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못하겠다는 내과 상당수…간호사도 내과 안 온다"

김원중 대한검진의학회 회장, 건강검진 문항 축소 필요성 촉구
문항 확대로 간호사 전산입력 업무 증가…코로나로 '설상가상'
부담 증가 반해 보상 여전…"진찰까지 하는데 만원도 안 돼"
검진 항목서 엑스레이 제외에도 우려…주치의 개념 사라진다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03-27 06:06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국가건강검진 체계 한 축인 개원내과에서 검진 시스템 운영 지속에 대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김원중 대한검진의학회 회장은 26일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 나와 행정 업무 간소화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김원중 회장은 "건강검진을 못하겠다는 의사가 상당수 있다"며 "간호사들도 이제 내과에서 검진한다고 하면 아예 오질 않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학회에 따르면, 과거 1페이지 정도에 그쳤던 건강검진 문항은 현재 5페이지까지 늘어난 상태다.

이는 건강검진 문항이 과하게 늘어난 자체로도 문제지만, 간호사 업무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행정인력을 갖추기 어려운 개원 내과에서는 환자가 작성해온 검진 결과를 간호사가 직접 전산에 입력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김원중 회장은 "행정인력을 갖춘 검진센터에선 문제가 안 될 수 있지만, 개원 내과에서는 간호사 업무량이 너무 많아지고 있어서 애로사항이 많다"며 "그렇다보니 간호사를 뽑을 수가 없다. 젊은 사람들은 내과를 잘 안 오려고 하는데, 검진까지 하고 있다고 하면 아예 안온다"고 토로했다.

양대원 총무부회장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백신 예방접종이나 코로나19 환자 진료로 내과 업무량은 타 과에 비해 1.5배 이상 늘어났다. 여러 상황이 엉켜있다"며 "검진 문항은 환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만 하면 되는데, 너무 어렵게만 표현되고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진 문항 확대와 달리 보상은 그대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원중 회장은 "검진 시스템은 다 병의원이 직접 마련해서 하고 있다. 그런데도 문항만 계속 늘어나고 보상은 여전하다. 거의 봉사차원에서 해주고 있다"며 "요즘엔 설문조사만 해도 몇 만원씩 내고 하지 않나. 만원도 안 되는 돈에 건강검진과 진찰까지 하라는 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날 학회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에서 흉부 엑스레이(X-ray) 검사를 제외하려는 정책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를 반영하듯 학회는 이날 열린 춘계학술대회 프로그램 중 하나로 '국가검진에서 흉부 X-선 검사의 중요성'을 다루기도 했다.
양대원 총무부회장은 "흉부 엑스레이는 폐결핵 등 환자 건강상태와 관련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최근에는 COPD(만성폐쇄성폐결핵)나 부정맥 고령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건강검진에서 검사가 가능하다면 환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재용 학술이사도 "의원에서는 주치의 개념으로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환자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자율적으로 엑스레이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고지혈증도, 심전도 검사도 그렇다. 그저 타당성만 고려해서 (모든 환자 검진 항목으로부터) 일괄적으로 빼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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