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식도암' 치료 변화‥'키트루다' 또 이정표 세워

식도암, 생존율 낮고 치료 옵션 제한적‥1차 치료에 키트루다 병용요법 허가
항암화학요법 대비 개선된 임상적 혜택, 식도암 환자 장기 생존 가능성 현실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6-22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무려 약 30년 만이다. '전이성 식도암'에 새 치료 옵션이 등장한 것은 그만큼 환영받을 일이었다.

그동안 식도암에는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외에는 별다른 치료 옵션이 없었다. 이 때문에 식도암은 발병률 대비 생존율이 낮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이 불모지나 다름없던 식도암의 치료 환경을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가 또 한 번 바꿔놓았다.

키트루다는 국소 진행성 절제불가능 또는 전이성 식도암(편평상피세포암 및 선암) 또는 위식도접합부암(선암) 1차 치료에 사용된다. 키트루다는 항암화학요법(5-FU+시스플라틴)과의 병용요법으로 식도암 환자도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 '식도암' 치료의 한계

식도는 2~3cm 직경의 관 모양으로 위치에 따라 경부식도, 흉부식도, 복강내 식도로 나뉜다. 식도암은 비슷하게 경부식도암, 흉부식도암, 위-식도 연결부위 암으로 구분된다.

식도암의 발병률은 전체 암의 약 1.1%(2019년 기준)로 다른 암종 대비 희귀한 편이다.

그러나 식도는 장기의 특성상 잘 늘어나고 유연한 성질을 가져 장기에 종양이 생기더라도 자각이 힘들다. 또한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어렵다.

아울러 대부분의 복강 내 장기는 장기 외벽에 장막이 둘러싸고 있다. 반면 식도에는 장막이 없다. 그래서 식도암은 비교적 쉽게 식도 외벽을 뚫고 주변 장기 및 식도 점막 아래의 풍부한 림프관과 혈관을 타 전이가 된다.

결과적으로 식도암은 다른 장기로 전이가 쉽고 재발이 잦아 치료 예후가 나쁜 편이다. 실제로 원격 전이 단계에서 전이성 식도암의 5년 생존율은 6.6%로 매우 낮다.

게다가 식도암은 국소 단계에 발견되더라도 60%의 환자만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 후에도 다른 장기로 암이 확산돼 수술한 환자의 70~80%가 주변 림프절로 전이가 된다. 여러 림프절로 전이된 환자의 경우 수술 후 1~2년 사이에 암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암은 조직형에 따라 편평상피세포암, 선암 등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에는 편평상피세포암이 많다. 국내 식도암의 90% 이상은 식도편평세포암이다.

편평상피세포암은 방사선 치료에 반응을 잘한다. 이에 방사선 치료와 화학항암제를 병용하며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치료법으로도 한계는 있었다. 항암화학요법은 50% 정도의 환자에서 식도암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이지만, 그럼에도 5년 생존율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와 같은 갈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이성 식도암 1차 치료는 수십 년간 항암화학요법 외에 방법이 없었다.

따라서 식도암은 생존율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김인호 교수는 "식도암은 다른 암종 대비 발생률은 낮지만 사망률은 10위권 이내인 치명적인 암종이다"라며 "식사의 어려움 등 일상 생활 자체가 제한되는 만큼 환자들의 육체적, 심리적 고통이 크다. 더불어 생존율이 낮다는 인식 때문에 환자들이 수술이나 항암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 'KEYNOTE-590' 연구, 식도암 1차 치료 바꿔

그런데 이 갈증을 채우듯, 지난 3월 국내에서 키트루다가 1차 병용요법으로 식도암 적응증을 허가받았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성인 식도암 및 HER-2 음성인 위식도 접합부 선암이 대상이다.

