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6월 23일, '세계 드라벳 증후군 인식의 날'

낮은 인지도, 진단 지연, 제한적인 치료 접근성…'치료 사각지대'
환자 뿐만 아니라 가정 전체 흔드는 돌봄 부담도 문제
치료 접근성 개선 위한 국가적 관심 절실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5-06-23 23:30

세상엔 아직 치료하기 어려운 희귀난치성 질환이 많다.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아 지원을 받기 어려워 더욱 힘든 투병 생활을 이어가는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혜택을 받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희귀난치질환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열기를 더하는 여름의 초입인 6월 23일. 오늘은 '세계 드라벳 증후군 인식의 날'이다.

'드라벳 증후군(Dravet Syndrome)'은 영아기에 시작되는, 드물지만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난치성 뇌전증 증후군으로 구분된다. 신경학적인 퇴화를 동반하는 진행성 뇌전증으로, 영아기 중증 근간대성 뇌전증(Severe Myoclonic Epilepsy of Infancy)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세계 드라벳 증후군 인식의 날'은 낮은 인지도와 제한적인 치료 접근성으로 인해 '치료 사각지대'에 위치한 대표적 소아 난치성 희귀 질환인 드라벳 증후군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 ▲질환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고 ▲조기 진단율을 높이며 ▲간병인의 질병 관리를 돕고 ▲환자 가족이 겪는 고립감을 완화 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드라벳 증후군은 생후 1년 이내에 열과 경련을 시작으로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되는 소아난치성 희귀질환이다. 드라벳 증후군의 증상은 눈에 띄지만, 판단이 쉽지 않다.

발작이 5분 이상 지속되거나, 비특이적인 형태의 발작일 경우 드라벳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지만, 소아 환자의 경우 발열과 발작이 동시에 나타나면 단순 열성 경련으로 오인될 수 있는데다, 본인의 증상을 스스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환자와 보호자들은 진단 과정부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드라벳 증후군 환자들은 오진으로 인해 여러 병원을 전전해야 하는 '진단 방랑'을 경험하게 되며, 진단에 수 년이 걸리는 '진단 지연'도 빈번하다.
더욱 큰 문제는 이와 같은 진단 지연이 자연스럽게 발작으로 인한 상태 악화와 조기 사망의 위험 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특히나 드라벳 증후군을 가진 아이들과 그 가족들은 환아의 발작이 5분 이상, 30분 이상까지도 지속되는 '발작 지속상태(SE, Status Epilepticus)', 그리고 '발작 중 예상치 못한 돌연사(SUDEP, Sudden Unexpected Death in Epilepsy)' 등 사망 위험과 밀접한 응급 증상의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 실제 해외 통계에 따르면 돌연사를 겪는 아이들의 평균 연령은 4.6세로 매우 어린 편이다. 

발작 발생 이후에는 거의 모든 환아들이 신체 발달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심각한 영향을 받아 많은 환아가 신체 및 사회적인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운동 및 언어 장애, 행동 장애, 인지 기능 제한, 불규칙한 보행, 섭식 및 수면 장애, 자폐 유사 행동 등 중등도에서 중증의 장애를 겪게 되고, 이는 환자와 그 가족의 일상생활 및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해외의 한 연구에 따르면, 5세 이상의 드라벳 증후군 환아의 91%는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동반질환 또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 능력이 손상된 경우는 74%, 언어 장애를 가진 환아 비율은 80%, 자폐증과 ADHD를 동반한 비율은 각각 42%와 24%로 조사됐다. 그 밖에 섭식 및 소화 장애, 측만증, 충동 조절 장애, 수면 장애 등의 문제도 심심치 않게 보고된다.

드라벳 증후군은 전 세계적으로 1~2만명 당 한 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서는 유병률 통계조차 조사된 바가 없고, 2022년에서야 극희귀질환으로 지정됐다.  

질병 자체의 부담과 함께 드라벳 증후군 환아 보호자의 돌봄 부담도 심각한 상황이다. 드라벳 증후군 환아 보호자 대상 인식 조사에 따르면, 보호자의 76%가 개인 시간이 없다고 답변했으며, 72%가 간병 및 돌봄으로 인해 경제활동에 제한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보호자의 제한적인 경제 활동은 곧 가족의 재정 문제로 이어진다. 미국에서 진행된 관련 조사에 따르면, 연간 발생되는 드라벳 증후군 환자 1명 당 직간접 관리 비용은 약 10만달러(약 1억4500만원)를 넘는다. 

이와 같은 돌봄 부담은 보호자 뿐만 아니라 형제와 자매 등의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정신 건강과 일상 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모의 관심이 아픈 아이에게 쏠리게 되면서 다른 자녀들이 역으로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존재한다. 이처럼 드라벳 증후군으로 인한 돌봄 부담은 가족 전체의 삶을 위협하는 구조적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질환의 치료 자체에도 어려움이 존재한다. 근본적인 완치가 불가능하다 보니 발작 빈도, 발작 외 증상을 조절해 돌연사 위험을 줄이고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것이 우선적인 치료 목표로 설정된다. 

문제는 드라벳 증후군이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약물 불응성' 질환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항발작약 위주의 치료만으로는 환자의 발작 빈도를 완전히 제어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으며, 게다가 일부 항발작약은 드라벳 증후군의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향후 드라벳 증후군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도 질환의 발작 빈도를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지훈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신경분과 교수는 "드라벳 증후군 관리에서 '발작 조절'은 환자의 안전과 가족의 삶의 질을 위해 반드시 관리돼야 하는 요소다. 발작이 지속되는 경우 드물지만 돌연사의 가능성도 있어 더욱 그렇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드라벳 증후군에 대한 인지도, 진단 및 치료 환경은 여전히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드라벳 증후군 환자에 대한 돌봄 부담은 단순히 부모 뿐만 아니라 형제자매 등 모든 가정 구성원이 지게 된다. 한 가정이 지고 있는 신체적·정신적·경제적 부담과 이들의 삶의 질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드라벳 증후군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과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체계적인 움직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내 임상 현장에서는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는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으나 아직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은 새로운 치료옵션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경련성 발작 조절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이면서 가족 구성원의 돌봄 부담까지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더해진다면, 국내 드라벳 증후군 관리 환경도 크게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지훈 교수는 "드라벳 증후군이 의심되는 경우 유전자 패널검사를 하게 되는 데 이것이 고가인 것도 문제"라며 "드라벳 증후군이 의심돼 검사를 하는 경우 환자부담을 낮춰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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