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이어 '마운자로'‥들썩이는 개원가, 흐려진 치료 경계

'예약 경쟁' 벌어진 개원가‥비만 치료제, 마케팅 전면에
치료가 필요한 환자일수록 멀어지는 약‥흐려진 처방 기준
"비만은 질병"‥의료계, 기준과 감시 위한 '급여화' 절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7-25 05:56

개원가에서 홍보되는 비만치료제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특히 '삭센다'와 '위고비'에 이어 '마운자로'까지 국내 출시를 앞두며, 개원가는 다시 한번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약제의 과학적 가능성과는 달리, 처방 현장이 이미 과열된 시장 논리에 휘둘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일부 병의원에서는 마운자로 출시를 앞두고 '선착순 예약 접수'에 나섰고, 블로그·문자 등에서는 '한 달 ○kg 감량' 등 자극적인 문구도 공공연히 등장한다.

위고비의 대체제이자 '상위 옵션'이라는 입소문까지 더해지며, 마운자로는 출시 전부터 대기 수요를 형성하고 있다.

GLP-1 유사체는 당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식욕 억제와 체중 감소 효과가 확인되며 비만 치료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다. 문제는 이 약물이 의학적 기준보다는 소비 트렌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진료 현장에선 "진료는 부차적일 뿐"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대치동 A가정의학과 개원의는 "환자가 오기 전에 이미 약 이름을 검색하고 가격과 효과를 알아본다. 진료는 부차적인 과정일 뿐"이라며 "이미 약은 상품화됐고, 개원가는 그것을 마케팅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 같은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해법으로 비만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급여화가 되면 적응증 기준이 명확해지고, 부작용에 대한 공적 감시 체계도 마련되기 때문이다. 또한 치료 필요성이 있는 환자들에게 경제적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정의에도 부합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 비만 치료제가 급여화된 전례가 없다.

더욱이 약제 급여화는 제약사가 직접 신청해야 하는 구조지만, 비만 적응증에 대해 실제로 신청에 나선 제약사는 거의 없다.

GLP-1 유사체인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는 각각 당뇨병 치료제로 먼저 개발돼 국내 허가를 받은 뒤, 비만 적응증으로도 확대됐다. 노보노디스크는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해, 릴리는 마운자로 당뇨병 적응증에 대해 국내 급여를 신청했다. 반면 비만 적응증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제약사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급여화가 이뤄지면 약가는 낮아지고, 처방 기준은 제한되기 때문에 지금처럼 비급여 시장에서 고가 처방이 가능한 구조가 제약사엔 더 유리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거론된다.

최근 열린 '긴급점검, GLP-1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실태와 안전성 우려' 심포지엄에서도 약제의 공적 관리체계 편입, 즉 급여화는 핵심적인 논의로 다뤄졌다.

대한비만학회는 비급여 상태로 치료제가 방치되면 접근성 격차뿐 아니라 기준 없는 자율 처방과 부작용 관리 부재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남가은 보험법제이사는 "급여화가 이뤄지면 처방 기준이 명확해지고, 모니터링 요건이 함께 작동해 부작용에 대한 체계적 감시도 가능해진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BMI 수치 외에도 장기 손상이나 대사질환 여부 등 실제 치료 필요성을 기준으로 삼는 제한적 보험 적용이 바람직하다. 해외에서도 이미 시행 중인 방식인 만큼, 국내에서도 유사하게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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