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남긴 또 하나의 숙제 '기초의학' 양성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 의학, 실상은 임상 응용이 빠를 뿐"

박민욱 기자 (hop***@medi****.com)2021-08-1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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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코로나19 확산 이후 영국, 미국, 벨기에 등 일명 '의료 선진국'에서 백신을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의학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부분에서는 다소 뒤처지고 있다.

이에 의학계에서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은 것은 기초의학 부분이 약하기 때문이다"고 진단하며 "기초의학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의과학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의과대학의학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KAMC) 한희철 이사장은 최근 메디파나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의사과학자 양성'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한 이사장은 "우리나라 의학이 세계 최고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데, 실상 돌아보면 해외에서 새로 개발된 술기를 진료 현장에 빨리 적용할 뿐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어 "진료에만 치우친 불균형을 깨고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교육과 연구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대교육 과정 개선과 더불어 정부가 적극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초의학은 분자생물학, 해부학, 생리학, 면역학, 병리학, 약리학, 법의학 등 6개 주요분야로 인체 기능부터 바이러스, 질병 치료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전문 의학 분야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영국, 미국 등 기초의학이 튼튼한 국가에서 먼저 코로나 백신을 개발해 보급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에서야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가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에 진입해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다.

즉 백신이 아직 상용화되지 못한 상황. 의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원인을 기초의학 양성 부족에서 찾고 있다.

한 이사장은 "의학의 의(醫)는 과학과 술기의 합이다. 과학과 함께 발전해야 하지만 진료 파트만 강조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의학이 세계 최고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코로나 백신 개발이 늦은 것을 보면 기초의학이 얼마나 빈약한 부분인지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와 시장 상황이 눈앞의 수익에만 매달릴 수 밖에 없기에 기초의학 분야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한 이사장은 "대학병원은 진료와 교육, 연구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하는데 지금은 진료와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의 투자로 대학병원은 미래의사를 기르고 기초 연구에서 성과를 내는 것에 집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한 이사장은 지난 2017년 KAMC 이사장 취임 이후 Academic medicine(학술의학)이라는 개념의 화두를 의학계에 던졌다.

'Academic medicine'은 교육과 연구, 진료가 한데 어우러져 돌아가는 시스템으로 현재 임상에 쏠린 무게추를 연구와 교육에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 한 이사장의 시각이다.

한 이사장은 "현재 대학병원과 개원가가 환자를 놓고 경쟁하는 시스템을 정부가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대학병원의 진료 문턱을 높이는 등 정책을 통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대교육 과정에서 필수과정이 되도록 기초의학 분야에 의사국가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전용성 교수는 "현 의사국가시험이 기본의과학 역량을 평가하지 않아 대학과 학생의 기본의과학 교육이 부실해졌고 이는 다시 과학역량이 부실한 의사를 배출하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의대 교과 과정이 바뀌면서 기초의학 교육은 학문 단위 교과목이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되었고, 기초의학 교육의 일부가 통합 강의로 분산 배치되었지만, 전체 교육시간은 축소됐다.

전 교수는 "이젠 진료역량뿐만 아니라 과학역량도 충실하게 갖춘 우수한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의학 의사국가시험 도입을 추진해 의사의 과학역량을 검증하고 대학에서 교육을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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