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부전학회 가이드라인 개정‥주요 포인트 3가지

심부전 분류 세분화, 이에 따른 치료법과 약제도 상당수 달라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7-25 11:5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심부전학회가 '2022 심부전 진료지침 완전 개정판'을 공개했다. 이 개정판은 학회의 상당한 노력이 들어간 결과물이다.

대한심부전학회가 지난 2016년 처음으로 국내 만성 심부전 진료지침을 제정한 이래 2017년 급성 심부전 진료지침이 제정됐다. 이 지침은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 부분 업데이트를 거치며 임상 진료에서 국내 심부전 환자들에게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지침서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첫 심부전 진료지침이 발표된 후 6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고 방대한 연구가 쌓여왔다. 일부 업데이트를 거치긴 했으나, 변화된 내용을 전반적으로 반영하기엔 이전 지침으로는 무리가 있었다.

이에 대한심부전학회는 2021년부터 진료 지침 위원회를 통해 원고를 수합하고, 토의 과정을 거쳐 2022년 전면 개정판을 총 64장으로 구성해 발표하게 됐다.

다만 전면 개정판의 권고 사항들은 최신 의학적 근거와 토의 결과를 중심으로 작성돼 있어 현재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과는 다소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현실 진료에 있어서는 제한점이 있을 수 있다.

이번 개정판에서 눈여겨 볼 것은 크게 세 가지다.

◆ 심부전의 세분화 = 먼저 새롭게 개정된 진료지침에는 심부전의 정의가 명확화됐고 심부전의 분류가 세분화됐다.

일반적으로 좌심실 박출률은 좌심실의 수축 기능을 측정하는 지표로 심부전을 분류하는 데 이용돼 왔다.

학회는 좌심실 박출률이 40% 이하로 떨어진 경우를 박출률 감소 심부전(Heart failure with reduced ejection fraction, HFrEF)으로 정의했다.

또한 박출률이 50% 이상인 경우를 박출률 보존 심부전(Heart failure with preserved ejection fraction, HFpEF)으로 정의했다.

박출률이 41-49% 사이인 경우 과거 경계형 박출률 심부전(Heart failure with midrange EF, HFmrEF)으로 분류해 HFpEF와 가까운 질환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이후 이 환자군에서 HFrEF의 약물치료에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들이 보고되면서 HFrEF에 좀 더 가까운, 박출률 경도 감소 심부전(Heart failure
with mildly reduced EF, HFmrEF)으로 분류를 변경했다.

◆ 세분화된 심부전 약제 = 세분화된 심부전 종류에 따라 치료법과 약제 권고 사항도 달라졌다.

그동안 적합한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수요로 남아 있던 박출률 보존 심부전에서 긍정적 임상 결과들이 발표됐고, 새로운 치료제들이 등장한 덕이다.

대한심부전학회는 2021년 9월 유럽과 2022년 4월 미국에서 개정된 심부전 가이드라인의 수용 개작을 넘어 국내 현실에 맞게 권고 내용과 권고 수준을 제시했다.

'박출률 감소 심부전'은 1차 표준 치료로 안지오텐신수용체-네프릴리신 억제제(ARNI) 또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억제제(내약성이 없는 경우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 베타차단제, 염류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알도스테론 길항제),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SGLT2) 억제제가 권고됐다. (Class I, Level of Evidence A)

표준 약제에도 불구하고 박출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경우 이바브라딘, 베리시구앗, 디곡신 등이 2차 치료제로 권고됐다.

