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사에 환영받은 '코셀루고'‥'총상신경섬유종' 급여만 남아

서울아산병원, 환자 대상 강좌에서 신경섬유종증 1형의 진단, 관리, 치료 공유
대증 치료로 수술 외에 방법 없던 '총상신경섬유종', '코셀루고'로 기대감 고조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5-16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5월을 맞이해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와 가족을 위해 개최된 온라인 강좌는 그들이 느꼈던 여러 갈증을 잠시 해소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약 50명의 환자와 보호자는 질환 정보가 부족하고, 접근성이 낮은 신경섬유종증 1형에 대해 열정적으로 질문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신경섬유종증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2017년 5월 국내 최초로 신경섬유종 클리닉을 개설했다. 여러 인체 장기를 침범하는 질환 특성을 고려해 소아내분비대사과, 성형외과, 종양내과, 신경외과의 다학제간 협진으로 매년 1,00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 '신경섬유종증 1형'의 유전과 진단

'신경섬유종증(Neurofibromatosis)' 환자와 보호자는 정보에 대한 갈증이 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신경섬유종증은 희귀질환이기에, 상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적었다.

신경섬유종증은 신경계, 뼈, 피부에 발육 이상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신경섬유종증 환자의 85%는 1형(Neurofibromasis type 1, NF1)이며, 10%는 2형(Neurofibromasis type 2, NF2)에 해당해 두 가지 아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신경섬유종증 1형은 몸 전체 신경에 종양성 질환이 계속 생기는 상염색체 우성 유전 질환이다. 뉴로파이브로민(Neurofibromin)이라는 종양 억제 단백질의 기능 상실로 인해 종양이 증식하는 것이 원인이다.

NF1의 유병률은 2,500~3,000명 중 1명 꼴로, 모든 민족과 인종에서 발생할 수 있다.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의 약 50%는 상염색체 우성 형질로 유전돼 가족력에 의해 나타나는 한편, 50% 가량에서는 무작위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신경섬유종증은 직경 5mm 이상 크기의 6개 이상 카페오레 반점(커피색의 반점)과 겨드랑이나 서혜부의 주근깨 반점 등 대표적인 임상적 징후 2가지가 있는 경우 진단된다. 빠른 질병 관리를 위해 영아는 유전자 검사를 추가로 진행해 확진하기도 한다.

신경섬유종증은 신경 세포를 따라 전신에서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 20~50%가 경험하는 '총상신경섬유종(Plexiform Neurofibroma)'은 신체 곳곳에서 종양이 커져 언어장애나 척추측만증 등의 정형외과적 문제, 심각한 통증 및 무력감, 마비감 등 신체적 손상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준다.

이밖에 총상신경섬유종은 정서적 소외감과 사회적 고립을 유발한다. 총상신경섬유종 환자들은 소아 시절부터 발병한 비대한 종양으로 인해, 신체적 고통 외에 외형적인 변화로 삶의 질이 심각하게 낮다고 보고됐다.

신경섬유종증 1형의 여러 증상은 보통 아동기에 나타나기 시작해 사춘기, 임신과 같은 호르몬 변화에 의해 더욱 뚜렷해진다. 피부로 드러나는 증상 외에도 척추측만증 등의 정형외과적 문제 및 인지기능장애, 학습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경미한 증상으로 인해 진단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공통적으로 신경섬유종증 1형은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항상 증상이 심화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주기적인 검진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Q. 부모에게 관련 질환이나 증상이 없음에도 아이가 신경섬유종증 1형으로 진단받게 되는 경우, 이 아이의 자녀에게 유전이 될 가능성이 있나요?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내분비대사과 이범희 교수 = 부모에게 질환이 없어도 NF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해당 아이부터 다음 세대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유전될 경우 유전 여부는 동전 던지기와 같이 독립적인 확률로 매번 50%의 가능성을 가집니다.

상염색체 우성 유전에 해당하는 신경섬유종증 1형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며, 여러 세대에 걸쳐 영향을 끼칩니다.

Q. 신경섬유종증 1형 여성 환자가 임신과 출산을 준비한다면, 유전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이범희 교수 = 가임 환자는 임신 단계에서 크게 2가지 방법으로 유전 여부를 미리 진단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연 임신 이후 태아의 유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고, 또 다른 경우는 착상 전 유전 진단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신경섬유종증 1형의 유전이 우려된다면 시험관 이식 후 배아 단계에서 유전 진단을 실시해, 정상인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험관 시술로 임신한 후에도 정상 여부를 재확인하는 진단이 이뤄지는 것이 좋습니다.
 
