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병원협회, CT 없는 진료환경 지적‥"골든타임 놓쳐"

"소아 CT 과잉 우려엔 공감‥진짜 문제는 필요한 검사조차 못하는 현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5-13 13:06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최용재 회장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소아청소년 진료 현장에서 CT 과잉 사용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정작 소아청소년병원 다수가 CT 장비조차 갖추지 못해 필요한 검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불필요한 CT 남용은 분명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골든타임 내 필요한 CT 촬영이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최근 일부 언론이 보도한 '소아 CT 과잉 사용' 논란에 대해 협회는 과잉 사용에 대한 문제의식에는 깊이 공감했다. 그러나 전국 120여 개 소아청소년병원은 CT를 보유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환경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로 인해 응급 소아 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검사를 받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특히 소아 응급환자의 경우 상급 의료기관으로의 전원이 원활하지 않아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협회는 전원이 어렵거나, 가능하더라도 수 시간 이상 지체되는 일이 흔하다고 꼬집었다.

협회는 "초음파만으로는 진단이 어려운 충수염, 장중첩증, 장회전 이상 등 복부 해부학적 이상이 의심될 경우, CT 촬영은 골든타임 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성인병원 중심의 규제 구조 속에서 소아청소년병원은 CT 장비를 보유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환자를 눈앞에 두고도 검사를 못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는 단순 방사선 촬영이나 초음파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협회는 CT 과잉과 CT 부재 사이에서 진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AAP)는 Choosing Wisely 캠페인을 통해 불필요한 CT 검사를 줄이고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ㅇ도 CT 과잉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협회는 "CT 과잉에 대한 논의와 함께, 필요한 검사조차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정책적 해결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용재 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소아청소년병원에는 반드시 CT 검사가 필요한 환자들이 존재하고 CT가 생명을 살리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며 "하지만 현재는 CT 장비가 없어 전원 병원을 찾아 시간을 허비하고, 이로 인해 진단과 치료의 결정적 시기를 놓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문제는 단순히 장비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는 허용되지 않고, 오히려 불필요한 곳에서 남용되는 제도 구조 자체의 문제"라며 "Choosing Wisely가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캠페인이라면 '하지 말라'는 권고만이 아닌,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절박한 현장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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