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간 시행해 온 '항생제' 관리‥여전히 높은 '처방률' 고민

심평원 적정성 평가, 지난 20년 동안 처방률 꾸준히 개선
하지만 영유아와 소아청소년, 일부 의원은 과한 항생제 처방 계속
비약물적 중재 전략인 '항생제 스튜어드십' 필요성↑‥참여 독려 절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2-26 06:0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무분별하고 과도한 항생제 사용은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에 대한 위기에 빠지게 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요양기관의 약물 오·남용을 줄이고 적정 사용을 도모하기 위해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를 200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항생제 처방률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성과는 있었다.

심평원은 외래에서 진료하는 호흡기계질환의 약 71%를 차지하고 있는 급성상기도감염(감기 등)과 급성하기도감염(급성기관지염 등)의 항생제 처방률을 평가하고 있다. 급성상기도감염 및 급성하기도감염은 대부분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항생제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정부는 제1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2016~2020)에서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 감소를 목표(44% → 22%)로 설정한 바 있다.

심평원이 공개한 '2022년(55차)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급성상기도감염(감기) 항생제 처방률의 경우 2002년 73.33%에서 2022년에는 32.36%로 20여 년간 절반으로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병원, 의원의 감기 항생제 처방률은 높았으며 연령별 항생제 처방률에서는 영유아가 41.31%로 가장 높았고, 소아청소년 32.59%, 성인 30.22%, 노인이 21.96% 순이었다.

급성기관지염 등 급성하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은 2022년 54.06%로 2016년 60.80% 대비 6.74%p 감소했다. 연령별로는 영유아가 59.64%로 가장 높고, 소아청소년 55.40%, 성인 52.18%이며, 노인이 38.55%로 가장 낮았다.

이처럼 심평원이 항생제 처방 관리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으나 지금까지도 다소 아쉬운 면이 남아 있다.

심평원은 그간 항생제 처방률 감소를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실시해 왔다.

한 예로 QI 컨설팅, 교육 과정 제공, 평가 결과 하위기관에 안내문을 발송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료기관의 질 향상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월별로 약제평가 결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e-평가시스템에서 진료과목별, 연령별 등 평가 결과를 비교해 확인할 수 있다.

의원 대상으로는 반기별로 약제평가 가감지급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가감지급사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2021년 기준 가산 대상은 5638기관(10.6억 원), 감산 대상은 677기관(2.4억 원)이었다.

심평원 공진선 업무상임이사는 "항생제 처방을 줄이기 위해서는 항생제 사용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함께 병행돼야 하므로 항생제 내성의 위험성을 알리고 적절하게 항생제를 처방하도록 홍보 활동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일차 의료기관,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도 감기 외 질환에 항생제가 부적절하게 처방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심평원의 '3차병원 중환자실 내 전향적 감사와 피드백을 통한 항생제 사용 중재 효과' 연구에 의하면, 국내 다기관 연구에서 전체 입원 환자의 50.8%가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3차병원, 400병상 미만의 병원에서도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이 보고됐다.

따라서 적절한 항생제를 사용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항생제 스튜어드십(anti-microbial stewardship)'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태. 스튜어드십은 항생제 제한과 사전 승인(restriction and preauthorization) 및 전향적 감사와 피드백(prospec-tive audit with feedback)이 핵심 전략이다.

항생제 내성 발현의 주요 원인은 항생제의 오·남용이므로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보다는 비약물적 중재 전략인 항생제 스튜어드십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항생제 스튜어드십 적용을 통한 환자의 치료 결과 개선, 의료비용의 감소, 항생제 내성 감소의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우리나라도 학회 차원에서 국내 실정에 맞는 항생제 스튜어드십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각 병원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다만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은 전문가의 노력 뿐만 아니라 국가와 병원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국내에서는 인력 부족 및 인식의 부재로 감염내과 전문의 등 소수의 전문가들의 노력을 통해 부분적으로만 실행되고 있다. 대학병원조차 수동적인 제한 항생제 관리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중소병원에는 항생제 관리 시스템 자체가 없는 경우가 흔했다.

대부분의 항생제 스튜어드십에 대한 비용-효과 분석 연구는 항생제 사용량 감소와 환자의 입원 기간 감소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연구팀은 "항생제 스튜어드십으로 얻어지는 내성균 감염 및 전파 감소, 예상되는 항생제 부작용의 감소, 의료진 교육 효과 등을 고려하면 이득이 더욱 클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국내의 항생제 스튜어드십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으며, 특히 중소병원에서는 항생제 처방을 중재할 수 있는 장치가 거의 마련돼 있지 않다.

연구팀은 "프로그램의 수행을 강제하는 것만이 아니라 수가 보전 등의 적극적인 유인책이 마련돼야 전문 인력의 고용 및 효과적인 항생제 사용 중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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