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루다 폐암 1차 급여 후 1년…"4기 폐암도 완치 가능성 시대"

[인터뷰] 안진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PD-L1 발현 유무 상관없이 장기 생존 가능성 확인
기존 항암화학요법 부담 있거나 고령, 동반 질환 환자에게도 치료 기회 제공  
견고한 데이터로 키트루다 NCCN 가이드라인 선호요법으로 권고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05-02 06:05

사진설명 =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 교수.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지난해 3월 비소세포폐암의 국내 표준 치료가 바뀌었다. 한국MSD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1차 건강보험 급여 확대로 수십 년 만에 새로운 폐암 표준 치료요법이 제시되면서다. 

그간 키트루다를 통한 1차 폐암 치료는 한결같이 강력한 치료 효과(OS, ORR) 및 장기 생존율을 보여왔다. 

NCCN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는 키트루다의 1차 치료를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 표준 치료로, 가장 높게 권고하고 있을 정도.

이에 국내 임상 현장에서도 활발히 사용되면서 단순한 생존 연장을 넘어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진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사진>도 최근 메디파나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마커가 없는 환자들도 처음부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사용해 치료할 수 있게 되면서, 치료 효과와 이상반응 측면에서 최선의 치료의 기회가 더 주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이성 폐암에서는 다른 치료제 대비 키트루다가 견고한 데이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키트루다의 치료 효과를 넘어서는 약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안 교수는 한국임상암학회, 대한폐암학회, 대한암학회 등에서 활동하며, 현재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폐암분과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또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분과장과 암병원 통원치료센터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다음은 안진석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키트루다의 국내 폐암 1차 급여 적용 후 약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 동안 폐암 치료 분야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

= 급여 후 폐암 치료 분야에 큰 변화가 있었다. 급여 전에는 전이성 폐암으로 진단받는 즉시 EGFR 또는 ALK 등 유전자 변이를 확인해 유전자 변이가 있어 표적항암 치료 대상이 되는 환자 그룹과 유전자 변이가 없어 표적항암 치료를 할 수 없는 그룹으로 나뉘었다.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 그룹은 전체 전이성 폐암 환자의 약 절반 정도에 해당되며, 표적항암제 치료 시 이상반응이 적으면서도 치료제에 반응이 좋고, 그 반응이 비교적 오래 유지됐다.

반면 나머지 절반을 차지하는 유전자 변이가 없는 환자들은 통상 전통적인 항암화학요법을 1차 치료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항암화학요법은 표적항암제 대비 반응률이 더 낮았고 이상반응도 존재하기 때문에, 유전자 변이가 없는 환자에게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먼저 받아야 한다고 설명하는 것에 대한 마음의 부담이 있었다. 최신 치료제인 면역항암제는 항암화학요법 1차 치료 후 2차, 3차 치료로 순서가 밀려 환자분들이 면역항암제라는 최선의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키트루다가 전이성 폐암 1차 치료에서 급여 적용된 후 표적항암 치료의 바이오마커(EGFR, ALK 유전자 변이)가 없는 환자들도 처음(1차 치료)부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사용해 치료할 수 있게 되면서, 치료 효과와 이상반응 측면에서 최선의 치료의 기회가 더 주어졌다. 이로 인해 환자와 전문의 입장에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Q. 의료진 입장에서는 1차 치료부터 확실한 무기가 생긴 셈인데, 키트루다의 장기 생존 데이터에 대해서 설명해준다면?

= 키트루다는 지난 2017년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단독요법)로 허가 되었으나 이후 약 5년 동안 급여가 되지 않아 실제 임상 현장에서 ‘그림의 떡’처럼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해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1차 표준치료 요법으로 키트루다를 사용하게 됐고 현재는 키트루다의 5년 장기 생존 데이터까지 발표되었다.

과거 항암화학요법(세포독성항암제) 치료의 경우, 5년 생존율이 5%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PD-L1 음성인 환자 그룹도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사용하면 5년 생존율이 약 20%까지 증가했다. 표적항암제의 5년 생존율은 5년 동안 약을 계속 복용하면서 기록하지만, 면역항암제는 2년만 치료하고 그 이후 치료를 중단함에도 5년 생존을 하는 것이니 완치와 유사한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 

PD-L1≥50%이어서 키트루다 단독요법을 사용하는 그룹의 경우 5년 생존율이 약 30%로, 3명 중 1명은 장기생존하는 셈이다.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결과로, 모든 환자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4기 전이성 폐암 환자들도 완치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Q. 4기 전이성 폐암 환자들 대상으로 키트루다를 사용했을 때 어느 정도의 치료 효과를 확인했는가? 

