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과 후보들이 보건의료 공약을 공개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의료계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이번 선거가 의료시스템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며, 각 후보가 내놓은 보건의료 공약을 면밀히 분석해 항목별로 평가했다. 나아가 전문가 단체로서 책임 있는 제언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과 수용성을 높일 방안을 발표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공약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필수의료, 지역·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전반적으로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중증환자 진료체계 개편, 의료사고 국가책임제 도입, 감염병 대응 인프라 확충 등은 의협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핵심 과제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정책으로 간주했다.
반면 지역의사제 도입, 지역의대 및 공공의료사관학교 신설 등 정원 확대 중심의 방안은 구조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관련 예산은 기존 지역의료기관 인프라 개선과 필수의료체계 강화에 투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견해다.
필수의료 인력 확충 방안으로는 ▲권역별 진료 유도책 ▲맞춤형 수가 및 인센티브 체계 ▲지역 의료인력 지원 확대 등을 제안했다.
김성근 대변인은 "단기와 중장기 전략을 병행해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이뤄져야 하며, 무엇보다 정책 수립 시 의료계와의 충분한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응급의료체계와 관련해서는 응급실 내 반복적 전원 문제 해결과 중증응급환자 대응체계 구축 필요성에 동의하며, 환자 이송·수용 시스템 정비와 컨트롤타워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체계가 작동하려면 인력 보강과 수가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주치의제 기반 일차의료체계 구축, 방문·재택진료 확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고령화와 장애인 의료 수요 증가에 대응하려면 지역 중심의 돌봄 협력체계와 일차의료기관 중심의 운영이 요구된다고 언급했다.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김 대변인은 "비대면진료는 의료의 질을 저하시키고 오진 위험이 높기 때문에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없다"며, 의료계는 ▲대면진료 보조수단 활용 ▲재진 중심 ▲의원급 중심 ▲플랫폼 진입 제한의 '4대 원칙'을 유지해왔다고 전했다.
국민참여형 공론화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국민 의견 수렴도 중요하지만, 전문가 중심 검토와 과학적 근거 기반 의사결정 구조가 우선돼야 한다"며, 대통령 직속 '의료환경개선위원회' 구성을 통해 중장기 정책 논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희귀·난치질환 및 소아질환 국가책임 강화 공약에는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전문 의료인력 양성, 급여 우선순위 설정, 민관협력 기반 설계와 건강보험 재정 지속 가능성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지역 통합돌봄체계 구축 관련 공약에 대해선 "1차의료기관이 중심이 돼야 하며, 간병 수요 증가에 따른 재정 부담과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필수의약품 수급불안 해소 및 감염병 대응 인프라 구축의 경우 김 대변인은 "지속적인 품절 사태는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공공제조시설 확충, 약가 인센티브, 유통구조 개선 등 실질적인 조치가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감염병 대응 체계 역시 의료기관의 법적 책임 완화와 현장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거버넌스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공약
김문수 후보가 제안한 대통령 직속 '미래의료위원회' 신설과 의료시스템 6개월 내 재건 공약에 대해서는 전문가 중심 정책 거버넌스 구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봤다. 의료체계 전면 재검토 의지는 의협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방향과도 일치한다.
의협은 이미 대통령 직속 의료정책 기구 구성을 여러 차례 건의해온 바 있으며, 이를 통해 의료현장 중심의 정책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명확한 실행계획 수립, 의료계와의 신뢰 회복, 전문가 참여 확대, 투명한 운영 절차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방접종 국가 지원 확대, 치매 국가책임제 강화 공약에 대해서는 질병 예방과 고령사회 대응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의료기관 인프라 확충과 인력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또한 의료·돌봄 통합체계 구축 역시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확대 등 고령자 돌봄체계 개편 공약에 대해선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재정 부담 증가와 불필요한 이용 가능성에 대한 정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장애인 건강권 보장, 가족 돌봄 지원, 원스톱 서비스 확대 정책도 환영 입장을 보이며,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구체적인 실행방안 수립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공약
이준석 후보가 제시한 보건부 분리 신설 공약에 대해서는 공중보건 위기 대응력 제고와 정책의 전문성·독립성 강화를 위한 구조적 개편으로 평가했다. 의협은 과거부터 보건복지부와 보건부 분리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만큼, 이번 공약이 실현 단계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를 단순한 조직 개편에 그치지 않고, 보건의료 전문가 중심의 정책 설계 역량과 독립적인 예산·인사 운영 체계를 갖춘 행정조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보건부는 향후 의료전달체계 개편, 건강보험 재정 구조 개선,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전문가 중심 운영과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
◆ 대선후보들에게 제안하는 의협의 정책과제
의협은 후보별 공약에 대한 평가에 더해 차기 정부가 우선 추진해야 할 핵심 보건의료 정책 과제를 전달했다. 주요 내용은 ▲의료 거버넌스 개편 ▲필수의료 기반 확충 ▲일차의료·의료돌봄 체계 정착 ▲의료사고 제도 개선 등이다.
세부적으로는 보건부 신설, 건정심 의결권 축소, 전문가 중심 정책심의체계 개편, 권역별 진료 유도방안 마련, 지역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을 위한 수가체계 개편 등이 포함됐다.
이 외에도 지역 의대 및 수련병원 재정 지원 확대, 필수의료 복수진료 활성화, 응급의료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전국 네트워크 구축 등이 제안됐다.
지역 의료격차 해소 방안으로는 필수의료 수가 신설, 지역근무 수당 확대,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단축 및 배치 합리화 등이 제시됐고, 의료사고 대응 개선을 위해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의료배상책임보험 가입 확대, 필수의료 분야 사고에 대한 국가책임제 도입 등을 요청했다.
김성근 대변인은 "의료정책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수요자 중심의 접근과 전문가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차기 정부는 의료계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설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