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근태 회장, 조정호 보험이사, 안영진 보험부회장, 강창원 보험부회장.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이 본격화된 가운데, 의원 유형 수가협상을 맡은 대한개원의협의회가 "단순 수치 인상이 아닌 수가체계 전반의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며 현행 협상 시스템의 전면 수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올해 협상에서 대개협은 환산지수 차등 적용과 SGR 중심 모델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짚고, 실질적인 재정 투입과 협상구조 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15일 기자들과 만난 대개협 수가협상단은 수가 수준 그 자체보다, 수가 형성 과정에 내재된 구조적 불합리성에 주목했다. 원가 이하 수가, 왜곡된 환산지수 운용, 형식적인 협상 절차가 의원급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당산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열린 1차 수가협상에서 대개협은 ▲의원급 수가의 원가 이하 구조 개선 ▲환산지수 쪼개기 폐지 ▲불공정한 협상구조 개선 ▲일차의료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 지원 등을 중점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공단 측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으나, 대개협은 의원급 붕괴가 곧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
1차 협상을 마친 박근태 대개협 회장은 "올해 협상도 예년과 다르지 않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의원급 의료기관이 직면한 위기와 이를 반영한 현실적인 수가 인상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공단 측은 여전히 재정 부담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했다"고 밝혔다.
지역사회 필수의료를 지탱하는 의원급의 위기는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대구 최초의 소아과의원이 문을 닫는 등 상징적인 사례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기준 의원급 폐업 수는 연간 1070건을 넘어섰다.
대한의사협회 조정호 보험이사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경영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총 진료비 점유율이 20%대로 정체된 상황에서 정책적 지원이 미흡하면 지역 의료공백이 현실화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원급의 붕괴는 곧 국민의 진료 접근성 저하로 직결되며, 이는 건강보험의 근본적 위기를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일차의료가 제 역할을 하려면 단순한 수치 인상이 아닌 수가의 구조적 정상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박 회장은 "일차의료는 국민 건강의 최전선이지만, 대형병원 쏠림과 정책적 방치로 그 역할이 축소됐다"며 "의원급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원가 보전 수준의 수가 인상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에서도 반복적으로 제기된 쟁점은 환산지수의 차등 적용 문제였다. 대개협은 이 구조가 수가체계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며, 의원급의 경영난을 심화시킨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환산지수 차등 적용은 수가체계의 원칙을 훼손하고, 필수의료 영역에 실질적 지원도 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난을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환산지수의 임의적 쪼개기는 진료 왜곡과 정책 수용성 저하를 초래한다. 환산지수는 원칙대로 일괄 적용하고, 행위별 조정은 상대가치점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보험이사는 원가 이하 수가 구조가 고착화되면 일차의료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대개협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 조건으로 5000억원 이상의 신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 보험이사는 "국민건강수호 최일선에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한, 국민 건강을 지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개협은 SGR이 의원급 의료기관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기계적 모델임에도, 여전히 수가협상의 핵심 기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대개협 안영진 보험부회장은 "SGR 방식은 급변하는 의료환경 및 의원급 의료기관의 현실을 반영하기 어렵다"며 "지난해 의정사태와 대규모 재정 투입, 지원금 등 복합적 요인이 반영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SGR의 일률적 적용은 부당하며, 의원급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산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올해 협상에서도 SGR은 여전히 기준 지표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 부회장은 의원급 실태를 반영하는 유연한 협상 기준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안 부회장은 "아쉽게도 올해도 SGR 방식이 핵심 지표로 유지되고 있다. 저희는 이를 문제 삼고, 수가 밴드 사전 공개, 재정운영위원회 공급자 참여, 현실적 원가분석을 통한 합리적 기준 마련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대개협은 또한 공급자 배제가 고착된 현행 협상구조에 대해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공급자 대표 참여와 수가 밴드의 사전 공개를 통해 협상구조 전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안 부회장은 "현재 협상구조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며, 실질적 논의는 제한적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협상에서 실질적 발언권을 가지려면 재정운영위원회 등 의사결정 구조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대개협은 향후 협상에서 반드시 반영돼야 할 '최소 전제조건' 네 가지도 명확히 했다.
대개협 강창원 보험부회장은 "▲원가 이하 수가 구조의 근본적 개선 ▲환산지수 쪼개기 폐지 ▲기존 SGR 체계의 폐기 및 유형별 현실 반영 체계 도입 ▲재정운영위원회 공급자 참여를 통한 구조 투명성 확보 등은 협상의 출발점이자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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