= KEYNOTE-189 기준 키트루다는 기존의 표준요법인 항암화학요법에 비해 사망 위험률을 40% 감소시켰다. 이는 상당히 높은 수치다.

PD-L1 발현율이 높은 그룹(PD-L1≥50%)에서 키트루다 단독요법과 병용요법 중 어떤 것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현재까지는 단독요법도 병용요법과 치료 효과가 유사하다. 

고령 환자거나, 동반 질환 또는 항암치료에 대한 거부감의 있는 경우에도 면역항암제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어, 과거에 아예 치료를 포기했거나 치료 옵션이 없었던 환자군도 치료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Q. 키트루다가 4기 전이성 폐암 1차 치료에서 급여 된 후 기억에 남는 환자 사례가 있는가?

= 임상 현장에서 좋은 치료 효과를 확인해 기억에 남는 환자가 많다. 고령의 환자, 특히 80대 이상의 환자들은 기존 항암치료에 대해 본인과 가족들의 거부감이 있었다. 반면 면역항암제는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급여도 가능하며, 치료 시 반응을 기대할 수 있는 환자들이 다수 있기 때문에 고령의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다른 환자의 경우 폐암과 유방암을 동시에 진단받아 치료하였는데 폐암이 재발한 상황이었다. 해당 환자는 유방암 투병 당시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를 받아 항암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상태였으나, 검사 결과 PD-L1 발현율이 50% 이상으로 나오면서 키트루다 단독요법 치료를 시작했고 좋은 치료 효과를 보였다.

물론 PD-L1 발현율이 음성이거나, 발현율이 높은 환자라도 항암화학요법과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 치료도 굉장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 (1차 급여 적용 이후)병용요법으로 약 10개월 정도 치료한 환자분이 계신데 굉장히 만족하시며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이상반응도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치료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환자도 있기 때문에 이는 넘어야 할 숙제다.
Q. NCCN 등 글로벌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 요법으로 키트루다를 표준치료로 권고하고 있고, 국내 임상 현장에서도 이를 참고한다. 글로벌 가이드라인 권고사항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 NCCN 가이드라인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가이드라인이다. 국내 의료진도 NCCN 가이드라인을 참고하고 있다. NCCN 가이드라인에서 키트루다를 선호요법으로 권고한다는 것은 강력한 임상결과 데이터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전이성 폐암에서는 다른 치료제 대비 키트루다가 견고한 데이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키트루다의 치료 효과를 넘어서는 약은 없을 것이다.

Q. 전이성 폐암에서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향후 치료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 반응률을 높이거나 일부 환자에서 생기는 내성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 확실한 결과가 나온 것은 없지만 면역항암제+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최근 '항체약물접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 기전의 약제들이 모든 암종에서도 사용되면서 폐암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키트루다가 허가와 급여 이후 폐암 치료에서 굉장히 큰 도약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응이 없는 환자 등을 위해 한 단계 더 도약이 필요한 상황이라 다른 기전, 혹은 면역항암제끼리의 병용요법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수많은 임상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Q. 폐암이 전이가 빠른 이유는 무엇인가.

= 폐암 자체의 특성인데,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서 사망률이 높다. 최근 들어 흡연자의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고는 하나, 흡연자의 경우 폐와 심장 질환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전신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Q.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 가장 효과적인 것은 저선량 흉부 CT 촬영이다. 지난 2019년부터 만 54세~74세이면서 하루에 한 갑씩 30년 이상 흡연 이력이 있는(혹은 매일 2갑씩 15년 간 흡연 이력이 있는) 폐암 고위험군은 국가에서 무료로 암검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대상군은 반드시 검진이 필요하다.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위험인자가 있을 경우 직장검진 중 혹은 별도로 검진을 미리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Q. 폐암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비흡연자 폐암이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금연이 가장 중요한 폐암 예방책 중에 하나다. 또한 과거에 긴 흡연력을 가진 고위험군들은 국가에서 저선량흉부 CT로 예방검진을 하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참여해 조기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암이 진행된 이후 진단을 받는 경우에도,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항암제의 등장으로 과거에는 장기 생존을 기대하지 못했던 4기 폐암에서 20~30%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새로운 기전의 약제들이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폐암 치료 성적은 점차 향상될 것이다. 환자와 가족들이 희망을 잃지 말고 열심히 치료에 임했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 다소 늦었지만 작년부터 키트루다가 폐암 1차 요법으로 쓰이게 된 것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중증 질환인 '암'에 좀 더 배려를 해 건강보험 재정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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