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이식 급여 기준 완화 4년‥'CMV' 예방 중요성 커져

조혈모세포이식 후 취약한 '감염질환', '거대세포바이러스' 예방 필요성
'프레비미스' 예방요법, 반일치 이식 포함 고위험군에서도 CMV 예방 효과 확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5-23 06:03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내 혈액암 환자 수는 2016년 약 1만 8천여 명에서 2020년 2만 2천여 명으로 19.7% 증가했다.

혈액암 환자에서는 '조혈모세포이식(hematopoietic stem cell transplantation, HSCT)'이 굉장히 중요하다. 조혈모세포이식은 혈액암 환자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시술이다.

과거 국내에서 조혈모세포이식은 65세 이상 고령 환자나, 조직적합성항원(HLA) 일치 공여자를 찾을 수 없는 경우에 급여 제한이 있었다.

그러나 기대 수명 증가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지난 2019년 8월, 보건복지부는 조혈모세포이식 요양급여 대상자에 대한 연령 제한을 만 65세 미만에서 만 70세 미만으로 높였다. 또한 HLA 일치 공여자가 없는 경우에는 부분 일치 혈연 공연자로부터의 이식도 급여 인정하도록 기준을 개정했다.


조혈모세포이식 요양급여기준이 개정된지 4년. 더 많은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가 주어지며 65~70세 고령환자 이식 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0년 동종 조혈모세포이식(Allogeneic hematopoietic stem cell transplantation, Allo-HSCT) 환자 중 65세 이상은 1명에 불과했으나, 2019년부터는 90명(65~69세 76명), 2020년 122명(65~69세 105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늘어난 조혈모세포이식 환자 수만큼 신경써야 할 부분이 있다.

조혈모세포이식 후 환자의 면역력은 상당히 약한 상태가 된다. 따라서 조혈모세포 이식 후에는 여러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고령 환자 혹은 가족간 HLA 반일치 이식의 경우 '거대세포바이러스(cytomegalovirus, CMV)'의 재활성화 위험이 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대세포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 폐렴, 간염, 심근염, 위장염, 뇌염과 같은 질환을 유발한다. 이는 면역력이 낮아진 이식 환자에서 치명적이다.

때문에 고위험 환자에서 보다 안전한 이식을 위한 감염 관리, CMV 예방요법이 관심을 받고 있다.

◆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후 'CMV 재활성화'의 위험성

Allo-HSCT는 타인의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조혈 기능 회복 뿐 아니라 이식편-질병 효과(이식된 조혈모세포의 면역기능이 암세포를 공격하는 효과)를 이용한 '완치 목적'의 면역 치료법이다.

그런데 Allo-HSCT 환자는 여러 합병증에 대비해야 한다. 이식 전 전처치 과정부터 이식 후 면역 기능이 채 회복되지 않은 기간, 그리고 이식편대숙주반응(이식된 조혈모세포의 면역기능이 환자의 여러 장기를 공격하는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위험이 뒤따른다.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에서는 이식편대숙주질환(GVHD)이 주요 부작용으로 꼽히지만, 이와 더불어 '감염질환'이 주요 사망 요인으로 조사된다. 이 감염질환에는 세균,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 발생이 포함된다.

이 중 CMV는 우리나라 인구의 약 94%에서 혈청양성반응이 나타날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바이러스다.

건강한 사람에게 CMV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Allo-HSCT 환자에서 재활성화되면 사망 위험을 높이거나 폐렴, 간염, 심근염 등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CMV 감염이 발생한 조혈모세포이식 환자의 경우 초기 입원 중 사망률이 비감염자 대비 3.5배 증가하며, 이식 초기(60일 이내) CMV 바이러스혈증을 나타낸 환자에서 사망 위험이 2.6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 최초의 CMV 예방 약제 '프레비미스', 학회들도 인정


1990년대 초반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의 CMV 치료는 혈중 바이러스 농도가 일정한 수치를 초과할 때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선제치료법(Pre-emptive)에 의존해 왔다.

그런데 이는 여러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먼저 치료 시작 바이러스 농도의 기준이 뚜렷하게 없다. 치료를 시작하는 바이러스 농도의 기준은 선제적 치료의 효과 및 위험을 고려해 판단하고 있는데, 의사 및 의료기관에 따라 다르고 국내·국제 기준도 없는 상태다. 이에 치료를 시작하는 시기의 '모호성'이 존재했다.
 
