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동맥고혈압치료제 도입·급여화 제기…政 재정·형평성 강조

'폐동맥 고혈압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희귀질환 폐동맥고혈압, 조기진단과 치료 환경 개선 필요
국내 치료 현실, 대증치료에 머물러…해외와 격차
전문가·환자, 신약 도입·패스트트랙 필요성 강조
정부, 재정 부담·제약사 허가 문제 등 현실적 한계 지적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8-27 05:57

윤영진 한국폐동맥고혈압환우회 '파랑새' 대표, 정욱진 가천대 의과대학장겸 대한폐고혈압학회 회장, 김국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재관리실장,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희귀질환인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에포프로스테놀의 패스트트랙 도입과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 조기진단과 전문적 치료환경 조성을 위한 전문센터 설립 필요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 부담과 형평성 등을 고려해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6일 국회의원회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폐동맥 고혈압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은 의견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원회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폐동맥고혈압은 일반 국민들은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매우 위험한 질환 중 하나다. 초기에는 만성피로와 같이 일상적인 증상으로 오인되기 쉬워 조기발견이 어렵고 적기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 평균 3년 이상 생존하기 어려운데 병원에서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2~3년이 소요되고 있어서 생존율이 급격히 낮아지는 심각한 희귀·난치성 질환"이라고 말했다.

또 "이 질병을 정복하기 위해 주요국에서는 혁신 치료제 개발을 통해 질환의 근본 원인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일시적 증상 완화를 위한 대증치료에 머물고 있다. 그렇기에 의료현장의 전문가와 환자단체에서는 보다 효과적인 치료제 도입 등을 통해 치료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일선 의료진들은 희귀질환인 폐동맥고혈압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새로운 치료제 도입과 함께 조기진단체계 마련을 통해 치료효과를 높이고 환자에 대한 사회적·의료적 관심 확대가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토론회 첫 연자인 김기범 서울의대 교수는 '폐동맥고혈압의 국내 현황과 환자 삶의 질'을 발제로 "폐동맥고혈압은 폐소동맥 벽이 두꺼워지고 좁아지는 진행성 질환이며 순환기계의 암"이라며 "현재 국내 유병현황을 보면 지난해 기준 3200명이 치료를 받고 있는 매우 희귀한 질환이다. 숨어있는 폐동맥 고혈압환자까지 포함한다면 50만명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폐동맥 고혈압은 돌연사를 부를 정도로 심각하지만 빈혈, 심장질환, 폐질환 등과 유사해 초기에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이로 인해 최대 3년까지 진단방랑을 겪는 경우가 다수"라고 지적했다.

정욱진 가천대 의과대학장겸 대한폐고혈압학회 회장은 '폐동맥고혈압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제언'을 발제로 "ICER 탄력적용을 통해 미도입 약제를 패스트트랙으로 신속히 도입해야 하며 특히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30년 이상 미도입된 에포프로스테놀(Epoprostenol)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전에는 환자상태가 나빠지면 약을 추가했지만 최근에는 미리 조절해서 좋아진 상태에서 유지하는 방향이 세계적인 트렌드다"라며 "병용요법을 통해 초반에 2~3개의 약을 병용해 증식을 억제하고 혈관을 열어 유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폐동맥고혈압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ICER 유연화와 미도입 약제의 패스트랙 적용 ▲폐동맥고혈압의 전문질환군 인정과 이를 통한 산정특례 적용 ▲조기진단와 전문적 치료를 위한 전문센터 설립 지원 ▲국내 폐고혈압 환자의 전국단위 등록 및 관련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고 정책 제언을 했다.

정 회장은 6년 전에도 이와 같은 제안을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새로운 약제가 도입돼 환자의 치료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으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환자측에서는 신약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급여화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데 방점을 뒀다.

윤영진 한국폐동맥고혈압환우회 '파랑새' 대표는 '치료환경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라는 발제로, "가장 중요한 것은 약이다. 약을 먹어야 치료도 되고 유지가 된다. 그리고 건강보험이 돼야 접근성이 있다. 급여가 안 된 약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약물과 치료 방법이 충분히 확보돼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접근이 제한적이라는 현실을 비판했다.
한지아 의원 주최로 '폐동맥 고혈압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국회의원회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사진=김원정 기자
정부 관계자들은 환자와 의료진의 어려움에 공감하면서도, 약제 국내 도입에는 제약사 허가 신청이 필요하고, 한정된 재정과 약가 부담 등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국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재관리실장은 "희귀 질환에 대해서는 허가-평가-협상을 연계해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허가신청은 제약사에서 해야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허가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등재하거나 급여화할 수는 없다. 또 허가-평가-협상의 연계가 급여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짚었다.

김형민 국민건강보험공단 약제관리실 신약관리부장은 희귀질환 치료제는 1인당 투약 비용이 높아 전체 약품비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며, 재정 관리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약재 특성, 형평성, 제한된 재원을 고려한 급여 우선순위 설정과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중증 난치 질환 환자들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서는 약제의 빠른 도입과 급여화가 필요하지만 대상 환자수가 적고 데이터가 제한적이다. 또 업계 입장에서는 경영 수지 측면도 고려될 수밖에 없다"며 현실적인 측면을 언급하면서 지속적인 소통과 아이디어 공유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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