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다음은 응급실"…포기하는 전공의, 떠나는 전문의

환자 받고 실수하면 소송, 안받으면 범법자…불안감에 이탈 증가세
"무과실 의료행위 면책 확대하고 과밀화 해소 등 근본 원인 해결해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7-17 06:01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최근 응급실을 둘러싼 잇단 악재에 수련을 포기하는 전공의와 현장을 떠나는 전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수용거부 금지, 강제배정 등 현장 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정책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이대 목동병원 사건 이후 4년 만에 25%까지 떨어진 사례를 볼 때 다음은 응급의학과 차례라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응급의학과는 개인이나 병원에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닌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응급의료체계 개선 차원으로 접근하는 정부 대책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6일 학술대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응급의학과는 최근 연이은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부각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대구 10대 청소년 미수용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는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관련 병원에 행정처분이 내려졌음에도, 경찰 조사도 별도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환자를 처음 본 대구파티마병원 전공의는 피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 기소 기로에 놓인 상태다.

이에 대해 응급의학과는 이전부터 지속된 문제가 심화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응급실에선 환자를 받을 수 있어도 배후진료를 할 수 있는 중환자실이나 수술인력 등 최종치료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저수가로 환자를 볼수록 손해가 발생하다 보니 병원이 관련 자원에 적극 투자하지 않기 때문. 고질적 문제였지만 코로나 이후 119 사전수용여부 확인이 일반화되면서 수용거부가 늘어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비용구조나 경증환자로 인한 과밀화 등 근본적 원인이 아닌 개인이나 병원에 책임을 지우는 땜질 해법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응급실 수용거부를 금지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 발의, 강제배정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환자를 받아도 결과가 나쁘면 소송을 당하거나, 받지 않으면 범법자가 된다는 법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응급의학의사회에 따르면 올해만 10명이 넘는 전공의가 수련을 중도 포기했고, 20~30명에 달하는 전문의가 개원이나 다른 과로 전환하며 응급실을 떠나고 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전체 2600명 가운데 10%인 260명 내외가 개원 또는 개원가 부원장 등으로 일하며 현장을 떠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홍재 총무이사는 "개인 노력이나 병원 희생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 알고 있음에도 전향적 대책 없이 문제 책임자만 찾아내는 상황이 그나마 응급실을 지키는 의료진을 떠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4년 만에 25%까지 떨어졌다. 응급의학과도 지원율 100%를 다 채우지 못했는데, 지난해부터 좋지 않은 일이 너무 많이 생겨 분명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민·형사소송 두려움 없이 일할 수 있도록 명백한 과실 없는 의료행위에 대한 면책을 확대하고,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대해 환자와 의료진을 모두 보호하는 응급의료 사고 책임보험 도입을 촉구했다.

아울러 ▲수용여부를 경찰수사 대상으로 삼는 행위 중단 ▲119 전면 유료화 ▲경증환자가 갈 수 있는 1차 의원, 급성기클리닉 등 야간·휴일진료 수가인상과 대안 마련 ▲과밀화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지역·병원별 대책 마련 등을 제안했다.

이 회장은 "30년 동안 어렵게 쌓아온 응급의료체계가 급격히 무너져가는 위기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전문의 이탈과 전공의 지원율 하락이 이어지면 붕괴가 머지 않았을 것"이라며 "반등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 하나의 조항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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