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민영화 우려 '제주녹지병원' 판결…열쇠는 국회로

의협·보건의료노조도 나서서 '반발'…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오르는 등 논란 커져
외국의료기관 개설 가능 특례 삭제한 '제주특별법 개정안' 국회 8개월째 계류 중

조운 기자 (good****@medi****.com)2022-04-07 11:44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제주녹지병원을 둘러싼 의료 민영화 논란이 연일 지속되는 가운데,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반대 속에 해당 논란의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지난 5일 제주지방법원이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녹지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금지한 조건부 개설 허가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올 초 제주녹지병원에 대한 개설 허가 취소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이어,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 자체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오며,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의 출발 신호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넓혀지고 있다.

해당 소식 직후 대한의사협회는 "영리병원 도입을 부추기는 법원 판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받아 병원을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영리병원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운영되는 의료기관의 목적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의협은 "우리나라 의료법 33조에서도 의료기관 설립이 가능한 기관은 비영리 법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의료에 공공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고 영리행위로 개방될 경우 환자들에게 많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며 "하지만 이러한 판결은 기존의 의료법을 뒤집고 영리병원을 합법화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영리병원 도입으로 대형 자본의 투자가 이어지고, 결국 의료가 이윤창출의 도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협은 특히 "영리병원의 도입은 한 병원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고, 우리나라의 의료제도와 의료시스템 전반에 있어 이윤만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여 치명적 위해를 끼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소위 돈이 안 되는 필수의료과목을 진료과목에서 퇴출시킬 것이고, 필수진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들은 거대 자본을 앞세운 영리병원들의 횡포에 밀려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연대본부와 보건의료노조 등 줄곧 의료 민영화를 비판해왔던 의료노조들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연대본부는 "제주도에서 시작된 영리병원은 의료를 통해 돈을 벌고자 하는 자본의 욕망이 있는 한 제주도에 설립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병원을 돈벌이 기관으로 변질시키고 한국의 의료체계를 무너트릴 것이라 확신한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의 정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의료 민영화의 첫 걸음이 될 제주 영리병원을 국가가 매수해주십시오'라는 청원이 올라왔는데, 4월 7일 기준으로 참여 인원이 20만 명을 넘었다.

오는 13일로 청원 마감이 끝난 이후 정부가 새 정부 출범 전까지 답변을 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열쇠는 국회가 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회에는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현행 제주특별법에는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제한하고 있는 '의료법'과 약사 또는 한약사만 약국을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한 '약사법'에 관한 특례를 두어 영리법인을 포함한 외국인의 의료기관 및 약국 개설을 허용하고 있다.

위성곤 위원은 개정안을 통해 해당 외국의료기관 및 외국인전용약국 개설에 대한 특례 등을 삭제했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제주녹지병원의 존립 근거 자체가 사라지게 돼, 영리병원 논란은 일단락 될 수 있다.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현재 영리병원 관련 논의는 그 설립‧운영의 필요성이나 실익에 비해 사회적 논란이 더 큰 사안으로 입법 취지에 공감"하며, "영리병원의 추가적인 설립‧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해 오고 있어 개정안을 수용"하는 입장이다. 다만, 일차적으로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해당 법안이 8개월째 국회 상임위서 계류 중이고, 제주도가 외국의료기관 등 개설 특례를 전부 삭제하기보다는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는 제주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제주특별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문제가 된 '내국인 진료 제한' 대신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으로 용어를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으로 나타났다.

5월 새 정부 출범, 6월 지방선거 등의 변수가 남은 상황에서 제주도 영리병원 논란은 안개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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