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로 유전·항암제 개발.."체내도 허용해야"

해외에서는 해당 분야에 대해 막대한 투자..우리나라는 아직 체내 '규제'
정부 "최대한 연구 활성화할 수 있게 변화..다만 윤리 이슈는 사회적 합의 필요"

서민지 기자 (mjseo@medipana.com)2016-08-31 11:38

[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전세계적으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연구 개발이 활발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유전자치료 허용 기준도 까다로운 것은 물론 체외 시험만 허용돼 있는 등 법·제도·정책적 한계로 많은 연구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회바이오경제포럼(공동위원장 박인숙·오제세 의원)은 31일 'CRISPR 유전자가위 기술 연구개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공청회를 열고,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와 관련 전문가들과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생명체의 DNA를 잘라 교정하거나 교체하는 실험기법으로, 이미 지난해부터 세계적인 과학전문지인 '사이언스'지나 '네이처'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 등에서 유망기술로 선정·평가되고 있다. 또한 생명과학을 넘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평가받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실제 중국과 미국에서는 이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시행 중이며, 빅파마들의 관심도 큰 상황이다. 이미 노바티스 등 제약회사들은 항암면역치료요법에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하고 있고, 환자 본인의 면역력을 향상시켜서 암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바이엘도 벤처기업을 별도로 설립해 혈액질환, 선천심장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연구개발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4개의 메이저 기관과 함께 세포주, 화합물 공유해서 약물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중국에서는 항암 면역요법, 희귀 유전병 치료 등의 연구를 넘어서 최초로 유전자가위 형질전환 원숭이를 개발했고, 인간배아 유전자 편집, 항암면역 유전자 임상 등을 시행하고 있다.
 
장벽 높은 우리나라..연구완료해도 특허도 코스닥 상장도 '어려워'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전자치료 자체에 대한 제한이 엄격하기 때문에 민간에서 이를 개발, 연구하기에는 장벽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 생명윤리법에 따른 유전자치료 허용 기준은 △유전질환이나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그밖에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질병을 가진 환자이면서, 동시에 △현재 이용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다른 치료와 비교할 때 현저히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를 모두 충족할 때 허용된다.
 
이와 달리 미국에서는 약사법상 유전자치료 질환에 관한 연구 제한이 없고, 다만 임상시험 참여자에 대한 안전 가이드라인과 유전자치료제 신약허가 심의 등의 절차가 있다.
 
유럽은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치료제 연구 개발의 범위 제한이 없고, 유럽의약품청의 첨단치료제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임상시험과 신약허가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바이오경제포럼 공동위원장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현재 미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연구활동과 더불어 특허분쟁이 세계적으로 매우 치열하다. 우리나라는 크리스퍼에 있어 이미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연구에 있어 입법적, 제도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셀트리온 장신재 연구소장도 "연구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미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정해져 있어 한계가 있고, 과학적 뒷받침도 제한적"이라며 "다른 국가에 비해 경쟁력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는 기회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밀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 연구단장<사진>은 "현재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통해 모기와 같은 해충을 박멸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고, 국내외 연구진들은 혈우병이나 선천성 실명 등 다양한 유전질환에 대해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원상복구하는 연구도 한창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연구단장은 "유전자가위는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을 가능케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와 막대한 부가가치도 만들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제약이나 생명공학산업 발전까지 이어지게 할면 적절한 제도 개선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실제 까다로운 생명윤리법과 허용기준 등으로 인해 대상포진이나 바이러스 등 중요한 질병들에 대한 유전자치료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거래소에서는 유전자가위 전문기업에 대해 특허출원을 지연하는 등 기회를 차단하는데, 해외 증권거래소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 거래소 심사담당자들이 이공계 전문가가 한 명도 없기 때문.
 
치매치료제 등을 개발한 한 연구자도 "개발한 유전자치료제를 전세계 44곳에 동시에 특허신청을 했는데,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7~8년전에 특허를 받았으나 한국에서는 최근에서야 특허를 받았다"며 이러한 기회 차단의 문제를 적극 비판했다.
 
메디포스트 양윤선 사장도 "코스닥 상장과 관련해서 심사위원으로 있는데, 툴젠과 같은 기업들이 통과를 못한다"면서 "예측가능하지 않은 제도 때문에 스타트업 회사들이 많이 어렵다. 정책과 제도적인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외 뿐 아니라 체내에 대한 임상허가 '필요'..법·제도 개선 '반드시'
 
따라서 김진수 연구단장은 "무엇보다도 거래소 심사 기준을 먼저 마련해야 하며, 산학연 협력과 기술 이전을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체세포를 이용한 체외 유전자치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식약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하고, 체내 유전자치료의 임상 허가를 위해서 생명윤리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논란이 있기는 하나 인간배아 유전자 교정 연구를 허용할 수 있도록 법과 시행령을 손봐야 하며, 유전자교정 농작물과 가축에 대해 GMO와 구별지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연구단장은 "지나치게 차단하는 방식은 음성적으로 연구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이 어느 정도 입증되면 연구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 낫다"면서 "배아 착상 등 윤리적인 문제가 있는 점을 고려해서 배아단계까지만 실험한 후 폐기하는 등 대안 접점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해 '긍정적'..배아부분은 '조심'
 
보건복지부 황의수 생명윤리과장은 "일단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차원에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안전성 이슈를 관리해야 하나, 희귀난치질환을 정복해 건강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현재 유전자치료제 연구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을 공감해 이에 대해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판단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 공용 IRB를 마련했고, 많은 논의사례들이 축적이 되면 연구범위에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이를 통해 대상포진 등 각종 질환들이 연구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게 복지부 측 전망이다.
 
다만 "배아에 대한 부분은 생명윤리에 더 근접해 논란이 큰 상황"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특정질환에 한해서만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더 검토해봐야 한다. 10~20년 장기간 논의될 부분"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식약처 정지원 세포유전자치료제과장은 먼저 전통적인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정의부터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과장은 "일단 세포 밖에서 이뤄지는 것이란 정의를 수정해야 유전자가위 기술,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에 대해 식약처 차원에서 정비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없고, 이는 미국과 유럽도 마찬가지"라며 "이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심사 기술 먼저 확보해야 하고, 이미 이에 대한 R&D를 진행 중인데, 그 결과를 가이드라인과 규정 개정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부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에서도 "유전자가위 기술을 새로운 혁명이자 국가 원동력으로 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에서 선제적인 허용이 필요하다"면서 "만약 부작용이 다소 있어도 산업적 영향력이 크다면 이를 최소화하는 기술을 연구해 시행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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