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기 암질심 기다리는 혈액암 치료제…'소외' 문제 해결될까

고형암 중심 암질심 구성 문제제기에 심평원 혈액암 전문의 확대 검토
DLBCL 1차 치료제 '폴라이비'·MCL 치료제 '브루킨사' 등 상정 주목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10-19 06:04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오는 11월 발표될 제10기 중증암질환심의원회(이하 암질심) 구성에 따라 그동안 소외됐던 혈액암 환자 치료 접근성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고형암 중심 위원회 운영으로 혈액암 치료제 급여가 불발, 지연되고 있다고 관련학회들이 지적하면서 정부도 혈액암 위원 증원을 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국로슈 '폴라이비'(폴라투주맙베도틴), 베이진코리아 '브루킨사'(자누브루티닙) 등 굵직한 혈액암 치료제들이 10기 암질심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만큼,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월 다가온 10기 암질심 구성…위원 수 확대될까   

오는 11월 2년 임기가 만료될 제9기 암질환심의위원회는 총 42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등에서 추천을 받아 임명된 암 전문가는 35명으로 고형암 추천 위원이 26명, 혈액암 위원이 최대 9명이다. 

그 중 심평원 실무 관계자, 고형암 전문의 6~8명, 혈액암 전문의 2명 등이 위원회에 참석해 고형암과 혈액암 구분 없이 한 자리에서 항암제 요양급여 기준 설정과 허가초과 항암요법 사용 승인 등 전문 평가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대한혈액학회,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는 올해 초 혈액암전문위원회 신설을 요구하며, 전향적인 혈액암 급여기준 설정을 강조했다.  

혈액암은 고형암에 비해 드물게 발생하면서도 다양한 종류를 가지기 때문에 혈액암 전문가가 아니고는 질환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힘들며, 치료제 가치 역시 적절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심평원은 위원회 구성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향후 암질심 내 혈액암 전문가 확대를 검토하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혈액암 신약, 해가 갈수록 빠르게 등장

내년 초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할 10기 암질심에서는 여느 때보다 다양한 혈액암 치료제들이 심사대에 오를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 

혈액암 위원이 9기 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데다 올해 3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항암제 10개 중 4개가 혈액암 치료제일 정도로 관련 신약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2년 4월까지 FDA 허가를 받은 주요 혈액암 치료제만 12개에 달한다.

특히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 Cell Lymphoma, DLBCL) 치료제 폴라이비, 외투세포림프종(Mantle Cell Lymphoma, MCL) 치료제 브루킨사 등이 내년 초 심사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두 치료제 모두 수십년 만에 표준요법 대비 1차 평가변수를 유의미하게 개선했지만, 그동안 가치가 평가절하 돼 암질심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급종합병원 혈액종양내과 A 교수는 "그간 혈액암이 고형암 대비 비중이 작은 탓에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학회 차원에서 고형암과 혈액암을 따로 심사하자고 목소리를 낼 정도로 최신 치료제에 대한 급여 확대 필요성은 분명하다. CD33 양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서 유일한 표적 치료 옵션이었던 마일로탁도 허가에서 이번 암질심 통과까지 3년이 걸렸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20년만 DLBCL 1차 치료제 폴라이비, 앞 차수로 급여 재도전

마일로탁 사례처럼 혈액암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개선 입증을 통해 암질심 통과를 노리는 혈액암 치료제들도 있다. 

폴라이비는 20년만의 DLBCL 1차 치료법이자 CD79b를 표적으로 하는 최초의 항체-약물 결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다. 
앞서 재발, 불응성(R/R) DLBCL 적응증에서는 암질심을 통과하지 못했으나, 올해 6월 1차 치료에 대한 급여 신청을 진행해 전보다 앞 차수(front line)로 보험 심사를 준비하고 있다.  

DLBCL은 한 가지 약제로만 치료할 경우 재발 위험이 높아 그동안 표적항암제 '맙테라'(리툭시맙)에 CHOP 병용요법(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아드리아마이신, 빈크리스틴, 프레드니손요법)을 병합한 R-CHOP병용요법을 표준치료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10명 중 4명은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해, 효과적인 1차 치료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컸다. 

다른 암종처럼 치료 차수가 늘어나는 경우, 예후가 좋지 않고 의료비용도 현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필요했지만, 숱한 시도에도 R-CHOP 병용요법 대비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입증한 치료법은 없었다. 

이 가운데 폴라이비 병용요법은 이전에 치료 경험이 없는 DLBCL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3상 POLARIX 임상시험 3년 추적 관찰 결과, 1차치료에서 기존의 R-CHOP 대비 질병 악화 혹은 사망 가능성을 24% 감소시켰다.  

또한 기존 치료법과 유사한 안전성을 보이면서 유의미한 삶의 질 개선 효과를 확인했으며, 향후 10년 동안 2차 치료를 받는 환자 수를 27% 감소시켜 환자의 치료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해당 치료법을 DLBCL 치료의 가장 높은 권고수준(category 1A)으로 권고하고 있다. 

MCL 치료제 브루킨사도 삼수 나설 듯

브루킨사는 브루톤티로신키나아제(BTK)를 표적으로 하는 2세대 BTK 억제제로, 외투세포림프종(MCL), 발덴스트롬 마크로글로불린혈증(WM), 재발성/불응성 변연부 림프종(MZL),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소림프구성 림프종(SLL)에 적응증을 가지고 있다. 

그 중 WM에 대해서만 보험급여를 적용 받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환자수가 적은 MCL 분야에서는 십여년 만에 등장한 신약임에도 불구하고 암질심에서만 벌써 두 번의 고배를 마셨다.

NCCN가 올해 5차 비호치킨림프종 가이드라인에서 MCL 2차 치료로 기존 1세대 BTK 억제제인 임부르비카 단독요법과 임부르비카·리툭시맙 병용요법을 기타 권유되는 치료법(other recommended regimens)으로 이동시키고, 브루킨사를 선호되는 치료법(preferred regimens)으로 권고했지만, 환자수가 워낙 소수인 탓에 급여 문턱을 넘는데 실패한 것이다. 

브루킨사는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치료 경험이 있고, 마지막 요법에 대해 재발성 또는 불응성인 MCL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2건의 2상 임상시험을 통해 84%의 ORR과 68.6%의 CR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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