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으로 제안된 '보건부' 신설…'국민 공감'이 과제

"의료는 과학, 복지와 분리돼야"…보건부 신설의 명분 강화
"전문직 논리 넘어서야"…공급자 중심 탈피 주문도
"국민이 체감할 효과 설명해야"…공감대 형성 선행 과제로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5-28 05:58

왼쪽부터 김창수 단장, 신계균 이사, 이동규 위원장, 강동윤 총무이사, 주효진 부회장.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한의사협회가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을 분리한 '보건부' 신설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의료정책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의협은 현재 보건의료 정책 결정 구조가 지나치게 정치적이며, 전문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특히 복지 중심의 구조 속에서 의료가 과학 아닌 복지의 하위 개념으로 종속되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깔려 있다.

의협 대선기획본부 김창수 공약연구단장은 "의료정책은 비가역적인 특성이 강하다"며 "과학성과 전문성을 갖춘 독립 부처를 통해 정책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도 보건부는 존재했던 조직이다. 1949년 사회부에서 분리돼 출범했지만, 1955년 보건사회부로 통합됐고, 이후 1994년 지금의 보건복지부로 재편됐다. 그 뒤로도 통합과 분리 논의는 반복됐지만, 정책 일관성과 행정 효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보건부의 독립은 번번이 무산됐다.

27일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정책학회가 공동 주최한 '제21대 대통령에게 바란다' 세미나에서는 '보건부 신설'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이 모였지만, 그것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명확한 메시지와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합치됐다.

한국정책학회 신계균 보건의료융합특별위원회 이사(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건복지부와의 기능 중복과 이원화 문제를 가장 먼저 지적했다.

그는 "신설 논의가 실제 정책 역량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도적 근거와 구체적 설계가 동반돼야 한다"고 짚었다. 구조 개편의 논의는 단순히 조직을 나누는 문제가 아닌, 설계의 정합성과 정책 효과의 실현 가능성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보건부인가'라는 질문도 등장했다. 기존의 공급자 중심 정책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요구다.

한국정책학회 이동규 연구위원장(동아대 재난관리학과 교수)은 "의협의 공약은 전문가 중심 정책 설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환자 권리와 지역사회에 대한 고려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책 수혜자가 누구이고, 어떤 비용이 들며,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명확히 제시해야 실질적인 설득이 가능하다. 기존 의사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서 벗어나 국민을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보건의료를 복지 프레임에서 과학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눈에 띄었다.

대한예방의학회 강동윤 총무이사(울산대 의대)는 "예방 중심의 통합돌봄을 이야기하면서 이를 조정할 조직이 빠져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의료는 복지가 아니라 과학이며, 정책 설계 역시 과학적 기준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를 과학으로 본다면, 극단적으로는 과학기술부에 속할 수도 있다"며 복지의 개념보다 과학적으로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보건부를 신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책 실행의 안정성과 효과 측정의 관점에서 보건부 신설의 당위성을 강조한 목소리도 나왔다.

김창수 단장은 "보건의료 정책은 5~10년 장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데 그 사이에 정책이 흔들리지 않도록 구조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부처가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건부 신설이 정치권 설득이나 의료계 내부 논리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데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국정책학회 주효진 연구부회장(가톨릭관동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은 "보건부 신설은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조직 개편이 국민에게 어떤 효과가 돌아오는지를 분명히 설명해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 공급자와 수요자를 나누기보다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 효과를 중심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 연구부회장은 "전문성을 강화하려면 단순 분리가 아닌, 정책 효과를 설계할 수 있는 '신설'이어야 한다"며 "그 부처는 단순한 콘트롤타워가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조율하고 조정하는 '코칭타워'로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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