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거듭 '재정 건전화'를 강조했다.
이 일환으로 그는 "유사한 지방 공공기관의 통폐합을 통해 공공부문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제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합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 두 기관의 역할은 표면상 분명하게 구분된다. 건보공단은 재정을 관리하며, 심평원은 의료비의 적정성을 심사 및 평가한다.
이 두 기관의 통합설은 처음이 아니다.
2014년에는 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던 김용익 의원이 정부의 '고용·복지분야 기능점검 추진방안'을 공개한 바 있다.
보건의료분야의 개혁 방안은 1안과 2안으로 나눠졌다.
이 중 1안은 건보공단과 심평원을 통합한 뒤, 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수행하는 신의료기술평가 기능과 건강증진재단이 맡고 있는 업무를 건보공단으로 이관시킨다는 내용이었다. '건강보험통합공단'을 통해 중복 기능을 해소하고, 업무 효율화를 기대했다.
2안은 심평원의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이었다. 현재는 심평원이 진료비 청구서를 요양기관으로부터 받아 심사하고, 급여비 지급을 건보공단에 통보하면, 공단이 요양기관에 급여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2안에 의하면 요양기관 진료비 청구 업무를 건보공단이 맡고, 심평원은 건보공단의 의뢰로 급여기준 적합 여부를 심사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건보공단 및 요양기관에 통보하는 방안이었다.
2016년에는 기획재정부가 심평원의 심사 업무를 건보공단으로 이관하는 기능 조정 방안을 논의했다.
2016년 기재부의 '진료비 부당 청구 방지를 위한 건강보험 심사 체계 심층평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진료비 청구 접수와 심사, 사후관리까지 건보공단에서 수행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건보공단에서 가입자 여부 등을 확인한 다음 심평원에서 전문적인 내용을 심사하고, 다시 공단이 진료비를 지급하게 되는 것이다.
이후 2018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이 대통령기록관 '비공개기록물'을 일부 공개했다. 이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두 기관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음이 드러났다.
이처럼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통합 추진은 오래도록 불씨가 꺼지지 않은 채 계속돼 왔다.
두 기관을 통합하려는 이유에는 크게 건강보험 심사체계 상의 문제점이 거론된다. 현재 두 기관의 기능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세분화돼 정보 공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건보공단의 보험자 자격 정보가 관계기관 간 완전히 공유되지 않았고, 심평원이 삭감·조정한 세부 내역 및 의료기관 간 진료 정보 역시 온전히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심사 역량이 약화됐다는 시선도 있다.
한 예로 건보공단은 인력 운용, 재정 관리의 방만경영이 문제가 됐다.
심평원은 진료비 적정성 심사·평가라는 본연의 업무에 치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심평원은 '진료비의 객관적 심사'가 주 역할이지만, 약제 유통관리, 적정성 평가, 의료자원 관리, 의료 질 평가, 빅데이터 분석, 건강보험 수출, 해외 교류, 치료재료 관리 현지조사 지원, 자동차보험 위탁 심사 등 역할의 범위와 기능, 업무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또한 전문 심사는 인력 부족으로 역량 발휘가 어렵고, 배정되는 심사자 또는 사회적 이슈에 따라 심사 기준이 달라진다는 지적도 있다.
두 기관의 통합설이 제기될 때마다 업계의 의견은 분분한 편이다.
의료계는 건보공단은 재정 관리를, 심평원은 심사라는 역할이 분명하다고 바라봤다. 때문에 두 기관의 통합은 본래의 목적과 취지를 잃어버리는 행위라는 시각이 전반적이다.
반면 그 외의 업계에서는 재정 누수 방지와 정상적인 심사 기능 회복을 위해 통합이 적절한 방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기본적으로 건강보험 청구·심사·지급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
여기엔 건강보험 내 진료비 청구와 지급이 일원화돼 있는 해외 국가들이 근거로 제시됐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