아울러 '항바이러스제'의 치료에는 여러 부담이 존재한다.
 
선제치료법에 사용되는 항바이러스제는 백혈구감소증과 같은 혈액학적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된다. 또 골수독성, 간독성, 신독성 등 안전성에 고려가 필요하다. 이러한 독성은 입원 기간 동안 많은 약물을 투여해야 하는 조혈모세포이식 환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기존 선제치료법의 한계는 MSD의 '프레비미스(레테르모비르)'가 해결했다.

프레비미스는 최초의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에서 거대세포 바이러스 감염의 예방적 치료제이다. 프레비미스는 2017년 FDA 승인을 받고 2020년부터 국내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졌다.

프레비미스의 임상 3상 연구에서 프레비미스는 Allo-HSCT 시행 24주 후 시점에서 CMV 감염 및 질환 발생률이 37.5%로 나타나 기존 위약군(60.6%) 대비 유의미하게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더해 프레비미스 투여군의 사망율은 10.2%로 위약군의 15.9%와 비교했을 때 사망률 역시 유의하게 낮았다.  

임상 3상 연구에서 프레비미스는 반일치 이식 환자 등을 포함한 조혈모세포이식 고위험군에서도 위약군 대비 CMV 감염률이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임상 결과는 CMV 재활성화 위험이 높은 반일치 이식 환자에게도 유용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프레비미스는 안전성에 있어서도 골수독성 및 신독성 관련 이상 반응 발생률이 증가하지 않았고, 이식 환자의 생착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또한 경증 혹은 중등증의 간장애, 신장애 환자에게서 용량 조절은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프레비미스는 정해진 치료기간 및 복약 편의성이 있다. 프레비미스는 수술 당일 및 28일 내에 투여 시작할 수 있으며 이식 후 100일까지 하루 한 번 투여한다. 정제와 주사제가 있어, 환자에 따라 제형을 선택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NCCN(미국 종합 암 네트워크, The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암 관련 감염 예방 및 치료' 2021년 가이드라인 및 ECIL(유럽 백혈병감염학회, European Conference on Infections on Leukemia)에서는 CMV 혈청 양성인 Allo-HSCT 환자를 위한 유일한 예방 약제로 프레비미스를 권고하고 있다.

이외 해외의 다양한 학회 및 기관의 가이드라인에는 프레비미스가 CMV 재활성화 예방 효과와 낮은 이상 반응이 인정돼 CMV의 유일한 예방 약제로 널리 추천되고 있다.

◆ '리얼월드 데이터'로 확인 중인 프레비미스의 예방 효과

프레비미스는 출시 이후 각국에서 CMV 재활성화에 대한 예방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18년 출시된 후 2021년까지의 시판 후 조사(PMS) 기반 연구의 중간 결과가 발표됐다.

결과에 따르면, 24주 시점에서 전체 연구 대상자의 CMV 항원 양성률은 37.5%였으나, 프레비미스 예방요법 사용기간동안 CMV 항원 양성률은 11%로 나타났다. 안전성 프로파일은 임상 3상과 일관됐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프레비미스에 대해 연구한 19개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프레비미스는 CMV 바이러스혈증 및 임상적으로 유의한 CMV 감염에 대한 위험을 상당 부분 개선했다.

대조군이 있는 12개 연구에서 프레비미스 예방요법을 시행하지 않은 대조군의 CMV 돌파감염율은 6.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다양한 리얼월드 데이터를 통해 프레비미스의 효과가 입증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조혈모세포이식 진료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세암병원 혈액암센터의 정준원 교수는 "의료 기술의 발달로 고령의 환자 및 HLA 일치 공여자가 없는 환자에서도 동종조혈모세포이식술이 가능해졌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더 높은 CMV 재활성률 등 이식 과정 중 감염성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져 더욱 적극적인 감염 예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NCCN, GETH(스페인 조혈모이식 및 세포치료기구, Spanish Group of Hematopoietic Transplantation and Cell Therapy) 등 다양한 가이드라인에서 CMV 재활성화가 예상되는 환자에게 프레비미스를 이용한 예방요법을 100일까지 시행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해당 환자들에게 안전한 조혈모세포이식이 시행될 수 있도록 권고 용법을 끝까지 준수해 CMV 예방 효과가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