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 사용' 무죄 선고 후폭풍‥'부작용' 우려 점차 커져

병원의사협의회, 대법원 판결 전면 반박‥현재로서는 현실적 대안 마련 우선
복지부 측에 전문성 담보될 수 있는 의료장비의 운용 및 자격 기준 제안
국회 측에 미비한 부분 보완한 의료법 개정 요청‥면허 행위 이외 금지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12-26 11:5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여파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해당 판결의 문제점을 분석하면서, 앞으로 있을 부작용을 우려했다.

지난 12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초음파를 사용한 한의사에 대한 형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했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환송했다.

이는 한의사의 진단용 초음파 사용 행위를 무죄로 판결한 것이고, 이전 재판부 및 헌법재판소 등에서 일관되게 유지돼 왔던 한의사의 의과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불법성 인정 판례를 완전히 뒤집는 결과였다.

해당 한의사는 지난 2010년부터 2년 이상의 기간 동안 68회에 걸쳐 초음파를 이용해 환자를 진찰했음에도, 자궁내막암 2기를 진단하지 못하고 환자의 치료 시기를 지연시킨 혐의를 갖고 있었다.

의료계는 대법원의 결정에 극심히 반발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26일 대법원이 밝힌 무죄 취지 판단 기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금지 취지의 규정이 없다?

먼저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위법이 아니라는 근거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웠다.

의료법 제37조에 의하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X-ray)를 설치한 의료기관 개설자 등은 안전관리책임자를 선임해야 한다. 이 중 한의원은 대상 의료기관에 포함되지 않는다. 

의료법 제38조의 특수의료장비를 설치, 운영하려는 의료기관의 설치 인정기준에도 한의원은 제외돼 있다. 

의료법에는 초음파에 대한 시설기준과 관련된 법령이 따로 없다. 그 이유는 X-ray, CT, MRI와 같은 장비들은 방사선 차단과 자기장 차단을 위한 별도의 시설 기준이 필요한 반면, 초음파는 기계 자체 이외에는 특별한 시설이나 공간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의료법 제37조와 제38조에서 규정한 의료장비에 진단용 초음파가 포함되지 않으므로,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불법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의료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의과 의료기기는 의학을 전공한 의사만이 사용하는 것이 맞는 것이고, 이는 국제적인 상식이다. 의료법에서 기존 의료장비의 운영 기준에서 한의원을 배제한 것은 의학을 배우지 않은 한의사들이 의과 의료기기를 이용하는 것을 무면허 행위로 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판단 기준에 따라 해당 사건의 1심과 2심 재판부는 초음파를 진단에 사용한 한의사에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그리고 의료기사법에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취급하는 의료기사를 지도할 수 있는 사람에 의사 또는 치과의사만 규정됐을 뿐, 한의사는 포함되지 않는다. 

대법원에서는 이것이 한의사가 직접 초음파를 할 수 없다는 뜻이 될 수 없다고 이해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상식적으로 한의사가 초음파를 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이 있다면, 의료기사를 지도할 수 있는 직역에 포함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는 한의사가 초음파를 직접 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거나 그럴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협의회는 "그런데 이 법령의 내용을 해석하면서 한의사가 초음파를 해도 된다고 주장해 버리면, 간호사를 비롯한 여타 다른 보건의료 직역 누구나 초음파를 해도 된다고 받아들여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대법원은 특정 진료방법이 요양급여 대상 등에 해당하는지와, 그 진료방법이 의료법상 허용되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바라봤다. 그러므로 국민건강보험 관련 법령을 근거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금지된다고 해석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이는 현행 요양급여와 법정 비급여 제도의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어떠한 의료행위가 환자에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받아야 한다. 실제로 새로운 장비나 치료법 등은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환자에게 적용 가능 여부를 평가받고, 이 평가를 통과해서 환자에게 적용이 가능하다. 아울러 안전성, 효과에 더해 비용적인 측면이나 의학적 요구도 등을 고려해 요양급여 대상으로 할지, 비급여 대상으로 할 지가 정해진다.

협의회는 "한의원에서는 초음파 검사료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및 법정 비급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요양급여나 비급여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는 말은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 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말이고, 이에 따라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은 금지되는 것이 맞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협의회는 "대법원 판결대로라면 신의료기술에 등재되지 않아 요양급여나 비급여 대상이 되지 않는 의료기술이나 장비도 환자에게 돈만 받지 않으면 환자 진단이나 치료에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말이 된다. 이렇게 되면 무분별한 환자 유인 행위와 사이비 의료가 판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 한의사 초음파 사용, 보건위생상 위해라 단정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한의사가 초음파를 보조 수단으로 이용해 진단하는 의료행위가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초음파가 위해도 2등급(잠재적 위해성이 낮은 의료기기)으로 위험도가 낮기 때문이라는 점을 제시했다. 

더불어 의학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초음파는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니 문제가 없고, 한의과대학 교육과정에 영상의학 과목이 있으므로 교육도 되고 있다는 점도 첨부했다. 한의사가 오진을 더 많이 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만한 통계적 근거도 없다는 입장.

협의회는 대법원이 이 사건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간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해당 한의사는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68회의 초음파 검사를 했음에도 환자의 자궁내막암 2기를 놓쳐, 환자가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

협의회는 "이 사건 자체가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협의회는 "지금까지 한의사의 초음파 검사가 불법이었으니 통계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한의과대학에서 영상의학 과목을 배우기 때문에 초음파를 사용해도 된다고 하는 논리는 결국 영상의학을 배우는 보건의료 직역 누구라도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초음파 사용 무죄로 인한 부작용

의료계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한의사들의 의과 의료기기 사용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협의회는 지금까지 의과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 만큼은 처벌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한의사의 의과 의료기기 사용 범위가 확대되면 이러한 처벌도 불가능해진다고 걱정했다.

협의회는 "한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매우 주관적 해석이 가능하므로 의학의 기준으로는 오진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오진을 범해도 처벌할 수 없게 돼 피해자 구제가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한의사 뿐만이 아니라 다른 보건의료 직역들도 의료 영역을 넘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협의회는 "보건의료 시스템의 혼란과 전문성 약화는 결국 심각한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져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파기환송심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에 협의회는 지금은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협의회는 혼란을 막기 위해 복지부 측에 전문성이 담보될 수 있는 범위로 개별 의과 의료장비의 운용 및 자격에 대한 자세한 기준을 마련해, 시행규칙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 측에는 대법원에서 지적했던 미비한 부분을 보완한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료인들이 자신들의 면허된 행위 이외에는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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