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정신건강, 정책 사각지대‥"분절된 대응체계 '통합' 시급"

자살생각률 증가·사회경제적 격차 여전‥취약계층 아동일수록 '격차' 뚜렷
상담 위주의 단편 대응‥보건·교육·복지 연계 부재가 '구조적 공백' 키워
"낙인 없이 도움 요청할 수 있어야"‥참여형 예방교육·조사 확대 주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5-26 11:5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아동의 정신건강 문제가 여전히 구조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살생각률이 높아지고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아동의 정신건강 지표는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편적 상담 지원을 넘어 의료·복지·교육 간 연계가 시급하다는 제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아동의 정신건강 현황과 정책 과제'에 따르면, 2023년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 9~17세 아동의 자살생각률은 2.0%로 2018년(1.3%)보다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해생각률도 1.8%에 달했다.

특히 수급가구 아동의 자살생각률은 4.6%, 자해생각률은 6.5%로 전체 평균의 약 2~3배에 달했다.

우울감과 불안 역시 아동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전체 아동 중 4.9%가 최근 1년간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의 우울감을 경험했고 2.0%는 중등도 이상의 범불안장애를 겪고 있었다. 이 역시 수급가구 아동에게서 높은 비율을 보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보장정책연구실 전진아 연구위원은 "아동기는 자아정체감이 형성되는 정서적 발달 시기로 이 시기의 정신건강 문제는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구조적 개입의 대상"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정신건강 수준이 낮은 아동은 특정 소득계층, 가족유형, 지역에 편중돼 있으며 이는 단순한 개인 차원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아동 정신건강 문제의 양상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 항목을 확대하고, 2018년과의 비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동일한 평가도구(K-CBCL, GAD-7 등)를 사용해 시계열 분석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주요 평가 항목은 스트레스, 우울·불안, 자살생각, 자해행동,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적 게임 이용 등이다. 이 중 일부 지표는 개선됐지만 자살과 자해 관련 지표는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정책적 함의도 크다. 보고서는 아동이 경험하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보다 정밀하고 실태 기반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 연구위원은 "자살·자해, 약물중독, 정신질환 등 의료적 개입이 필요한 영역에 대한 자료 구축이 시급하다"며 "우울 외에도 다양한 문제 유형과 심리 인식을 함께 파악할 수 있는 조사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 정신건강 지원체계는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복지센터, 교육청의 Wee프로젝트,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으나 실질적인 협업 체계 없이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지역사회 내 유사 기능이 중복되는데도 각 기관이 개별 사업만 확장하고 있어 연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전 연구위원은 "지자체 내 여러 기관이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서로의 기능이나 한계에 대한 이해 없이 사업을 병렬적으로 운영하는 데 그치고 있다"며 "아동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아동이 정신건강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조기에 개입할 수 있도록 돕는 예방 중심의 교육 접근을 권고했다. 참여형 교육을 통해 낙인을 줄이고, 도움 요청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전 연구위원은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아니라 아동이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고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보고서는 자살 원인으로 '가족 간 갈등'(27.4%)과 '학교 성적'(17.6%)이 주요하게 지목됐다며, 가정과 교육환경에 대한 전방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도 시사했다. 실제로 부모와의 관계, 입시 부담, 성적 스트레스 등은 스트레스 요인으로 가장 빈번히 언급됐다.

전 연구위원은 "정신건강 문제는 단일부처 또는 단일서비스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적 정신건강 서비스 체계 구축이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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