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진료실 떠나는 백의들‥청춘에게 남은 건 '미안하다'뿐

의정 갈등 1년 지나자…의대생·전공의들 "기대 없다"
의료 떠나는 청춘들, 선배들조차 "추천 못 한다"는 현실
AI·산업계로 눈 돌리는 의대생들…전문의 아닌 길 모색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5-20 11:59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1년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의대생과 전공의들이었다.

의사국가시험 거부, 수업 불참, 집단 사직 등 실천에 나섰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돼 있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라는 격변 속에서도 '변화에 대한 기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 같은 허탈감은 지난 17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5 젊은의사포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포럼에는 의대생, 전공의, 공중보건의사 등 약 1000명이 참석해 의료계 현실을 공유하고 미래를 모색했다. 정치·의료·법조·AI 등 각계 인사들이 강연자로 나섰지만, 현장을 지배한 분위기는 '미안하다'는 선배들의 사과였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몇 년이라도 먼저 의료계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정말 미안하다"며 "보름 뒤 대선이 열리겠지만, 어떤 지도자가 당선되든 스스로 선택한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정경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외상외과의 현실을 전하며 씁쓸한 속내를 드러냈다.

정 센터장은 "대한민국 의료는 이미 금이 갔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외상센터 근무를 후배에게 권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에는 해외 이직을 고민하는 의사의 비자 추천서를 써준 경험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을 떠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그의 말엔 무력감이 묻어났다.

의정 갈등에 지쳐 진로를 바꾸려는 젊은 의사들도 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도 의학 외 영역에 관심을 두는 의대생들이 적지 않았다.

웹소설 '중증외상센터'의 원작자이자 유튜브 '닥터프렌즈' 운영자인 이낙준 작가는 의료 전문성이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작가는 "꼭 전문의를 따야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진료실을 벗어나도 의사의 역할은 계속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도 후배들을 향해 사과와 격려의 뜻을 밝혔다.

김 회장은 "의정 사태 속에서 젊은 의사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 혼란은 의료시스템의 문제이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회유와 겁박을 일삼는 정부의 태도 속에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겪는 고뇌를 잘 알고 있다"며 "절대 외롭지 않도록 선배와 동료들이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의 입장도 명확히 했다.

김 회장은 "왜곡된 정책 흐름을 바로잡고 수련권이 보장되는 교육 환경과 환자 중심의 의료현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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