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실태조사?‥'비만 치료제'의 오남용, 괜찮을까

국내에서는 환자보다 미용 목적으로 사용되는 비만 치료제‥개원가 홍보 목적 강해
한의원, 치과에서도 삭센다 처방된 것으로 드러나‥"실태조사 통한 제재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0-13 06:0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비만 치료제'의 오남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 비만은 '미용' 목적과 혼동돼 사용되고 있다. 이는 2017년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리라글루티드)' 허가 이후 두드러진 현상이다.

본래 당뇨병 치료제였던 GLP-1 유사체는 비만 환자에서 효과적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하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약임에도 국내에서 GLP-1 유사체는 '부작용 없이 살이 빠지는 약'으로 잘못 인식돼 일반인들에게도 사용되고 있다.

최근 개원가에서는 이 삭센다가 일부 수액과의 조화가 좋다며 함께 패키지로 홍보되기도 했다. 또한 체중이 적게 나가는 사람도 저용량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경우도 있었다.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면 원하는 대로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는 SNS 광고 뉘앙스 자체도 큰 문제다.

이렇다 보니 2018년에는 삭센다의 출시와 함께 품귀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비만 치료제가 단순히 '다이어트 약'으로 인식돼 일어난 현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 현상에 특별한 제재가 없었던 탓일까. 이 비만 치료제는 한방병원과 한의원, 치과의원에도 납품돼 사용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삭센다는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한방병원과 한의원, 그리고 치과의원에 다량 납품돼 왔다. 최 의원은 면허 범위를 벗어난 전문의약품 처방은 불법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아울러 최 의원은 이들의 처방 내역을 확인하려 했지만 삭센다가 비급여 의약품이여서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GLP-1 유사체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비만이 아닌 정상 체중에서 치료제 사용은 예상하지 못한 안전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삭센다는 임상데이터에서 오심, 구토, 설사, 변비, 두통, 저혈당, 위통,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이 보고됐다. 따라서 비만치료제는 전문의가 부작용 여부와 효과를 잘 관찰하면서 약물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이를 놓고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비만 치료제에 대한 실태조사는 매년 이뤄져 왔지만 제도적 개선 방안은 미약했다"고 인정하면서 "필요하다면 추가 실태조사를 통해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비만 치료제가 급여가 된다면 미용 목적의 비급여 처방이 줄어들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급여가 된다면 해당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만 처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삭센다는 성인 환자에서 ▲체질량지수(BMI) 30 이상(BMI≥30 kg/m2) 또는 ▲체중 관련 동반 질환(고혈압, 제2형 당뇨병, 당뇨병 전단계, 이상지질혈증 등)을 최소 하나 이상 보유한 BMI 27 이상(BMI≥27 kg/m2)의 체중 관리에 저칼로리 식이 및 운동의 보조요법으로 허가받았다.

청소년(만 12세 이상)은 ▲초기 BMI가 성인의 30kg/m2 이상에 해당하는 비만 환자 ▲체중이 60kg을 초과하는 환자에서 처방받을 수 있다.

지난 4월 노보 노디스크제약은 또 하나의 GLP-1 유사체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를 허가 받았다.

위고비는 성인 환자의 체중 감량 및 체중 유지를 포함한 체중 관리를 위해 칼로리 저감 식이요법 및 신체 활동 증대의 보조제로 ▲초기 BMI가 30kg/m2이상인 비만 환자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으면서 초기 BMI가 27kg/m2 이상 30kg/m2 미만인 과체중 환자에 사용된다.

다만 두 가지 치료제 모두 국내에서는 비급여 상태이며, 정부 측에서도 비만 치료제에 대한 급여 의지가 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6월에는 한국릴리의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가 허가를 받았다. 이 마운자로는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요법이 적응증임에도 비만 환자 대상 임상데이터를 확인한 소비자들로 하여금 문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일라이 릴리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마운자로의 비만 적응증에 대한 허가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에 한국릴리는 어디까지나 마운자로의 국내 적응증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비만 치료는 미용의 문제가 아니라 주요 건강 문제다. 그러나 새롭게 출시된 비만 약물에 대한 맹신으로 많은 이들이 비만 치료에 실패하고 건강을 해치는 일이 우려된다. 환자들에게 비만 약물요법의 효과와 한계를 알리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대한비만연구의사회는 비만치료제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리고, 실질적인 비만 치료에 활용될 수 있도록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더불어 의사회는 차세대 비만치료제 출시에 앞서 '인증의 제도'를 기획했다. 인증의를 획득한 병원의 의사들은 명패를 갖게 된다. 이를 통해 의사회는 비만 치료에 대한 개원가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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