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 환자, 신체·질환 만큼이나 정서적으로도 어려움 겪는다

대한종양내과학회·대한항암요법연구회, '항암 소셜리스닝' 결과 발표
큰 정서적 어려움과 달리 내적관리 체계 취약…임상현장 지원 필요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2-11-23 18:31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암 환자가 신체·질병에 대한 어려움만큼이나 정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것이 확인됐다.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제5회 항암치료의날'을 맞아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항암 소셜리스닝' 데이터 분석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소셜리스닝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간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 지식인 및 다음 카페, 유튜브 댓글 등 온라인 소셜미디어 상에서 '암', '항암', '환자관리' 등 3가지 키워드가 언급된 16만9,575건을 수집, 분석해 이뤄졌다.

암 환자가 암 진단 후 치료 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에 대한 언급량 2만899건을 분석한 결과 '정서적 어려움'이 42%를 차지해, 52%를 나타낸 '신체/질병적 어려움'만큼 주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어려움은 초기부터 치료과정 전반에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으며, 공통적으로 두려움, 불안과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이 꾸준히 언급됐다. 심지어 치료 후 극복 단계도 재발에 대한 걱정, 또한 악화 시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도드라졌다. 

임주한 인하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이날 오후 4시에 열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표자로 나와 정신적 문제까지 포함한 다학제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생사에 기로에 놓인 암 환자가 느끼는 정서적인 어려움은 임상 현장에서 무척이나 잘 인지하고 있고, 앞으로 계속 주의 깊게 케어해야 할 부분"이라며 "환자들의 마음건강은 실제 치료 효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임상 현장에서 정신의학과 협진 등 다학제적인 관점으로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서적 어려움이 갖는 비중은 큰 것에 반해, 환자 관리 관련 1만 6,743건의 언급량 중 정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내적 관리'를 한다는 언급량은 9%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신과 상담, 항우울제 복용 등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서적 어려움을 관리하는 비율은 매우 낮았다.

김인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암 환자들의 정서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임상 현장에서 해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및 사회적인 차원에서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정서관리나 심리케어 지원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셜리스닝에서는 암 관련 정보 습득 채널에 대한 분석도 이뤄졌다.

언급량 1,661건을 분석한 결과 전문가/의사는 44%, 환우 24%, 온라인 커뮤니티 18%, 유튜브는 1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의사 못지않게 온라인 및 다른 환우를 통해서 암 정보를 얻는 것으로 분석된 결과와 관련해 환우와 의료진과의 소통 강화는 물론, '국가암정보센터' 등 공식 암 정보 사이트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 논의됐다.

소셜리스닝 상 가장 많이 언급된 암종 1~3위는 유방암, 폐암, 대장암 순으로 나타나, 실제 국내 발병률 순위(갑상선암, 폐암, 위암)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폐암의 경우 암종 중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이며, 대장암 및 유방암은 최근 젊은 층에서 호발하고 있어 소셜 리스닝이라는 방법 특성상 높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항암제의 치료 접근성 부분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로 언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상 생활 관리에 대한 분석도 진행됐다. 건강한 음식과 영양제 섭취, 가벼운 운동 등 함암치료 과정 속 체력을 유지하는 과정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환우들이 많았고, 가발, 눈썹 문신 등 항암 치료에 따른 외적 변화 대한 스트레스도 확인됐다. 정신과 진료, 심리 치료, 명상, 환우들과 소통 등 내적인 부분을 관리한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대한종양내과학회 안중배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은 "소셜 리스닝을 통해 이전의 설문조사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항암치료에 대한 실제 환자들의 인식과 고민 등을 엿볼 수 있어 의미 있었다"며 "지속적인 암 치료 및 연구 외에 투병 과정에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항암 정보를 제공하는 학회 및 연구회가 되겠다"고 밝혔다.

대한종양내과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이번 소셜 리스닝 분석 결과를 토대로, '암 전문가가 답합니다: 현명한 암 환자가 기억해야 할 6가지'를 발표했다.

해당되는 6가지는 ▲본인에 맞는 치료법, 전문의와 논의하세요 ▲마음 건강도 살피세요 ▲부작용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세요 ▲행복하고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세요 ▲의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를 가장 중시하세요 ▲항암 치료 여정의 키워드는 '희망'입니다 등이다.

김인호 교수는 "소셜 리스닝 분석을 통해 확인된 것처럼 암 환자께서 알고 계시는 항암 치료 환경에 대한 내용들이 정확한 부분도 있고 사실과 다른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항암 치료의 모든 과정에 대해 주치의와 적극적으로 상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진료실에서도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등 일상생활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게 되는데 이러한 소소한 부분까지도 기꺼이 상의할 수 있는, 항암의 동반자로서 주치의를 생각해 주셨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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