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상종구조전환에…신규 간호사 취업시장 불안정 커져

29일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위원-간호계 간담회 진행
"간호사 채용시장 급랭…합격했는데 입사취소, 악몽과 같은 한해"
"기약 없는 기다림, 생계 막막해…타직종·해외 진출 고려까지"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7-29 16:54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위원-간호계 간담회에 참석한 박준수 간호대학생과 발령대기 중인 이상은 간호사.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장기화된 의정갈등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지원사업에 따른 병상 감축 등의 여파로 신규 간호사들이 면허를 취득하고도 병원에 입사하지 못한 채 '발령 대기' 상태로 머무는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일부는 오랜 대기 끝에 채용 자체가 취소되거나 생계 부담과 불안정한 미래에 지쳐 타직종으로 이탈 및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간호계는 간호사의 양적 확대에만 집중한 인력 정책을 넘어 신규 간호 인력이 안정적으로 의료현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채용시장의 구조적 안정성과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위원-간호계 간담회'에 참석한 예비 간호사들은 이 같은 현실을 전하며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간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박준수 예비 간호사는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며 간호대 학생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채용 일정 연기와 채용인원 감축, 심지어 합격 취소 사례까지 발생하며 악몽과 같은 한 해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상황이 다소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의 채용 증가폭은 전년 대비 61%나 줄어드는 등 여전히 암울하다. 최근 병상 수를 줄이고 중증 병상을 확대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지원사업이 시행되면서 간호대 학생들은 이로 인한 채용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책 변화와 타 직역의 집단행동 등이 간호사 채용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현실은 간호 인력 수급 시스템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구조적으로 취약한지를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또 "수도권 쏠림 현상은 간호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방 의료기관의 낮은 급여, 열악한 근무 환경, 복지 부족 등의 현실로 인해 지방 출신 간호대 학생들도 수도권 병원을 선택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통계에서도 임상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 28만9074명 중 12만5619명이 서울과 경기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간호대학 정원은 2008년 1만1686명에서 2025년 2만4883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2023~2025년 신규 면허 취득자 7만686명 중 병원에 근무 중인 인원은 41%에 그쳤다. 이탈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 없는 단순한 정원 확대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박 예비 간호사는 "간호대학 정원 확대보다 중요한 것은 간호사가 일하고 싶은 환경을 조성하고 제도가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는지를 철저히 관리·감독하는 일"이라며 "이런 지원이 있어야 불안정한 간호사 취업시장도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를 꿈꾸며 면허까지 취득한 수많은 신규 간호사 인력이 '발령 대기'라는 이름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호소가 뒤따랐다.

이상은 대기 간호사는 "대기 중인 간호사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지속된 의료공백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 최선을 다했고 면허를 취득했다. 그러나 면허를 취득한 이후에도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당수, 거의 대부분의 신규 간호사들이 여전히 전국 종합병원에 입사하지 못한 상태다. 이른바 '웨이팅 게일'이라고 불리는 발령 대기 현상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령대기는 간호계에서는 낯설지 않다"면서도 "기존에는 입사 대기상태라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발령이 되겠지라는 믿음이 있었다. 때문에 크게 불안감은 없었으나 지난해 의정갈등이 지속되고 이후 의료인력 채용이 대규모로 축소되면서 상황이 많이 변했다. 예비 간호사들은 말 그대로 기약 없이 기다려야 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채용을 중단한 병원도 많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간호사 취업률은 34%에 머물렀다"고 짚었다.

또 "면허를 취득했음에도 간호사로서의 경력을 쌓지도 못한 채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마련하는 일이 당연한 일이 돼 버렸다. 언제 발령이 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한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갑작스러운 발령에 거주지를 미처 마련하지 못하고 굉장히 먼 거리를 통근하는 사례도 있고, 반대로 입사 예정이라는 소식에 거주지를 계약했음에도 발령이 무기한 연기돼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보증금까지 포기한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발령 대기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채용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환자 수 감소에 따른 의료인력 감축으로 인해 채용 인원을 예정대로 발령하지 못하는 병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일부 병원들에서는 2년 이상 대기 시 채용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간호직을 포기하거나 타 직업 및 해외로 이탈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며 간호사 채용 시장의 구조적 안정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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