'박출률 경도 감소 심부전'에서는 이뇨제가 울혈이 있는 환자에서 증상 및 증후를 경감시키기 위해 권고됐다. (Class I, Level of Evidence C) 

SGLT2 억제제는 당뇨병 유무와 관계없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계 사망을 감소시키기 위해 투여하는 것을 권고한다. (Class I, Level of Evidence B)

안지오텐신수용체-네프릴리신 억제제(ARNI)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계 사망을 줄이기 위해 투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명시됐다. (Class IIa, Level of Evidence B)

'박출률 보존 심부전'의 치료에서도 울혈 증상이 있는 경우 이뇨제 치료가 권고됐고(Class I, Level of Evidence C), SGLT2 억제제는 당뇨병 유무와 관계없이 투여가 권고됐다. (Class I, Level of Evidence B) ARNI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계 사망을 줄이기 위해서 투여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명시됐다. (Class IIa, Level of Evidence B)

◆ 심부전 신약들의 달라진 위치 = 약제에 있어 큰 변화는 '신약'들이다.

안지오텐신 수용체 네프릴리신 억제제(ARNI)인 한국노바티스의 '엔트레스토(사쿠비트릴/발사르탄)'는 박출률 감소 심부전 환자에서 심혈관계 사망과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을 감소시키기 위해 표준치료로 권고됐다. (Class I, Level of Evidence A)

학회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에 안정적일 경우, 심혈관계 사망과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추가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를 ARNI로 교체해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Class I, Level of Evidence B)

아울러 급성 악화로 입원한 박출률 감소 심부전 환자에서 혈역학적으로 안정된 후,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 대신 ARNI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Class IIa, Level of Evidence B)

엔트레스토는 PARAGON-HF의 하위그룹 분석 결과에서 EF<57%인 환자에서 심부전 입원율이 감소한 점과 또한 PARADIGM-HF와 PARAGON-HF의 메타분석에서 정상보다 낮은 심박출 심부전 환자의 심혈관계 사망과 심부전 입원율 감소의 결과에 근거해, 박출률 경도 감소 심부전과 박출률 보존 심부전에도 권고됐다.

'SGLT2 억제제'의 경우, 당뇨병 동반 유무와 관계없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계 사망을 감소에 권고된 약물은 베링거인겔하임·릴리의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다.

심박출률이 40% 이하인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대규모 임상 연구에는 포시가의 DAPA-HF와 자디앙의 EMPEROR-Reduced가 있다.

박출률 보존 심부전 치료의 경우 최근 EMPEROR-Preserved 연구에서 일반적인 치료에 더해 자디앙을 추가했을 때 일차 종말점인 심혈관계 사망과 심부전 악화에 의한 입원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시가는 EF >40% 이상의 환자에서 심혈관계 사망과 심부전에 의한 입원을 감소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DELIVER 연구가 완료됐다.

바이엘의 '베리시구앗'의 경우,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또는 안지오텐신수용체-네프릴리신억제제(ARNI)], 베타차단제, 염류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알도스테론 길항제)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심부전 악화를 경험한 좌심실 박출률 45% 미만 심부전 환자에서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또는 심부전 재입원을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언급됐다. (Class IIa, Level of Evidence B)

VICTORIA 연구에 따르면, 심부전 악화를 경험한 좌심실 박출률 45% 미만 심부전 환자에서 베리시구앗 치료는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또는 심부전 재입원율을 감소시켰다. (35.5% vs. 38.5%)

학회는 VICTORIA 연구에 한국인이 등록돼 있다는 점, 2021년 1월 미국 FDA, 2021년 7월 EU EC, 2021년 11월 식약처에서 모두 사용 허가를 받은 점, 고위험군 심부전 환자에서 연간 절대 위험 감소율 4.2%를 보여준 점을 고려했다. 학회는 기존 심부전 약물 치료를 충분히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심부전 악화를 경험한 환자에서 Class IIa로 베리시구앗 사용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심부전학회 강석민 회장은 "심부전은 향후 고령화 시대 폭발적으로 증가할 질환이다. 다행히 심부전학회가 처음 국내 심부전 진료지침을 개정한 이래로 신약과 다양한 치료법이 발전돼 왔지만 여전히 초기 치료가 미흡하여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진료지침 전면 개정을 계기로 진료 현장에서 발전된 치료법을 널리 활용하여 국내 심부전 환자의 예후와 삶의 질이 향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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