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도 수가 인상도 오답…의료 '새 판' 짤 때

[인터뷰] 윤인모 대한의사협회 전 기획이사
정부-의료계 주장 '기대'에 불과…필수의료 의사 면허 신설해야
의료 구조조정 대상…대안 제시, 먼저 안하면 '당하는' 때 온다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11-23 06:06

윤인모 대한의사협회 전 기획이사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계를 강타하고 있는 의대정원 확대 논란이 무의미한 소모전이란 시각이 제시됐다.

의대정원을 확대해 필수의료 의사를 확충하자는 정부 주장도 수가 인상과 법적 부담 완화로 필수의료를 할 환경을 만들자는 의료계 반론도 해법이 아닌 '기대'에 불과하다는 것.

인력이 늘거나 환경이 마련되면 할 것이란 기대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10여 년 시한부와 같은 필수의료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없고, 의료계가 먼저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제시 '당하는'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윤인모 대한의사협회 전 기획이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의대정원 문제에 대해 이 같은 시각을 제시했다.

윤 전 기획이사는 새로운 의사 면허 신설을 해법으로 제안했다. 공무원 형태로 필수의료에만 유효한 의사면허를 신설하는 방식이다.

대신 필수·지역의료에만 종사하면서도 자긍심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일반적인 의사 수입에 상응하거나 그 이상의 임금은 물론, 법적 보호도 보장한다.

윤 전 기획이사가 구상한 규모는 1000명 수준이다. 필수의료에만 종사할 의사 1000명이면 당장 필수과 수술실을 다 채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1000명을 확보하는 방식은 기존 정원 3058명을 2058명과 1000명으로 나누는 학제 개편 방식과, 증원을 통해 4058명으로 늘리는 방식을 제안했다. 다만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선 속도전을 펼쳐야 하는 만큼, 증원 논의와 교육 인프라 마련 등을 거치기 보단 학제 개편으로 기존 정원을 나누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봤다.

필수의료가 10년 남은 시한부라는 점도 강조했다. 필수의료를 지탱하는 주축인 50대는 힘들 것이란 점을 알고도 애정으로 시작하고 버티는 마지막 세대로, 이들이 퇴직하는 10년 뒤면 한순간에 녹아내릴 것이란 설명이다.

윤 전 기획이사는 "우리 병원(성형외과)에 최근 지원한 의사들을 보면 두 가지 유형"이라며 "빅5 병원 간이식 팀 메인 오퍼레이터 바로 아래 의사나 소아과 중환자실을 보던 의사처럼 우수한 역량을 갖고 지원하는 유형과, 의대 졸업 후 인턴도 하지 않고 오는 유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력 유출과 진입이 사라지는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필수의료에 남은 시간은 10년 정도"라고 강조했다.

지금과 같은 소모전을 지속하며 의대정원 확대나 필수의료 살리기 정책이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을 경우, 의료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필수의료 명맥이 끊어지는 상황도 문제지만, 의료 관련 정치 기후도 변했다는 것.

한국은 GDP 1~2% 저성장 시대를 지나고 있지만 의료비는 이미 OECD 평균을 넘어섰고, 증가율도 7.8%로 GDP 대비 4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처럼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은 정치적으로도 기후 변화를 야기했다. 예전에는 의사와 의료제도를 건드리다 논란이 되면 표를 잃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의사와 의료제도를 건드려야 얻는 표가 많아졌다는 것.

따라서 의료계가 선제적으로 이 같은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고 공개적인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결국 물밑에서 구조조정 안을 제시 당하는 때가 올 것이란 지적이다.

윤 전 기획이사는 "의대정원 확대도 필수의료 수가 인상도 일시적 연명은 가능해도 부담은 미래 세대에 넘기는 일"이라며 "우리는 의사이기도 하지만 의료비 폭증과 필수의료 붕괴도 같이 겪을 국민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비전을 갖고 먼저 제안해야 유리한 대안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관철시킬 수 있다"며 "계란을 깨고 나가면 병아리가 되지만, 남이 깨면 프라이(fry)가 되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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