Q. 신경섬유종증 1형은 어떻게 진단할 수 있나요?

이범희 교수 = 신경섬유종증 1형은 피부에 생긴 6개 이상의 카페오레 반점, 피부가 사마귀 형태로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피부 신경섬유종, 또 신경을 따라 두꺼운 신경섬유덩어리가 비대하고 침습적으로 포도송이 모양으로 얼기설기 얽혀 나타나는 총상신경섬유종 등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부위에 생긴 주근깨 ▲시신경 교종 ▲리쉬 결절 ▲골형성이형증 및 가관절증 ▲가족력 등에 해당하는 지 살펴 보고 2가지 이상의 징후가 나타나면 신경섬유종증 1형으로 진단합니다.

또한 너무 어린 영아 중 가족력이 없는 환자들은 6개 이상의 카페오레 반점을 확인하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추가적인 징후 발생 이전에 확진하기도 합니다.

Q. 유아기·아동기 때 총상신경섬유종이 없더라도, 사춘기 이후에 나타날 수 있나요?

이범희 교수 = 총상신경섬유종은 보통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들 중 약 20~50%에서 확인되는 선천적인 특징입니다. 어린시절에 발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다만 유아 및 아동기에 커지지 않더라도, 호르몬 급변 시기인 사춘기나 임신 중에 급속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사춘기에 총상신경섬유종이 비대해지기 시작한 경우 성인기까지 부피가 커질 수 있습니다.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 기간 중 호르몬의 영향으로 인해 급격하게 총상신경섬유종의 부피가 커질 수 있습니다.

Q. 신경섬유종증 1형으로 인해 나타나는 학습 및 인지 장애가 성인에서도 집중력 부족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나요? ADHD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이범희 교수 = 심하지는 않지만 성인에서도 집중력 저하가 흔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필요 시 증상을 호전 시킬 수 있는 약제를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 햇빛도 주의해야 하나요? 자외선 차단제가 필수겠죠?

이범희 교수 = 일상 생활의 일조량은 무리가 없으나 일광욕은 지양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신경섬유종증 1형 확진을 받으면 1년에 한 번씩 MRI를 촬영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주기적으로 진료를 받으며 이상이 없으면 MRI 촬영을 중단해도 될까요?

이범희 교수 = 연령대에 따라 주의해야 할 합병증이 다르기 때문에 이상이 없더라도 꾸준한 정기 검진을 권장합니다.
 

◆ 대증 치료에만 의지했던 '신경섬유종증'


신경섬유종증 1형은 증상이 비가역적으로 꾸준히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의 삶 전반에 걸쳐 영향을 준다.

그간 신경섬유종증 1형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대증 치료가 이뤄져 왔다. 주로 표면적으로 나타난 병의 증상을 개선하는 치료 혹은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물리치료, 통증 관리 등이 진행됐다.

보통 종양에 통증이 동반되거나 감염, 외관상 문제가 있을 경우 수술을 통해 절제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 방법이었다.

특히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의 20~50%에서 나타나는 총상신경섬유종이 문제였다. 총상신경섬유종은 종양의 크기가 지속적으로 비대해지고 주변 조직에 침습적으로 형성돼 몸의 변형을 일으키며 자라는 특징이 있다.

그동안 총상신경섬유종 동반한 환자는 평생을 예측할 수 없는 신체적, 외관적 변화에 대한 불안을 안은 채 지내야 했다. 근본적 치료 방법이 부재해 감염 및 주요 신경 압박, 극심한 통증, 기도 압박 등의 위기가 있었다.

이에 총상신경섬유종 환자는 종양 제거 수술을 하기도 했으나, 신경 손상의 문제로 인해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또 완전히 종양을 제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으며, 10시간에 걸친 대수술로 수술 중 극심한 출혈 위험이 컸다. 수술 이후에도 후유증이나 재발의 가능성이 컸다.

이런 가운데 2021년 5월, 아스트라제네카의 '코셀루고(셀루메티닙)'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증상이 있고 수술이 불가능한, 총상신경섬유종 동반 신경섬유종증 1형 치료제로 허가됐다.

코셀루고는 만 3세 이상의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첫 총상신경섬유종 치료제다. 국내에서는 치료가 제한됐던 환자들을 위해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 질환의 치료제'로 평가받으며 신속심사대상 의약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코셀루고 권장 용량은 1회 25mg/m2로, 하루 2번 공복에 경구 투여한다.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와 가족들은 최초의 총상신경섬유종 치료제 코셀루고의 등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

만 3세 이상 신경섬유종증 1형 소아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SPRINT 2상 임상에서 전체의 68%(34명) 환자가 종양이 20% 이상 줄어드는 부분 반응을 나타냈고, 이와 같은 반응의 지속 시간 중간값은 7.2개월로 나타났다(range: 3.3개월 to 1.6년). 20% 이상의 부피 감소 반응 등 부분 반응을 보인 환자 34명 중 82%(28명)는 12개월 이상 반응이 유지됐다.

3년 F/U 시점에 질병 무진행 생존(progression-free survival) 비율은 비처치 시 일반적으로(Natural History of Neurofibromatosis Type 1) 15%이나, 코셀루고 처치 시 84%에 달했다. 그리고 전체 환자 중 62%는 용량 조절 없이 복용을 유지했다.

