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 벽에 노인 진료 질 하락…"노인 외래 정액제 손볼 때"

본인부담금 급등 구간, 환자 민원 빈발…현장선 소극적 진료 행태도
소극적 진료로 병 키우면 더 큰 재정부담…초고령사회 진입 전 정비해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7-20 06:03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노인 외래 정액제를 손봐야 할 때가 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의료 현장에서는 진료비 2만 원이 넘어가면 본인부담률이 1500원에서 20%로 급증하는 절벽 현상에 환자 민원은 물론, 민원을 의식해 필요한 추가 검사 등을 하지 못하는 소극적 진료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나친 문턱 완화로 인한 의료이용 증가와 노인 인구 증가가 맞물리며 재정 부담을 우려하지만, 의료계는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해 병을 키우면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하는 노인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9일 노인 외래 정액제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초고령사회 진입 전 노인 외래 정액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노인 외래 정액제는 지난 2007년 노인 의료 이용 편의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1만5000원 이하 진료비는 환자 본인부담금을 1500원으로 하고, 초과할 경우 30%를 부담하는 식이었다. 많은 국민이 혜택을 보던 제도지만, 물가 상승에 따른 수가 인상으로 지난 2017년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초진비가 1만5000원을 돌파하며 노인 환자 본인부담금이 4500원으로 급증한 것.

지난 2018년부터 단기 개선안을 통해 1만5000원~2만 원 구간은 10%, 2만 원~2만5000원 구간은 20%, 2만5000원 초과 구간은 30%로 본인부담률을 적용하는 단기 개선안을 시행 중이나, 또다시 2만 원 벽에 부딪혔다는게 현장 목소리다.

보건복지부는 올 초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기관 유형별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2만 원~2만5000원 구간 실제 발생 비율은 10% 미만'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의협이 회원 511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일 65세 이상 노인 환자 총 진료비가 2만 원을 초과하는 비율이 10% 이상이라는 답변이 80% 정도였다. 주말의 경우 85%가 10% 이상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진료비가 1만9000원 이상 2만 원 미만인 노인 환자 비율도 평일 환자는 73.6%, 주말 환자는 69.1%가 10%를 넘는 것으로 답했다.

수가 조정 등으로 2만 원을 넘겨 본인부담금 절벽 현상을 마주할 환자를 더하면 이미 20%를 초과하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응답자 절반은 진료비 부담을 이유로 환자가 진료시기를 놓치는 것을 우려, 진료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응답자 약 55%는 민원 등으로 진료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비율이 10% 이상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응답자 91.6%는 노인 외래 정액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의협은 2만 원~2만5000원 구간에서 ▲본인부담률을 20%에서 15%로 조정하는 1안 ▲2만 원 초과 금액에 30%를 적용한 금액을 본인부담금 2000원에 합산해 책정하는 2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진료비를 2만1000원으로 가정할 때 현행 4200원에서 1안의 경우 3150원, 2안의 경우 2300원으로 줄어든다.

의협은 본인부담금이 급등하더라도 4500원 정도가 커피 한 잔 값에 불과하다고 인식할 수도 있지만, 은퇴한 노인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짚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좌훈정 기획부회장은 "노동력을 상실하고 여러 질환을 앓는 노인 계층에 대한 배려가 의료비 본인부담을 줄여줘야 하는 근본 취지"라며 "보험료를 거둘 때만이 아니라, 본인부담을 지불할 때에도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고려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016년 논의에서도 노인 외래 정액제 상한액을 2만 원으로 상향할 경우 연 5500억 원 정도 추가 예산이 발생할 것으로 추계하고, 의료 이용 문턱을 낮추면 이용이 늘어나 재정 급등을 우려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좌 기획부회장은 지난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 평가 모형 연구:시범적용 및 활용방안' 연구를 근거로 오히려 의료접근성은 높이면서 전체 의료비 절감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의료 이용 증가가 질병 예방과 조기 치료에 도움을 줘 전체적 의료비 절감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좌 기획부회장은 "소득과 관계 없이 제공받는 건강보험 서비스가 대동소이한 상황에서, 건강보험 급여 항목이나 기준을 늘리는 것보다 본인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올바른 보장성 강화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경제력이 취약하고 만성질환을 비롯한 여러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사회보험 사회적 적합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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