키트루다는 이미 타 암종에서 다양한 임상적 혜택을 입증하며 치료 시장을 이끌고 있다. 동시에 항암화학요법 대비 환자들의 '삶의 질'을 유지한다는 점이 면역항암제 치료의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면역항암제는 모든 환자의 반응을 이끌지 않지만, 일단 반응을 보인 환자들의 경우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

전이성 식도암 치료에서도 키트루다는 장기 생존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국내 허가의 바탕이 된 KEYNOTE-590 임상은 국소 진행성 절제불가능 또는 전이성 식도암(편평상피세포암 및 선암) 또는 위식도접합부암(선암) 환자 749명을 대상으로 '키트루다+항암화학요법(5-FU+시스플라틴)'과 위약+항암화학요법을 비교한 연구다.

연구 결과, PD-L1 발현 양성(CPS≥10)으로,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식도암 및 HER-2 음성인 위식도접합부암 환자에서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화학요법 대조군 대비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 및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을 개선했다. 객관적 반응률(ORR) 및 반응 지속 기간(DoR)은 약 2배 연장됐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PD-L1 CPS≥10 환자군에서 키트루다 병용요법군의 mOS은 13.5개월로 나타나 항암화학요법 대조군의 9.4개월 대비 개선된 수치를 보이며, 사망 위험을 38% 감소시켰다.

이 가운데 편평상피세포암 PD-L1 CPS≥10 환자군 분석 결과, 키트루다 병용요법군의 mOS은 13.9개월로 나타나 항암화학요법 대조군의 8.8개월 대비 개선된 수치를 보이며, 사망의 위험을 43% 감소시켰다.

mPFS는 키트루다 병용요법군이 7.5개월, 항암화학요법 대조군이 5.5개월로 질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49% 감소시켰다.

2차 유효성 평가 기준인 객관적 반응률(ORR)은 키트루다 병용요법군이 51.1%로, 대조군의 26.9% 대비 약 2배 높게 나타났다. 반응 지속 기간(DoR) 또한 키트루다 병용요법군이 10.4개월(1.9-28.9+)로 대조군의 5.6개월(1.5+-25.0+) 대비 약 2배 길었다.

중증도 이상(grade 3-5)의 이상사례(AEs) 비율은 키트루다 병용요법에서 86%, 화학요법에서 83%로 나타나 양 군에 큰 차이가 없었다.

최근 ASCO GI 2022에서 발표된 장기 생존 추적 결과에서도 키트루다 병용요법군의 mOS은 13.6개월로 나타났으며, 사망 위험이 36% 감소했다. 편평상피세포암 PD-L1 CPS≥10 환자군에서는 키트루다 병용요법군의 mOS은 13.9개월로 동일하게 나타났으며, 사망 위험은 41% 감소됐다.

KEYNOTE-590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권위의 국제학술지인 '란셋(Lancet)'에 게재됐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PD-L1 발현 양성(CPS≥10)인 전이성 식도암 1차(1L) 치료로 권고(Preferred & Category1)됐다.

◆ 식도암 1차부터 '최선의 치료제' 선택

지금까지 전이성 식도암 1차 치료 이후 2차 치료로 넘어가는 환자의 비율은 약 50%라고 보고된다. 이는 식도암 1차 치료부터 '최선의 약제' 선택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지난 3월,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식도암 1차 치료에 허가를 받으면서 국내 치료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김인호 교수는 "허가 이후 1차 치료에서 키트루다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한 60대 남성 환자가 있다. 아직 전체적인 치료 결과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첫 번째 반응 평가에서 상당히 좋은 부분 반응(Partial response)을 보였다"며 "삶의 질을 유지하며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생긴 만큼, 1차 치료부터 전문의와 상의해 적극적으로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사용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의사들은 무엇보다 키트루다 병용요법으로 식도암 환자의 장기 생존을 기대하고 있다.

김인호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식도암 1차 치료에 표적항암제 및 면역항암제 치료 옵션이 존재하지 않아 환자들의 고통이 컸다. 그러나 키트루다가 허가되며 식도암 1차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NCCN 가이드라인에서 최선의 옵션으로 권고되는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전이성 식도암 환자의 새로운 1차 표준 치료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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