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 다음은 교육‥의료계 "수련 전반을 바꿔야"

과중한 업무·매뉴얼 부재…도제식 수련 구조에 전방위 문제 제기
"연차 아닌 역량 중심으로"‥모듈형 수련제도 필요성 부각
의학회, 전담 교육기구 제안…전공의 복귀 계기로 구조 개편 탄력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7-17 11:5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전공의 복귀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는 "복귀보다 중요한 건 설계"라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수련을 재개하는 것이 아니라, 전공의 교육 시스템 전반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 중심에는 도제식 수련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상급자의 지도 아래 장기간 근무하면서 임상 실무를 익히는 현행 방식은 현실적으로 교육보다는 업무에 치우친 구조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병원마다 수련 기준이 제각각이고, 일관된 매뉴얼조차 없는 환경에서 전공의는 과중한 업무와 직장 내 괴롭힘, 불합리한 관행까지 복합적으로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수련은 '연속성의 단절'이 아니라 '제도 자체의 결함'이 드러난 것"이라며, 전면 개편 없이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등장한 해법 중 하나가 '모듈형 수련제도'다. 연차 중심이 아닌 역량 단위의 모듈로 수련을 설계하고, 전공의가 자신의 속도와 선택에 따라 유연하게 이수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방식이다.

최근 열린 전국의사 의료정책 심포지엄에서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정재현 부회장도 이 모듈형 제도에 힘을 실었다.

그는 "내과 전공의의 경우 중환자실 3개월, 심장 로테이션 6개월, 외래 진료 3개월, 야간 당직 50회 등 세분화된 모듈을 기준으로 수련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며 "수련 속도와 방식은 전공의의 선택과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수련을 시간이 아닌 실질적 성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과 맞닿아 있다. 전문의 자격도 연차가 아니라 실제로 확보한 역량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것을 새롭게 짜기보다 도제식 교육의 본질은 유지하되 시대 변화에 맞춰 개편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함께 제기된다. 의료 수련은 본래 상급자의 지도와 책임 속에서 전문성을 전수받는 과정이며, 이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교육의 본령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전공의 수련은 본래 도제식이다. 근무시간 제한이 도입된 이후 제도적 변화는 있었지만 그에 맞는 교육 시스템 개편이 뒤따르지 않았다"며 "현재 수련을 받는 쪽의 목소리만 과도하게 대변되는 경향도 있다. 교육을 책임지는 쪽의 현실까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련 방식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면서 전공의 교육의 '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전공의 수련교육원' 설립을 공식 제안했다.

교육원은 ▲교육과정 개발 ▲수련 평가 ▲지도전문의 양성 ▲수련기관 인증 ▲연수 프로그램 운영 등 수련의 전 과정을 포괄하는 독립형 조직으로, 단순 행정 중심의 수련평가위원회와는 지향점이 다르다. 학회는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및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제도적·재정적 기반을 마련하고, 수련교육원을 장기적으로는 독립 교육기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 교육원은 수련을 받는 전공의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지도전문의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역량 개발까지 포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의료계 내부의 제안에 그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 후보자도 최근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전공의, 학계, 병원계와 협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수련교육기구 설립 필요성과 지도전문의 체계화, 근무시간 단축 등의 과제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간 전공의 수련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주로 대한전공의협의회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의료계 단체와 전문가들이 구조적 대안을 제시하고 보건당국도 이를 적극 검토하는 지금의 흐름은 보기 드물다.

특히 장관 교체, 대전협 집행부 임기 종료 등으로 정책 연속성이 자주 끊어졌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변화가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의대생 복귀 선언 이후 대전협 비대위도 정부·국회·학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전공의 수련제도 개편이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고, 정책과 현장의 교차점에서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런 변화가 그저 시도에서 멈추지 않으려면, 전공의 수련제도의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고 함께 무언가를 실질적으로 만들어내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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