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골수종 2차 치료서 3제요법 치료 환경 조성돼야"

[인터뷰]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혈액내과 정성훈 교수 
DKd·DVd, 2제요법 대비 이점 분명하지만 치료 접근 한계  
내약성도 탁월…"신속하게 치료 현장 도입돼야"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5-04-30 05:58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혈액내과 정성훈 교수.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골수에서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형질세포(Plasma Cell)'가 비정상적으로 분화, 증식해 발생하는 혈액암 일종인 다발골수종. 

다발골수종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치료제에 대한 불응성과 반복적인 재발이다. 문제는 재발할수록 치료 반응률과 반응 지속 기간이 점점 짧아지는데다, 치료 차수가 높아질수록 다음 치료 단계로 넘어가는 환자 수는 급격히 감소한다. 

이에 환자나 의료진 모두 다발골수종 치료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암은 수술이나 항암 치료를 통해 어느 시점에서 1차 치료가 끝나지만, 다발골수종은 치료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다발골수종 1차 치료는 크게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여부로 나뉜다. 70세 미만이며 전신 건강 상태가 양호하면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후 유도 및 공고요법을 시행한 뒤 레날리도마이드 단독 유지요법을 받는다. 

그럼에도 다발골수종 환자 85~90%는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 후에도 다시 재발하거나 불응하게 된다. 결국 레날리도마이드에 대한 내성이 생기게 되면, 적용할 수 있는 2차 치료 옵션은 매우 제한적이게 된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혈액내과 정성훈 교수는 최근 메디파나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이런 상황에선 2차 약제로 카르필조밉(K)과 덱사메타손(d)을 병용하는 Kd 요법이나 보르테조밉(V)+덱사메타손인 Vd 요법이 쓰이지만, 국내 환자로선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에선 2차 치료로 '다잘렉스(성분명 다라투무맙, D)' 3제 요법인 DKd나 DVd 요법을 더 많이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요법은 국내서도 각각 2019년 8월과 2021년 5월에 재발/불응성 환자 치료제로 승인됐다. 하지만 치료 접근성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보험급여 문제 때문이다. 

DKd 요법에서 카르필조밉과 덱사메타손(Kd), DVd 요법에서 보르테조밉과 덱사메타손(Vd)의 환자 본인 부담률은 5%지만 다라투무맙은 환자가 약가 전액을 부담(100%)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DKd 요법은 무진행 생존 기간이 거의 28.4개월에 이르고, DVd 요법도 18, 19개월 정도의 성적을 보여줬다"면서 "반면 Kd나 Vd 요법은 평균적으로 1년 정도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교할 수 있는 다른 요법이 없다면 이런 표현을 쓸 필요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입장에선 치료 환경이 아쉽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 교수는 내약성 측면에서도 다라투무맙를 추가한 3제 요법은 부작용 발생 빈도가 적어 좋은 치료 옵션이라고 했다. 

다발골수종 세포에 과발현 되어있는 표면 당단백질인 CD-38을 인지해 직접 결합하는 방식의 인간 단일클론항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과거 4제 요법에서는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를 추가해 효과를 높이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내약성 문제가 발생해 인정받지 못했다"면서 "반면 단클론항체인 다라투무맙은 내약성을 크게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치료 효과를 증대시킨다. 항체 치료제가 추가될 때 주입 관련 이상반응만 없다면 환자로선 크게 힘들어하는 부분은 없다"고 제시했다. 

이런 이유로 다발골수종 1차 치료 유도요법인 DVTd(다라투무맙+보르테조밉+탈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요법 이후 재발하더라도 2차 치료인 DKd나 DVd 요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레날리도마이드와 다르게 내성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DKd나 DVd 요법 모두 다발골수종 2차 치료 환경에서 필요하다고 했다. 

단순 비교해 보면, DKd 요법은 무진행 생존 기간이 약 28개월이고, DVd 요법은 18개월이지만, 모든 환자에게 DKd 요법이 적합한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정 교수는 "고령이고 동반 질환으로 인해 콩팥 기능이 저하돼 있거나 심장 기능이 약한 환자에게는 DKd 요법을 사용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하지만 DVd 요법은 심장 기능이나 콩팥 이상 반응에 대한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어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환자에게 적합한 요법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발골수종 치료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1차 치료는 과거에 비해 상당한 발전을 이뤘지만, 2차 치료로 넘어가면서부터 치료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는 현실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다. 

다발골수종 치료는 지난 20년 넘는 기간 동안 상당히 발전했고, 그에 따라 환자 치료 성적도 매우 좋아졌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선 치료 요법들이 신속하게 도입되지 못하는 실정이라 진단했다. 

실제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 생존율은 선진국 대비 10% 이상 떨어지는 실정이다. 독일과 미국 다발골수종 환자 생존율은 각각 62%, 61%인 반면, 우리나라 다발골수종 환자 생존율(2016년~2020년)은 51%에 그친다.  

정 교수는 "매우 효과적인 약제들이 개발됐고,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제들이 많이 나왔지만, 이런 약제들이 경제성 평가나 고가라는 점을 들어 쉽게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이나 일본, 심지어 대만보다 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규제는 여전히 과거의 틀에 묶여 있다"면서 "고가 약제들이 보다 신속하게 치료 현장에 도입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규제 개편과 전문가 및 환자 단체와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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