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부적절한 다약제' 사용 방지‥'의·약사 상호 협력'이 전제 조건

노인 부적절 다약제 사용, 전체 16%‥부정적 건강 결과 초래 가능성 커져
국내 처방 행태 변화 필요‥의·약사 간 환자 복약관리 협업과 공유 미흡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1-04 11:32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노인들은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의 질병을 가진 경우가 많아, 다수의 약제를 오랜 기간 복용하곤 한다.

이러한 노인의 다약제 사용은 응급실 방문이나 입원과 같은 부정적인 건강 결과를 초래할 확률이 높고, 의료비용 또한 증가시킨다.

그러나 모든 다약제를 좋지 않다고 할 수 없다. 불가피한 다약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동반질환과 환자의 임상적 상태, 잠재적인 약물 상호작용 등을 고려해 다약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전부터 다약제 중에서도 중재 또는 관리가 필요한 우선순위를 설정해, 종합적인 관리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노인의 부적절한 다약제 사용 관리 기준 마련 연구'에 따르면, 건강보험으로 청구된 노인 중 다약제를 사용하는 사람은 2018년 264만 명으로, 전체 65세 이상 노인 환자 736만 명 중 35.9%를 차지했다.

다약제 사용그룹은 비다약제 사용그룹에 비해 입원, 응급실 방문 확률 1.2~1.8배, 사망 확률은 1.6~2.8배 높게 나타났다.

다약제 사용은 약제비 평균 뿐만 아니라 약물부작용으로 인한 입원 관련 의료비용, 개별 노인의 삶의 질 저하, 부정적 임상결과로 인한 사회 전체 의료비용을 증가시킨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약물의 안전한 사용에 있어 각 국가에 적절한 다약제 관리 방안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부적절한 다약제 사용의 명시적 기준이 모호하고, 개별 환자 단위의 다약제 사용 관리 기전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심평원은 노인의 '부적절한 다약제'의 기준을 65세 이상이면서 ①10개 이상의 의약품을 90일 이상 복용 중인 환자, 복용 약물 중 1개라도 ②노인에게 잠재적으로 부적절한 약물 목록에 포함돼 있거나 ③병용금기 또는 중복처방(효능군 중복, 동일성분 중복)에 해당하는 약제가 처방된 경우로 정리했다.

그리고 심평원은 건강보험 청구자료로 2017년 노인 다약제 코호트를 구축해 부적절 다약제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17년 다약제 사용 노인 153만 2,001명 중 일반 기준인 10개 이상 성분을 90일 이상 사용하는 환자는 전체의 17.7%이었다. 이들은 평균 281일 동안 10개 이상 성분을 복용했다.

약물 기준의 잠재적 부적절 약물 목록을 처방받은 환자는 전체의 44.7%로 중추신경계 작용 약물이 많았다.

병용금기 의약품 처방은 전체의 1.4%로 히드록시진(hydroxyzine)과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 병용이 가장 많았다. 중복처방의 경우 효능군 중복이 있는 환자는 전체의 66.2%, 타기관 동일성분 중복이 있는 환자는 30.6%였다. 대부분 해열·진통·소염제, 소화제, 호흡기계용제 등 중복이 많았다.

이 기준들을 종합한 최종 부적절 다약제 사용 그룹은 24만 5,477명으로 전체의 16.0%에 해당했다.

부적절 다약제 사용 그룹은 외래 방문일수, 처방횟수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1.5배 이상 많았고 연간 처방일수가 길고 처방 성분 수도 많았다. 부정적 건강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보정한 뒤에도 입원, 응급실 방문, 사망할 확률이 1.32~1.35배 높았다.

심평원은 '노인 약물 사용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목표로, 단기적 전략으로 '교육 및 인식 개선', 그에 따른 세부 실행 방안으로 환자, 의사, 약사 등에 대한 교육을 비롯한 대국민홍보를 강화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할 것을 제안했다.

장기적 전략은 '제도 및 인프라 확충'이 제시됐다. 세부 실행 방안은 환자단위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고 환자-의사-약사 간 소통과 협력을 지원하며,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외에서는 처방된 약제 조제, 복약지도 이외에도 기존 복용하고 있던 약을 검토하고 관리하는 의·약사의 포괄적인 복약관리 행위의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대상 환자군의 차이가 있었는데, 일본은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복용하는 모든 약물을 검토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영국, 캐나다, 호주, 미국은 고위험 약물, 다약제 복용 환자, 특정 질환자 등 특정 대상을 집중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와 수가 구조가 유사한 일본은 외래진료 또는 입원 전후 포괄적인 복용약물 상담과 관리를 위한 약학관리료를 산정하고 있었다. 복용약 검토와 관리 정보를 의사에게 제공할 경우 수가를 산정할 수 있으며, 약사의 제안에 복용약제가 2종 이상 조정된 경우 추가적으로 수가를 산정할 수 있다.

이는 포괄적인 약학 관리에 대해 의사와 약사의 유기적인 협력을 가능하게 했다.

심평원 연구원은 "이러한 환자 중심의 약사 업무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은 국내 노인의 부적절 다약제 관리방안 마련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 대만, 호주, 캐나다는 의·약사의 상호 의뢰를 통해 약물 검토와 중재, 복약이력 관리가 이뤄지고 있었다.

국내 세이프약국의 포괄적 약물관리나 약물조화클리닉은 의·약사 간 환자 복약관리 협업과 공유 미흡이 지적되고 있다. 

심평원은 이를 고려했을 때, 의·약사의 상호 협력을 위한 제도나 인프라가 중요하다고 꼽았다.

게다가 일본과 대만은 전자 약 수첩 또는 의료정보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통합적인 환자의 복약 이력 등을 관리했다. 

국내에도 DUR 점검 시스템을 활용한 개인 복약이력관리 서비스 '내가 먹는 약! 한눈에'가 시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복약이력 조회 기간이 짧고, 인증 절차가 다소 복잡해 노인 환자가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있었다.

국내 사례 중에서도 세이프 약국이나 의료기관 내 다약제 관리를 위한 진료센터 등 환자의 포괄적 약물 관리가 일부 진행된 바 있으나, 지자체 또는 개별 의료기관 수준에서 그칠 뿐 아니라 단기 시범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 부적절한 다약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처방 행태의 변화가 필요하고, 이를 달성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심평원 연구원은 "다약제 증가를 통제하면 의약품 부담 증가를 감안해 임상의가 더 적절하게 처방하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부적절한 의약품에 노출될 확률이 감소할 것"이라며 "본 연구 결과를 통해 부적절한 다약제 사용 감소와 이에 따른 약품비 절감, 부정적인 건강 결과 예방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