SPRINT 임상에서는 2차 평가 지표로 환자가 느끼는 통증 개선 정도를 살펴봤다. 숫자 평가 척도(NRS, Numeric Rating Scale) 11점 척도로 확인한 결과, 환자와 보호자가 보고한 총상신경섬유종증 연관 종양 통증 강도는 74%의 환자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인 2점 이상의 감소가 확인됐다.

환아와 보호자 모두에게 삶의 질 개선 정도를 확인했을 때, 절반 가량(환아의 48%, 보호자의 58%)이 1년 간의 치료만으로 임상적으로 유의한 건강 관련 삶의 질 증가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보호자들의 평가에 따라 환아의 삶의 질 상태를 수치적으로 비교했을 때 신체적, 감정적, 사회적으로 모두 나아졌다고 응답했다.
 

Q. 신경섬유종증 1형의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이범희 교수 = 신경섬유종증 1형의 증상은 환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증상에 따라 치료의 접근법이 다릅니다.

시신경과 관련된 증상으로 시신경 교종 등 예후가 좋지 않은 소견을 보이는 일부 환자의 경우, 일부 항암치료를 하며 방사선은 권유하지 않습니다. 악성말초신경초종은 조기 발견에서 완전한 제거가 최우선이며, 완전히 제거되지 않을 경우 방사선 및 항암치료를 함께 합니다. 총상신경섬유종은 조직을 침투하며 크기가 증가하기 때문에 수술 혹은 대증적 치료가 이뤄집니다.

측만증과 가관절증은 필요 시 수술적 치료를 하며, 여러 위험 요소가 있어 다학제적인 접근과 더불어 신중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합니다.

Q. 신경섬유종증 1형 치료제 개발 현황은 어떠한가요?

이범희 교수 = 현재로서 전 세계적으로 허가된 약제는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 중에서 총상신경섬유종을 유병하는 환자에 쓰이는 '코셀루고'가 유일합니다. 

하지만 신경섬유종증 1형과 관련한 여러 표적치료제들의 임상 연구가 진행 중에 있으므로, 멀지 않은 미래에 효과적인 새로운 치료제들이 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Q. 총상신경섬유종 치료제 코셀루고를 사용할 수 있는 환자 기준과 그 효과가 궁금합니다.

이범희 교수 = 코셀루고는 증상이 있고 수술이 불가능한 총상신경섬유종 동반 신경섬유종증 1형인 만 3세 이상 소아 환자의 치료에 쓰입니다.

허가 및 적응증의 배경이 된 SPRINT 2상 임상에서 코셀루고는 74%의 환자에서 종양이 20% 이상 감소한 부분 반응(PR, Partial Response)을 나타냈습니다. 
또한 이러한 20% 이상의 종양부피 감소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객관적 반응은 68%의 환자에게서 객관적 반응률(Confirmed ORR)이 확인됐고, 이들 환자 중 82%에서 12개월 이상 반응이 유지됐습니다.

본원에서는 현재 코셀루고 캡슐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코셀루고 약물 치료를 통해 신경섬유종증 1형으로 인한 다양한 증상 및 합병증의 개선이 꾸준히 확인되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기존에 총상신경섬유종으로 인해 심한 통증 증상을 가지고 있던 환자들에게서 투약 1주일 만에 종양 부위 통증이 대부분 해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범희 교수는 코셀루고의 국내 임상 연구를 주도하며 실제 임상 현장에서 겪은 경험도 공유했다.

총상신경섬유종은 종양이 지속적으로 커지므로 주기적으로 MRI 촬영이 진행돼야 한다. 그런데 이 교수의 한 소아 환자는 종양으로 인한 압박으로 호흡이 곤란해, MRI촬영 시 매번 기도 삽관을 해야했다.

그러나 코셀루고를 꾸준히 복용한 후에는 수면제만으로 MRI를 촬영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환자의 경우 총상신경섬유종이 기도 쪽에 위치해, 수면 무호흡증으로 인해 양압기 사용이 필요했다. 그런데 코셀루고 치료 후 많이 호전돼 현재는 양압기 없이 생활이 가능하다.

이범희 교수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코셀루고의 급여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코셀루고는 한 차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상정되기도 했지만, 비급여로 결정되며 치료 접근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코셀루고는 최근 관련 자료를 보완, 제출하며 다시 보험 급여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범희 교수는 "기존에 없던 총상신경섬유종증 치료제의 국내 접근성 향상 필요성에 깊이 공감한다. 치료 환경 개선을 통해 신경섬유종증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일들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좌의 말미에 환자와 보호자들은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의료진들에게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교수님, 늘 환자를 위해 애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 사랑합니다. 꼭 치료제 보험이 적용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관련기사보기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