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무려 100년이다. 이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플루엔자'에 집중해 온 전문 기업이 한국에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지난 16일 CSL의 자회사 '시퀴러스'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 법인 설립을 알렸다.
시퀴러스가 얼마나 '인플루엔자'에 진심인지는 회사의 목표에서도 드러난다. 시퀴러스는 "인류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인플루엔자의 심각성과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시퀴러스는 간담회에서 인플루엔자의 예방의 중요성과, 고령자 및 만성질환자에서의 백신 효과 향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고면역원성 백신 필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로, A형, B형, C형으로 크게 나뉠 수 있다. 이 중 A형과 B형이 높은 유행을 일으킨다.
인플루엔자는 변이가 쉽게 발생한다. 유전자 점돌연변이에 의한 HA 아미노산 변화를 '항원 소변이', 유전자 재조합, 주로 아형의 변화를 '항원 대변이'라 부른다. 항원 소변이는 해마다 발생이 가능하지만, 항원 대변이는 10년 주기로 발생하는 대신 팬데믹을 일으킬 만큼 파괴력을 지닌다.
해마다 전체 인구 10-20%(4000-5000만명)가 인플루엔자에 감염된다고 보고되며, 전 세계 인플루엔자 호흡기 질환 사망자수는 연간 29만~64만명 정도다. 국내에서는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자수가 연간 2,900명으로 집계됐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송준영 교수는 인플루엔자 감염은 특히 고령자, 만성질환자가 주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는 50세 이상의 20-30%가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만약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면 당뇨병, 천식, 심혈관질환 등을 가진 성인은 일반인 대비 합병증 가능성이 급격히 커진다.
이에 국내외 가이드라인은 고령자, 만성질환자는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송준영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단일 감염질환 중 가장 큰 질병 부담을 가지고 있는 질환이다.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에서 합병증, 입원, 사망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 예방 접종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인플루엔자 백신의 효과는 연령과 기저질환, 백신 바이러스 주와 유행 바이러스의 일치 여부 등에 따라 10~70%까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예방 접종 전략이 요구된다.
백신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 가장 먼저 '접종 시기'를 맞추는 것이 제안됐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접종 후 6개월 정도 항체 효과가 유지되지만 그 이후에는 감소한다.
우리나라는 11월부터 2월에 A형 인플루엔자가, 2월부터 4월 말까지는 B형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는 패턴을 보인다. 이를 고려해 인플루엔자 백신은 10월 말 11월 초에 접종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고면역원성' 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예방 효과를 높이는 대안 중 하나다.
현재 인플루엔자 백신의 허가 기준은 예방 효과 50% 정도로 돼 있다. 그런데 아무리 백신이 50%의 효과를 보여도 고령자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낮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더 높은 항체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고면역원성 백신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고면역원성 백신에는 ▲고용량 백신 ▲MF59 면역증강제(adjuvant) 백신 ▲피내 접종 백신 등이 포함된다. 이 중 고용량 백신, MF59 면역증강제 백신은 모두 1-2년내 국내 도입이 예정돼 있다.
송 교수는 "인플루엔자 백신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효과적인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며 "10월 중순 이후에 세포 배양 백신이나 면역증강제가 포함된 고면역원성 백신 등을 선택해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고면역원성 백신에 앞서 나가는 시퀴러스
인플루엔자 백신 효과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은 ▲65세 이상 성인의 면역체계 저하 ▲균주 불일치 ▲유정란 적응 반응을 꼽을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면역증강제(adjuvant)'가 함유된 인플루엔자 백신이 주목을 받고 있다.
'MF59'는 백신 효과를 증가시키는 수중유적형(Oil-in-water) 면역증강제다. MF59 백신이 체내에 들어가면 주사 부위에 세포성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이와 함께 항원제시세포에 의한 항원 흡수를 촉진하며, 림프절로 들어가 T-cell, B-cell 활성화를 통해 체액성 면역 반응을 높인다.
현재 면역증강제가 들어간 백신은 4가로 만들어졌고, 2020년 FDA 승인을 받은 상태다.
과거 국내에서 B형 인플루엔자 백신주와 유행주의 불일치가 문제가 된 바 있다. 일반적으로 백신주와 유행주 일치율이 평균 38%로 나타났는데, 이 문제는 4가 백신이 활성화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포 배양 백신'의 경우, '유정란 적응'의 대비 차원에서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유정란 백신은 오래도록 확립된 제조 방법이지만, 탄력적인 시장 대응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유정란 백신 준비 기간은 약 6개월 정도로 장기 소요된다. 그리고 유정란 수급 차질 시 백신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세포 배양 백신은 확립된 세포주를 이용한 바이러스 배양 방법이다. 유연한 단기 제조 공정으로 3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는 신종 바이러스 유행에 신속 대비가 가능하다. 아울러 불순물에 대한 위험이 적고, 단기간에 항원성 변화없이 백신주 선별에 유리하다.
유정란 적응은 일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정란에서 잘 배양되기 위해 거처야 하는 과정이다. 그렇지만 인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종종 유정란에서 잘 자라지 못한다. 바이러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응을 하는데, 이러한 성질 때문에 항원에 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 생산 과정에서 항원성이 변하면 완성된 백신의 항체 생성률 역시 낮아진다.
반면 세포로부터 유래된 바이러스는 유행 중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유사해, 이러한 적응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시퀴러스는 인플루엔자 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면역증강 기술과 세포 배양 백신을 합치는 방향을 연구 중이다. 관련 3상 임상시험은 5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이외에 시퀴러스는 'RNA 기반 백신'도 개발에 나섰다. 차세대 백신 기술인 '자가증폭 mRNA(sa-mRNA)'는 일부 효소를 통해 보다 많은 mRNA 나오게 하는 방식이다. 아직 연구 초기이지만 성공만 한다면 적응 용량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어 관심을 모은다.
시퀴러스 글로벌 의학부 총괄 조나단 앤더슨 박사(Jonathan Anderson)는 "시퀴러스는 전 세계 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한 세계보건기구(WHO) 및 전 세계 정부의 주요 대응 파트너로서 기여하고 있다"며 "시퀴러스코리아의 출범을 통해 자사의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이고 한국 사회의 공중 보건에 공헌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을 모색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퀴러스코리아는 현재 만 5세 이상 소아, 청소년 및 성인에서 접종할 수 있는 4가 인플루엔자 백신 '아플루리아'를 국내 유통하고 있으며, 면역증강 4가 독감백신,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 등을 순차적으로 국내 도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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