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의사도 환자 버렸다…환자 목소리만 남은 의정 토론

박민수 "논제 삼지 않겠단 건 아니다…돌아와서 대화로 풀자"
김택우 "2000명 픽스 유연성 가지면 협상 나설 수 있다"
환자단체 "환자 피해 논의 뒷전, 정부도 의사도  명분 없어"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2-23 18:37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계가 정부에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문제 대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2000명에서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이 유연하게 변한다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것.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KBS '사사건건'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몇 명이 적합한지 논의하기에 앞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정부가 필수의료 패키지는 논의할 수 있지만 의대 증원 2000명은 한 발도 양보할 수 없다는 점이 협상의 걸림돌"이라며 "2000명은 과하고 없어도 된다는 입장인데 정부 측에서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접점을 찾아가기 상당히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어 "유연성을 갖는다면 당연히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면서 "2000명 픽스 부분이 유연성을 가져야 저희가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제안에 정부가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정부 패널로 나선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대증원 규모는 협상할 과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논제로는 삼을 수 있다며 방법론을 찾기 위해서라도 현장에 돌아와서 대화하자는 입장이다.

박 차관은 "양보하고 밀고 당기고 할 과제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동안 의료계가 늘 주장했던 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제로 삼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속도를 조절할지 다른 방법을 찾을지 만나서 논의해야 하는데 그냥 뛰쳐나가버려 답답하다"며 "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와서 회복하고 대화의 장에서 토론으로 풀자"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에선 증원 규모 결정 과정도 문제로 제기됐다. 수요조사와 검증 과정이 부적절했다는 것.

의협은 의대 학장과 대학 총장이 제출한 수요가 확연히 달랐고, 정부가 검증한 과정도 부실했다는 현장 목소리를 전달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검증하러 오신 분들이 어떤 병원을 짓고 있으면 '이 병원이 있으니 여기서 다 수용이 가능하겠네' 하고 가셨단 이야기를 의대 교수님을 통해 들었다"며 "정확한 자료가 있다면 정보 공개 요구를 할 테니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대 교육을 책임지는 학장과 대학 전체를 책임지는 총장은 시각이 다를 수 있다고 해명했다.

박 차관은 "학장님과 총장님 의견이 다른 학교들이 좀 있었다"면서도 "학장님은 강의실 다 찼으니 공간이 없다고 보지만, 총장님이 보시기엔 옆 다른 대학 소속 공용 건물을 리노베이스 하면 된다. 학교 전체 예산까지 총괄적으로 보고 있어 의견이 다를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공의 사직 행렬과 입장에 대한 시각도 갈렸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언론을 통해 정부가 2000명 증원을 못박고 따라오라는 식의 스탠스를 유지해 대화 여지를 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정부가 2000명 증원을 발표한 다음날인가 파업을 예고했다. 논의할 수 없다 그런 차원이 아니고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벌써 실력 행사부터 하는 것"이라며 "환자 곁을 지키려는 노력을 과연 했나. 정부에 (제시한)요구 조건도 하루 이틀 전엔가 나왔다. 정리도 안 돼 있고 비대위도 사실 정확히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요구 조건이 정리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 비대위원장은 "갑자기 나갔다 말씀하시는데, 전공의협의회가 오랜 시간 의료현안협의체에서도 문제점을 이야기했지만 대책이 들어가 있지 않다고 판단하셔서 그런 것"이라며 "정부가 총파업이다, 떼를 썼다, 본때를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전공의와 저희에게 협상을 요구하시면 안 된다. 국민 불안은 의료계가 아니라 정부가 먼저 압박하고 조장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의료계와 정부가 첫 책임자 토론에서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가운데, 환자 단체는 둘 모두 환자를 내팽개쳤다고 지적했다. 강대강 대치 속 환자 피해는 뒷전이었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도 정당한 명분은 없다는 지적이다.

안선영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 이사는 "의사들이 자리는 지켜주셔야 하지 않나. 오늘 많은 문제점을 말했는데 데스크에서들 하셔야 하는 말씀 아니냐"면서 "정확한 건 정부도 의협도 환자를 먼저 버렸다. 어떻게들 하실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같은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면 환자들이 피해를 본 상황에서 의협과 정부는 어떻게 책임질 건지 같이 논의돼야 하지 않나"라며 "그래야 파업이든 강경 대처는 명분이 서는 거지, 제일 큰 피해를 보는 환자는 배제하고 테이블 양쪽에 의협과 정부가 앉아 있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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