고 개업했을 때보다 돈도 적게 벌고, 법적인 처벌을 받을 리스크도 굉장히 높고, 보람은 있는데 근무시간은 길다. 그래서 필수의료과가 기피대상이되고 있다. 결국 낮은 수가, 높은 법적 처벌리스크 등으로 기피현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것만 해결해줘도 사실 한국에 필수 진료과 의사가 부족할 일이 없다"며 "한국 의사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필수 기피과를 하는 의사수가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정갈등으로 인해 복지부에서 두 달동안 응급진료시스템을 버틴다고 5000억 원을 썼다고 한다. 그런 돈을 필수진료과 필수기피진료과를 지원하는데 쓴다면, 의사 부족에 대한 얘기가 나올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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